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2라운드 논쟁’…금감원·에너빌리티 주주 반대 넘어야

박종오 기자 2024. 9. 3.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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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이 주주 이익 침해 논란을 빚은 지배구조 개편 계획을 일부 철회했으나, 다툼의 불씨가 사그라든 건 아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회사가 합병 과정에 관해 주주를 제대로 설득하지 않은 만큼 그 배경과 목적을 다시 설명하라는 것"이라며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분할 신설되는 회사(밥캣 지분을 보유한 투자회사) 역시 밥캣의 미래 현금 수익 등을 반영해 다시 가치를 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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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밥캣·로보틱스 주식교환 철회했지만
에너빌리티 분할신설회사 ‘주당가치 재산정’ 관건
두산그룹 본사. 누리집 갈무리

두산그룹이 주주 이익 침해 논란을 빚은 지배구조 개편 계획을 일부 철회했으나, 다툼의 불씨가 사그라든 건 아니다. 일반 주주들의 반대가 여전하고 금융 당국의 요구도 과제로 남아서다. 두산 쪽이 계획했던 사업 구조 개편 일정도 밀리게 됐다.

2일 두산로보틱스는 금융감독원에 계열사 합병을 위한 증권 신고서를 다시 내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구조 개편 계획의 일부를 변경하기로 했지만, 밥캣의 모회사를 로보틱스로 바꾸는 골격은 유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두산의 구조 개편안은 현재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 산하의 알짜 자회사인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에 떼어주겠다는 게 뼈대다. 두산 쪽은 이를 위해 ‘분할 합병’과 ‘주식 교환’ 절차를 각각 거치려 했다. 에너빌리티에서 밥캣 지분을 보유한 투자회사를 분할해 로보틱스가 이를 흡수 합병하고(분할 합병), 다시 로보틱스가 자회사 밥캣의 주주 주식을 모두 넘겨받아 흡수하는 그림이다(주식 교환). 그러나 밥캣 주주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두산은 지난달 말 주식 교환을 취소하고, 분할 합병만 원래대로 계속 추진하기로 했다.

문제는 분할 합병 역시 논란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밥캣 주주들은 잠잠해졌지만 밥캣을 로보틱스에 넘겨주게 된 에너빌리티 일반 주주들은 여전히 펄쩍 뛰고 있다.

특히 화근거리가 된 대목은 에너빌리티에서 분할하는 투자회사와 로보틱스 간 ‘합병 비율’(주당 가치 비율)이다. 두산 총수 일가의 실질적 지배력이 높은 로보틱스는 상장사여서 현행 법령에 따라 주가를 기준으로 주당 가치를 정했다. 이 회사 주가는 워낙 고평가된 까닭에 주당 가치도 8만114원으로 산정됐다.

반면 기존 에너빌리티 주주들이 갖는 분할 신설회사(밥캣 주식을 보유한 투자회사) 주식의 주당 가치는 1만221원에 불과하다. 로보틱스의 8분의 1 남짓인 셈이다. 통상 이런 비상장 기업은 주가 대신 현재의 자산가치와 미래 수익성(수익가치)을 고려해 주당 가치를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두산 쪽이 분할 신설회사의 가치를 계산할 때 향후 수익성을 제대로 따져보는 대신 주가가 저평가된 밥캣 지분값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금감원이 앞서 지난달 26일 두산로보틱스에 “투자자 보호를 위한 증권신고서를 정정해서 다시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분할 합병의 구체적인 의사 결정 과정과 내부 논의를 공개하는 건 물론, 로보틱스에 흡수 합병되는 회사의 주당 가치를 재계산해 주주에게 제시하라는 취지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회사가 합병 과정에 관해 주주를 제대로 설득하지 않은 만큼 그 배경과 목적을 다시 설명하라는 것”이라며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분할 신설되는 회사(밥캣 지분을 보유한 투자회사) 역시 밥캣의 미래 현금 수익 등을 반영해 다시 가치를 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경제개혁연대도 논평을 내어 “두산그룹이 내놓은 대안은 논란이 컸던 두산밥캣 주주들을 달래기 위한 것으로 결코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두산 이사회가 회사와 주주 이익을 위한 최선의 방안을 더 늦기 전에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두산이 정정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만큼, 애초 이달 25일로 잡혔던 두산로보틱스와 에너빌리티의 임시 주주총회 일정도 이후로 연기될 예정이다. 두산 쪽은 “주총 일정 등은 정정 신고서와 함께 다시 공시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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