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거주' 불일치하면 모두 '투기수요'?[우리은행發 대출절벽]②
총량 관리 중인 은행으로 '풍선 효과' 확대될 듯
(서울=뉴스1) 김도엽 박동해 김근욱 기자 = # 30대 직장인 A 씨는 지난 2021년 '부동산 광풍' 시기 속 불안감에 수도권 지역에 나오는 부동산 청약에 모두 도전했다. 그러다 우연히 아파트에 청약이 됐다. 처음에는 거주까지 염두에 둔 실수요 목적이었지만 배우자가 출산하면서 양육 등의 문제로 현재 거주하고 있는 지역에 둥지를 텄다. 이후 청약받은 주택은 '완공'이 돼 전세를 내주고 다른 집 전세를 구했는데 올해 12월이면 계약이 만료된다. 하필 주인이 집을 팔겠다며 집을 내놓은 상태라 새 전셋집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맞벌이 부부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지역을 옮길 수도 없는데 집이 한채라도 있으면 전세대출도 막힌다는 소리에 좌불안석이다. 부모님 집에 들어앉아야 하나 생각까지 들며 눈앞이 캄캄하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오는 9일부터 주택을 한 채라도 소유한 경우 전세자금대출을 전면 중단한다. 기존 전세를 연장하는 경우 혹은 8일 이전 전세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을 지급한 경우가 아니라면 전세대출을 받을 수 없다. 그럼에도 대출을 받으려면 '기존 주택을 처분한다'는 확약서를 작성해야 한다. 사실상 '무주택자'만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민간 은행권에서 무주택자에게만 전세자금 대출을 내주기로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20년 1월부터 9억 원을 초과하는 유주택자의 공적보증을 제한해 전세대출을 제한하는 경우 등 정부 주도의 대책은 있었으나, 민간에서 중단해 버린 건 처음인 것이다. 은행권에서 '우리은행이 초강수 카드를 던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 2020년부터 이어진 부동산 폭등 시기에 각 은행이 내놨던 '영끌' 대책에서도 전세대출을 막은 적은 없었다.
최근 신한·국민 등 시중은행은 주담대 제한을 넘어 '조건부 전세대출'을 추가로 내놨는데, 이 경우에도 '임대인 소유권 이전' 등 투기성 자금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는 범위로만 한정했다.
우리은행은 이를 넘어 한 채만 보유하며 전세를 내주고 있는 고객도 갭투자 성격이 있는 일종의 '투기 수요'로 본 것이다. 주택 구입 여력이 부족하면서도 전세를 껴 '똘똘한 한 채'를 보유하고 있는 갭투자성 수요와 동일하게 간주한 것.
일례로 A 씨는 1주택자라 다른 지역에 전세를 들어 살다가 퇴거해야 하는 경우 추가 전세대출을 받을 수 없다. 그럼에도 전세대출을 받으려면 A 씨는 기존 주택을 처분한다는 조건으로 우리은행과 확약서를 작성해야 한다. 전세대출을 받으려면 한 채 있는 아파트를 팔아야 할 판이다.
다만 부동산 시장 회복세를 보이는 현재 '차익 실현'을 감안하면 기존 주택 처분 선택을 하기에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남은 방안은 기존 임대인을 설득해 전세계약을 연장하거나 기존 주택으로 돌아가 실거주하는 것이다.
주택 보유 여력이 없음에도 갭투자성으로 전세자금대출을 받은 경우 기존 주택을 '급매'로 내놔야 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전세대출이 막혀 목돈 마련이 어려우면 어쩔 수 없이 '월세'로 돌려야 하는 경우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현재는 우리은행만 중단하기로 한 상태라 A 씨는 다른 은행을 통해 전세대출을 받으면 된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은행별 총량 규제를 지키라는 기조 속, 다른 은행은 우리은행발 대출 수요가 흘러 들어오는 것을 지켜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주요 5대 은행이 지난 7~8월 대출금리를 서로 연이어 올리기도 했는데, 은행 한 곳이 실시하면 '풍선 효과'를 고려해 다른 은행도 뒤따라 시행할 수밖에 없는 구조기 때문이다.
이처럼 시중은행이 모두 비슷한 대책을 실시할 경우, 시중은행을 넘어 지방은행, 인터넷전문은행, 2금융권 등으로 전세대출 수요가 번질 수 있다. 이 경우 A 씨 같은 시중은행 대비 비싼 고금리로 2금융권 전세대출을 받아야 한다.
A 씨 이외에도 '전세난민' 등 다양한 사례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재건축·재개발 지역 내 빌라 등을 매입 후 전세를 주고, 전세대출로 다른 지역에 전세로 살다가 퇴거해야 할 경우 빌라 처분을 원치 않으면 전세 계약 만기에 따라 보유 중인 빌라로 들어가야 할 실정이다. '똘똘한 한채'를 갖기 위해 재건축·재개발 매물을 사놓고, 전세살이로 10년 이상 '몸테크'하는 집주인들은 걱정이 앞선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실거주 목적으로 주담대를 받는 수요보다, 시세 차익을 노려 아파트를 구입한 후 전세를 내놓는 전형적인 갭투자 수요가 더 강할 수밖에 없다"며 "(현재는) 실수요자가 아닌 이상 투기 세력으로 규정해 규제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우리은행이) 투기 수요를 막기 위한 하나의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doyeo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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