은행 대출 뒤죽박죽?…주담대 조이고 신용대출은 풀리나
주담대 한도 감소 '체감'…일부 차주 대환도 차단
신용대출 한도 되레 늘어…풍선 우려에 이자부담도
# 직장인 A씨는 연 금리 4.5%, 만기 35년의 1억짜리 주택담보대출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금리가 낮아지는 추세여서 대환대출을 알아보는 중인데 8월 마지막 날이었던 30일과 9월 첫 영업일인 2일 대출 한도가 크게 달라졌다. 8월에는 최대 2억9000만원까지 나오던 대출이 9월이 되자마자 2억8000만원으로 1000만원 가량 낮아졌다. 게다가 일부 시중은행의 경우 아예 대환대출 자체를 거절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 직장인 B씨는 급전이 필요해 신용대출을 알아보던 중이다. 다만 신용대출은 금리가 여전히 높은 편이라 여기저기 알아보고 있던 와중 지난 8월과 비교해 9월 들어 대출 한도가 늘어난 것을 확인했다. C씨와 상담한 은행원은 주택담보대출은 관리 대상이지만 신용대출은 상대적으로 관리가 덜해 좀 더 받기 쉬워졌다고 설명했다.
이달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도입에 더해 가계부채 관리 명목으로 은행들이 대출을 조이면서 주택담보대출을 받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새로 집을 사려는 주택담보대출은 물론, 더 낮은 금리로 갈아타는 대환대출, 주택을 담보로 하는 생활안정자금 대출 등 주택을 담보로 하는 거의 모든 대출이 대상이다.
반면 일부 대출차주들의 경우 신용대출은 이전보다 한도가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주택담보대출을 금융당국이 주시해서 보고 있는 데다가, 신용대출의 경우 그동안 줄어드는 추세 등을 은행들이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출 잔액을 방어하기 위한 전략을 펼치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신용대출은 담보가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다. 주담대 한도가 줄어든 부분을 신용대출로 채우는 경우 차주들의 이자부담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어제(2일) 부터 은행들은 스트레스 DSR 2단계를 도입했다. 향후 금리 리스크를 종전보다 더 깐깐하게 들여다 보는 것이 핵심이다.
한도 줄어든 주담대
은행들이 스트레스 DSR 2단계를 적용하면서 당장 주택담보대출의 한도가 줄어들었다. 연간소득과 대출을 받고자 하는 금액 등 차주의 상황에 따라 제각각이라고는 하지만 지난 8월과 비교해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까지 한도가 쪼그라든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새 주택 구입을 위한 주택담보대출 뿐만 아니라 더 낮은 금리로 갈아타기 위한 대환 대출, 보유하고 있는 주택을 담보로 하는 생활안정자금 등 모든 주택담보대출이 대상이다.
은행 관계자는 "스트레스 DSR 2단계가 도입되면서 미래 리스크 금리를 좀 더 깐깐히 들여다보게 됐고 이 때문에 DSR 산정 시 연간 원리금상환액이 늘어나면서 대출 한도가 줄어들었다"라며 "특히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종류를 막론하고 원리금이 많은 편이기 때문에 영향이 가장 크게 작동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은 스트레스 DSR 2단계 도입 이전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번 규제로 인해 소득 5000만원 차주가 4.5% 금리, 30년 만기(분할상환)로 대출을 받을 경우 이전에는 3억1500만원(DSR 1단계)까지 대출이 나왔으나 이날부터는 2억8700만원으로 2800만원 가량 줄어들 것으로 내다 본 바 있다.
다만 일부 예비 대출 차주들은 애초 규제 도입 이후 예상하던 수준보다 한도가 더 낮아졌다고 토로한다. 스트레스 DSR 2단계 도입에 더해 은행 별로 주택담보대출을 더 보수적으로 취급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위 사례의 직장인 A씨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모든 대출의 원리금, 소득 등을 따져 봤을 때 대출 한도가 800만원 가량 낮아질 것으로 계산했었는데, 막상 규제가 도입되고 나니 이보다 200만원 늘어난 1000만원이 줄어든 것으로 확인했다.
이 관계자는 " DSR은 은행에서 직접 계산하고 있기 때문에 개인이 계산한 것과 다소 차이가 날 수 는 있다"면서도 "다만 스트레스 DSR 2단계 도입에 더해 최근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를 강하게 주문하고 있어서 대출을 조금 더 보수적으로 취급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일부은행, 주담대 대환도 '차단'
주택담보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일부 은행들은 종전 대출보다 한도가 줄어들더라도 낮은 금리로 갈아탈 수 있는 대환대출의 문턱도 끌어올리는 모양새다. 지난 8월까지는 대상자로 분류하던 일부 차주를 9월부터는 대상자에서 제외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약 2억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보유하고 있던 직장인 C씨와 3억원의 주택담보대출이 있던 직장인 B씨는 지난달 30일까지는 3곳의 대형 빅테크 플랫폼(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토스) 등에서 5대 시중은행, 외국계은행, 지방은행 등의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지만, 이날부터는 일부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에서 대출이 불가하다는 안내를 받았다.
스트레스 DSR 2단계가 도입된 상황에서 대환대출 수요가 늘어나면 종전 대출보다 한도가 줄어들어 금융권 주택담보대출 총량 감소에는 긍정적일 수 있다. 다만 개별 은행 입장에서는 다른 금융기관이 보유하던 대출을 흡수하는 셈이 되는 만큼 은행 자체의 관리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은행에서는 대환대출 역시 보다 깐깐하게 적용하는 것으로 풀이 된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개별 은행 입장에서는 대환대출로 새로운 대출이 유입되는 상황도 부담이 될 수 있다"라며 "금감원이 이미 은행들의 연간 대출 증가액이 목표치를 초과했다고 밝힌 상황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 때문에 일부 금융 플랫폼에서 아예 대환대출 상품을 빼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신용대출 한도는 늘었다?
일부 은행의 경우 신용대출은 9월 규제 도입 전보다 한도를 늘려서 취급하는 것으로도 확인됐다.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부채를 관리하겠다고 한 가운데,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신용대출 취급액을 올려 대출잔액 성장세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가져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신용대출의 경우 그간 꾸준히 감소세를 보여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만큼 규제하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한국은행 금융시장동향 자료에 따르면 은행의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 잔액은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32조1000억원 늘었지만, 신용대출의 경우 6조원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아울러 은행의 신용대출도 이달부터 DSR이 적용되기는 하지만, 건당 취급액의 최대 한도가 주택담보대출에 비해 적다. 대출 원금 자체가 주택담보대출보다 적어 연간 원리금상환액 상승을 주택담보대출에 비해 크게 이끌지 않아 DSR 산출 시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은행들 역시 적극적으로 신용대출을 취급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주택담보대출 규제의 풍선효과로 신용대출이 빠르게 늘어나면 신용대출에 대해서도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 수 있다. 신용대출은 주택담보대출에 비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기 때문에 이와 같은 풍선효과가 발생할 경우 가계의 이자부담이 늘어날 수 있어서다.
은행 한 관계자는 "현재 은행에서 나가는 신용대출의 경우 상대적으로 고신용자에게만 대출이 취급되는 상황이어서 대출 신청 대상이 된다는 것은 그만큼 은행 입장선 리스크가 적기 때문에 좋은 조건에 대출이 나가는 상황"이라며 "전월과 비교해 이날부터 신용대출 한도가 크게 차이가 나는 것도 우량한 조건의 고객 확보를 위한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경남 (lk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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