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워치] 재계 73위 영원무역 친족사들의 ‘엑소더스’, 무슨 일?
자산 6.1조…올해 첫 5조 이상 준대기업 지정
영원무역 8개사 4.3조…42개 친인척사 1.8조
외삼촌家 화신 등 26곳 친족분리…4.6조로 뚝
올해 5월, 공정거래위원회는 패션·유통그룹 영원무역을 준(準)대기업으로 처음 지정했다. 재계 랭킹 73위에 자산총액 6조890억원, 국내 계열사는 50개사다.
자수성가형 오너 성기학(77) 회장이 사업가의 길을 걸은 지 50년째 되는 해 영원무역의 위상을 보여준다. 동시에 친족기업들이 수두룩하게 포진한 사업가 집안의 면모를 내보인다.
내년에도 기업집단 ‘영원(永元․Youngone)’이 명단에 들어 지금처럼 각종 규제와 촘촘한 감시망에 있게 될 지 주목거리다. 외삼촌가(家) 화신그룹을 비롯해 방계가들이 빛의 속도로 떨어져 나가고 있어서다.
영원무역 계열 8개…작년에만 자산 3.5조→4.3조
공정위는 매년 4~5월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공시대상기업집단)을 지정해 발표한다. 자산이 국내총생산(GDP)의 0.5%(올해 10조4000억원)를 넘으면 따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으로 분류한다.
지정시 산출하는 자산은 ‘공정자산’이다. 해외법인을 제외하고 국내 계열사들의 별도재무제표 수치다. 올해 기업집단 영원의 첫 지정은 2022년 말 4조8300억원에서 1년 동안 1조2600억원 늘어난 데 기인한다. 무엇보다 영원무역그룹의 압도적인 성장에서 비롯됐다.
영원 소속 50개사 중 ‘총수’ 성기학 창업주의 직접 지배 아래 있는 계열사는 몇 개 안된다. 8개사다. 영원무역홀딩스와 ㈜영원무역, 영원아웃도어, 스캇노스아시아로 이뤄진 지주 체제 4개사와 직계 가족사 와이엠에스에이(YMSA), 래이앤코(유), ㈜솜톰, 이케이텍 4개사다.
반면 자산은 기업집단 전체 6조890억원 중 71%(4조3200억원)를 차지한다. 2022년 말(3조5000억원)에 비해서도 7700억원 증가했다. 전체 자산 증가액의 61% 또한 영원무역 계열 몫인 셈이다.
중추 계열사 ㈜영원무역의 위력이다. 노스페이스(THE NORTH FACE) 등 해외 유명 브랜드 아웃도어·스포츠 의류 OEM(주문자상표부착방식) 및 스위스 자전거 브랜드 ‘스캇(SCOTT)’ 유통 업체다. 자산(별도)이 2조4100억원으로 작년에만 5100억원 불어났다.
영원아웃도어도 무시할 수 없다. 미국 브랜드 노스페이스 한국총판으로 국내 아웃도어 매출 1위 업체다. 1년 새 자산이 1620억원 증가한 9270억원으로 1조원을 눈앞에 뒀다.
이렇듯 영원무역그룹의 몸집이 불어나고, 여기에 공정거래법에서 기업집단 범위로 정하고 있는 혈족 6촌·인척 4촌 이내의 친족사 등이 합해지자 자산 5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영원무역 외의 계열사가 42개, 자산 1조7600억원 규모다.
대기업집단 지정이 경제력집중 억제의 일환인 만큼 적잖은 규제가 뒤따른다. 계열사 간 출자, 내부거래, 최대주주 및 임원 변동을 수시로 공시해야 한다. 계열사 간 부당 지원과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를 집중 감시받게 된다. 어찌 보면 친족사들의 꼬리를 무는 ‘엑소더스’ 행렬은 예고된 수순이라고 볼 수 있다.
뒤따르는 규제…친족사 ‘엑소더스’ 예고된 수순
화신그룹이 스타트를 끊었다. 성 창업주의 외삼촌 고(故) 정호 창업주 일가 소유의 중견 자동차 부품업체다. 지금은 대를 이어 정 창업주의 2남1녀 중 장남 정서진(56) 사장이 가업을 경영하고 있다.
자동차 섀시 및 바디 제조업체 ㈜화신과 화신정공 등 2개 상장사를 비롯해 8개사가 포진해 있다. 자산이 1조3100억원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영원무역의 준대기업 지정은 화신 때문으로도 볼 수 있다.
다만 화신그룹은 ‘독립경영’을 사유로 올해 5월 말 곧바로 친족분리를 했다. 뒤이어 7월까지 아웃도어 브랜드 OEM 포마트코퍼레이션(자산 669억원), 관장약·소독용에탄올액 주력의 의약업체 그린제약(348억원), 의료 장비·소모품 업체 비앤에스파트너(260억원) 등 18개사 자산 1770억원 규모의 방계가들이 빠져나갔다.
주로 형제사들만 남았다. 대구의 유명 농산물 가공식품 상장사 푸드웰(FOODWELL) 계열이 대표적이다. 성 창업주의 부친인 경남 창녕 양파의 ‘대부(代父)’ 고(故) 성재경(1916~1980) 회장이 설립한 협성농산을 전신(前身)으로 한 방계사다.
푸드웰은 성 창업주의 맏형 성기상(80) 회장과 첫째 남동생 성기준(70) 부회장이 사주다. 성기상 회장의 아들인 오너 3세 성민겸(51) 사장이 대를 잇고 있다. 삼성물산 부장 출신의 막내 남동생 성기인(68) 사장이 경영하는 지류업체 트레이드하우스보고 또한 편입돼 있다.
결과적으로 기업집단 영원 소속 계열사는 현재 친족사 16개사를 합해 24개사로 줄었다. 자산 또한 5조원을 밑도는 4조6000억원으로 축소된 상태다.(▶ [거버넌스워치] 영원무역 ③편으로 계속)
신성우 (swshi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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