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여성영화제에 성소수자 영화 안돼”
대전시가 보조금 지급을 이유로 지역 여성단체들이 양성평등주간을 맞아 진행하는 여성영화제의 성소수자 관련 작품 상영 중지를 요구해 반발을 사고 있다. 여성단체는 “표현의 자유 침해이자 차별 행위”라며 보조금을 거부하고 계획대로 영화제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3일 대전여성단체연합에 따르면 대전시는 지난달 30일 여성단체연합 측에 오는 5∼6일 열리는 대전여성영화제의 상영작 교체를 요구했다. 상영작에 포함된 장편영화 <딸에 대하여>가 성소수자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어 시 보조금 사업으로 진행되는 영화제에서 상영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이유에서다.
대전시는 단체에 보낸 공문을 통해서도 “지방보조금 사업으로 수행 중인 대전여성문화제 상영 작품 중 일부에 대해 언론 보도와 민원 제기 등 논란이 있다”면서 “지방보조금 보조사업 목적에 부합될 수 있도록 콘텐츠 변경 등 보완해 시행해 줄 것을 협조 요청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대전여성단체연합은 ‘2024년 성평등주간 대전여성문화제’ 행사의 일환으로 여성주의 강좌와 여성영화제를 계획하고 있다. 이 행사에는 대전시가 보조금으로 1350만원을 지원한다.
이틀 간 진행되는 여성영화제에서는 단편영화 4편을 포함해 모두 10편의 영화를 상영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대전시가 상영 중단·교체를 요구한 <딸에 대하여>는 마지막 상영작이며, 감독과의 대화도 예정돼 있다. 이 영화는 성소수자 딸을 둔 중년 요양보호사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부산국제영화제와 서울독립영화제 등 다수의 영화제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대전여성단체연합은 대전시가 이 영화에 대한 상영 중단을 요구하자 보조금 수령을 거부하고 자체적으로 올해 여성문화제 행사를 일부 축소해 진행하기로 했다.
대전여성단체연합은 성명을 통해 “상영작 검열은 표현의 자유 침해이며, 혐오를 조장하는 일부 기독교계의 민원을 이유로 드는 것은 혐오 행정이자 차별 행위”라며 “우리는 영화 상영을 철회할 수 없고 검열과 혐오를 방관·동조하는 것에 반대하기에 보조금 전액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전시의 인권침해 행정, 혐오 행정을 묵과하지 않고 차별과 혐오에 맞서 싸울 것”이라며 “혐오세력과 혐오를 부추기는 정치가 우리를 갈라치려 할수록 우리는 단단히 맞서 싸우고 함께 연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종섭 기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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