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나의 배터리ON] 로봇·AI로 `캐즘` 이겨내는 에코프로 포항캠…"이제 배터리 도시"

박한나 2024. 9. 3.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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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프로이엠의 자동화물류창고. 에코프로이엠 제공.
에코프로 포항캠퍼스 전경. 에코프로 제공.
에코프로 AGV. 에코프로 제공.

[편집자주] '박한나의 배터리ON'은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배터리 분야의 질문을 대신 해드리는 코너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을 비롯해 배터리 밸류체인에 걸쳐 있는 다양한 궁금증을 물어보고 낱낱이 전달하고자 합니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이 둔화된 상황에서 에코프로는 어떻게 캐즘을 극복하며 포항캠퍼스의 생산능력을 유지하고 있나요? 또 에코프로가 포항 영일만 산업단지에 선제적으로 투자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지난달 30일 찾은 경북 포항시 영일만산업단지 내 에코프로 포항캠퍼스. 에코프로이엠의 물류창고에 들어서자 마치 거대한 시계 속으로 들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25m 높이로 이뤄진 10개 선반에는 초록색 양극재들과 형형색색의 원재료들이 질서정연하게 놓여있었고, 리프트처럼 보이는 스태커 크래인이 원재료를 선반에서 꺼내고 있었습니다.

초록색 양극재는 주황색 무인운송차량(AGV)에게 실수 없이 전달됐습니다. 바닥에는 10여대의 AGV가 양극소재 6공장(CAM6)과 물류창고를 오가며 양극재와 원재료들을 분주하게 나르고 있었습니다. AGV는 무려 2000톤까지 들어 올릴 수 있습니다.

박동혁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대외협력팀 수석은 "포항캠퍼스는 각 공장마다 이 같이 자동화된 물류창고를 하나씩 두는 구조로 AGV는 전체 약 수백대"라며 "창고는 셀 단위로 1만톤의 양극재를 보관할 수 있는 규모로 증설할 때마다 AI프로그램 등으로 자동화율을 높이도록 설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포항캠퍼스는 전기차 캐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쉼 없이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가동률이 예전보다 낮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양극 소재와 전구체, 수산화리튬 등의 제조 설비와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설비를 한 곳에 집적해 제조 단가를 절감함으로써 전방 산업의 수요 둔화를 잘 극복하고 있는 셈입니다.

포항캠퍼스에는 양극재를 양산하는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이엠을 필두로, 전구체 원료와 제품을 생산하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수산화리튬을 제조하는 에코프로이노베이션, 산업용 산소와 질소를 양산하는 에코프로에이피,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영위하는 에코프로씨엔지 등 총 6개의 가족사가 입주해 있습니다.

또 포항캠퍼스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면 공장과 공장을 잇는 파란색과 빨간색의 파이프라인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원재료와 제품간 이동을 파이프 라인으로 연결해 물류 비용 절감 등 원가 절감 효과를 내고 있는 것입니다.

에코프로에게 포항캠퍼스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 곳입니다. 에코프로는 2017년 철강의 도시였던 포항 영일만 산업단지에 선제적으로 투자를 결정했습니다. 당시 이곳은 포항시가 조선 기자재 산업을 위해 조성했지만 관련 기업들이 입주하지 않아 오랜 기간 비어있었습니다. 에코프로가 모범사례가 되면서 현재는 이차전지 산업의 중심지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에코프로는 2017년부터 경북 포항 영일만 산업단지에 약 2조원을 투입해 연 16만톤 수준의 양극재를 양산할 수 있는 포항캠퍼스를 구축했습니다. 현재 1~3캠퍼스를 가동 중이며 4캠퍼스 증설까지 마무리되면 총 15만평에 달하는 대규모 양극 소재 생산 단지를 구축하게 됩니다.

여기까지 오는 데는 창업주인 이동채 전 회장의 강한 의지가 주효했습니다. 포항이 고향인 이 전 회장은 기반시설을 이미 갖추고 있다는 점과 국제 컨테이너 항만이라는 포항의 잠재력을 일찍이 파악했습니다. 여기에 생태계 구축의 필요성을 확신한 만큼 내부의 반대를 무릎쓰고 밀어붙인 게 지금의 캐즘을 버티고 있는 체력을 만들었다는 평가입니다.

에코프로의 양극재 생산능력은 포항캠퍼스의 생산능력과 효율적인 공정 시스템을 기반으로 2016년 연 6000톤 수준에서 지난해 말 기준 연 19만톤으로 증가했습니다. 당장 내년에 포항캠퍼스 4공장까지 준공되면 양극재 27만톤과 전구체 11만톤, 수산화리튬 2만6000톤을 생산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이차전지 산업단지가 됩니다.

무엇보다 현장에서 본 포항시는 이제 더 이상 철강의 도시가 아니었습니다. 이차전지의 도시라고 봐도 무방해 보였습니다. 포항이 지난해 이차전지 특구로 지정된 데 이어 최근에는 기회발전특구로 지정된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현재 증설 중인 에코프로 4캠퍼스 바로 뒤에는 실제 포스코그룹과 CNGR이 전구체 생산공장이 건설 중이었습니다. GS건설 자회사인 에너지머티리얼즈도 폐배터리 재활용 공장을 짓고 있었습니다.

오재영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대외협력팀 팀장은 "에코프로는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와 NCM(니켈·코발트·망간) 두 소재를 하이니켈계로 동시에 양산하는 전 세계 유일한 회사"라며 "여기에 비단 양극재만 만드는 게 아니라 전 세계 최초로 포항캠퍼스에 저희가 클로즈드 루프 시스템으로 부르는 밸류체인을 사업화한 것인데 이를 블루배리산단과 해외로 이식해 시너지를 극대화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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