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원전에 대한 ‘가스라이팅’ [프리스타일]

이오성 기자 2024. 9. 3.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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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팅하우스와의 지식재산권(로열티) 문제, 한국수출입은행의 지원 여부, 유럽 및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의 흐름 등 관련 쟁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경제적으로는 물론 기후위기 대응에서도 원전이 더 이상 대안이 아니라는 지적이 차고 넘치는데, 한국에서는 원전 논쟁이 물밑으로 가라앉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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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서울 중구에 내건 체코 원전 수출 축하 현수막. ⓒ시사IN 이명익

본래 체코 원전 기사(〈시사IN〉 제882호 ‘체코 원전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 기사 참조)를 쓸 계획이 없었다. 여러 언론과 단체에서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으리라 여겼다. 그런데 원전 수주를 기정사실화하는 현수막이 걸리는 와중에도 비교적 잠잠했다. 동해 유전 개발 발표 때와는 너무 달랐다. 진보당을 빼면 원내 야당도 조용했다. 대다수 기후 및 환경 NGO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식재산권(로열티) 문제, 한국수출입은행의 지원 여부, 유럽 및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의 흐름 등 관련 쟁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경제적으로는 물론 기후위기 대응에서도 원전이 더 이상 대안이 아니라는 지적이 차고 넘치는데, 한국에서는 원전 논쟁이 물밑으로 가라앉은 느낌이다. 한 NGO 관계자가 말했다. “지친 것 같아요. 저쪽은 지치지도 않고 열심히 원전에 대해서 떠드니까요.”

‘저쪽’은 누구인가. 전국 10여 개 대학의 원자력 관련 학과 교수와 학생, 원전 산업계 관계자,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비롯한 공공기관 종사자들이 그들이다. 그들에게 ‘원전 르네상스’를 외치는 윤석열 정부의 등장은 천군만마다. 2011년 후쿠시마 사태 이후 위축돼 있던 그들에게 반전의 순간이 온 셈이다. 사활을 건 이들과 맞서기에 탈원전 세력은 확실히 지쳤는지도 모르겠다. 앞서의 NGO 관계자는 “우리 사회가 원전 찬성론에 가스라이팅을 당한 것 같다”라는 말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찬반이 갈린다. 김정호 의원(김해 을)은 원전 수주가 실익이 없고 기후 대응에서도 원전이 철 지난 해법이라며 반대한 반면, 허성무 의원(창원 성산)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핵발전 불가피성 등을 이유로 찬성했다. 두 의원은 모두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이다.

기사가 나간 뒤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 측에서 연락이 왔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문의한 결과 “체코 측의 금융지원 요청이 있을 경우, 사업 거래 조건이 심사 요구사항을 충족하는 범위 내에서 금융지원을 신중하게 검토할 계획”이라는 답변을 얻었다는 것이다. 체코 정부가 재원을 조달할 것이라는 장관의 말과 달리 한국수출입은행이 체코 정부에 돈을 지원할 여지가 있음을 확인한 셈이다. 체코 원전을 둘러싸고 물밑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우리는 거의 모른다.

이오성 기자 dodash@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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