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 맹그로브 숲 사라지면 인간 삶도 파괴
소금물서 자라 바다와 육지 완층지대
기후변화, 개발로 사라지자 주변 인간들도 타격
뱅골만을 따라 인도와 방글라데시에 넓게 펼쳐져 있는 순다르반스 국립공원은 한때 세계에서 가장 크고 울창한 맹그로브숲을 자랑했다. 맹그로브는 밀물과 썰물이 있는 아열대와 열대 해안에서 자라는 관목식물로 소금물에서도 잘 자란다. 맹그로브숲은 바다와 육지의 완충지대 역할을 하며 각종 어류와 해안 동식물에게 먹이와 피난처 역할을 해왔다. 폭풍에 취약하고 해수면 상승 위험에서 인간 사회를 보호하는 방어벽이기도 하다. 전 세계 인구 가운데 24억명이 맹그로브 생태계에 의존하고 있다.
최근 수십년 간 인간의 개발과 기후변화 영향으로 맹그로브숲이 전성기의 절반 수준만 남아 있다. 숲이 사라지자 인간의 삶도 황폐해졌다. 맹그로브숲이 사라지고 있는 순다르반스에 사는 소녀도 무방비 상태에서 열대성 저기압인 사이클론에 집을 잃었다. 민간기구인 맹그로브 행동 프로젝트는 올해 맹그로브 사진상(Mangrove Photography Awards) 대상에 인도 사진작가 수프라팀 바타차르지가 망연자실한 표정의 소녀를 찍은 작품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작가는 “소녀의 모습은 수천 가지 질문을 던지는 것과 동시에 많은 해안가 지역 사회가 기후변화와 해수면 상승에 완전히 노출돼 있다는 점을 그대로 드러낸다”고 말했다. 올해 10회째를 맞은 맹그로브 사진전은 맹그로브와 인간, 동식물을 주제로 한 가장 권위 있는 사진대회다. 올해는 전 세계 74개국에서 작품 2500건이 출품돼 인물과 풍경, 수중, 위협과 야생, 보존노력 등 6개 분야에서 우승자를 뽑았다.
◇동식물의 수호자 맹그로브숲
인물 부문의 우승은 요하네스 판지 크리스토 작가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메그부 부간(Mebuug Buugan)’으로 불리는 전통 목욕을 하며 맹그로브숲에서 채취한 진흙을 뒤집어 쓴 원주민을 찍은 사진이 차지했다. 매년 3월 힌두교 새해 첫날 발리섬에서는 사람들이 집에 머물며 자기성찰하는 ‘침묵의 날 축제’가 열린다. 그 다음날 열리는 목욕 의식은 감사와 풍요로움을 기도하기 위해 열린다. 작가는 발리 덴파사르시 외곽 케동아난마을에 사는 한 남성이 전통의상인 사롱을 입고 머리장식을 하고 진흙을 몸에 바르는 순간을 포착했다.
준우승은 인도 작가 우파마뉴 차크라보르티가 위성 추적기를 몸에 붙인 채 방생을 기다리는 바타그루거북(Batagur baska)을 찍은 사진에 돌아갔다. 맹그로브숲이 있는 순다르반스 지역에선 2012년부터 멸종 위기에 처한 바타그루거북의 보존번식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밀렵 방지와 인공 부화 끝에 순다르반스 강 어귀는 네손가락거북의 마지막 보금자리가 됐다. 2022년부터는 부화한 알에서 깬 거북들을 야생으로 되돌려 보내고 추적 관찰하는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맹그로브 나무는 극한의 건조 지역에서도 산다. 올해 풍경 부문의 우승은 아랍에미리트(UAE) 작가인 아마르 알사예드 아메드가 사막 오아시스의 구불구불한 물길을 따라 양편에 맹그로브 나무들이 늘어선 모습을 찍은 사진이 차지했다. 굽이굽이 우아하게 흐르는 물길과 군데군데 군락을 이룬 맹그로브들이 묘한 조화를 이룬다.
준우승은 보존 사진작가 산티아고 길베르트 이세른이 멕시코 유카탄 반도의 시안카안 자연보호 구역 위를 비행기를 타고 날며 포착한 맹그로브숲의 독특한 패턴이 차지했다. 작가는 우기가 시작될 무렵 보호 구역 상태를 기록하기 위해 비행에 나섰다가 석호 주변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생태계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맹그로브의 나뭇잎이 분해되면서 나타난 녹색과 주황색이 강렬한 이미지로 탄생했다.
◇폭풍 해일의 마지막 방어벽
야생 부문에선 미국의 자연복원 학자이자 사진작가 마크 이언 쿡이 플로리다만의 맹그로브숲 주변에서 큰돌고래(bottlenose dolphine)가 흙탕물로 숭어를 사냥하는 순간을 포착한 사진이 우승을 했다. 큰돌고래는 숭어를 발견하면 한 마리가 무리에서 나와 주위를 맴돌며 꼬리로 바다 밑바닥의 퇴적물을 걷어차 고리 모양의 흙탕물을 일으킨다. 숭어는 흙탕물에 갇히거나 그 안에서 헤엄치기 싫어해 물에서 뛰어올라 맑은 물로 가려는 습성이 있다. 큰돌고래는 물고기가 뛰어올라 맑은 물로 가려는 순간을 포착해 먹잇감을 놓치지 않는다.
준우승은 다리 역할을 하는 가슴지느러미로 맹그로브숲 주변 갯벌을 뛰어 다니는 말뚝망둥어를 찍은 자얀타 구하 작가의 사진이 차지했다. 말뚝망둥어는 맹그로브숲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발견되는 물고기 중 하나다. 이 물고기는 입과 아가미의 방에 물을 담아 숨을 쉬기도 하지만 피부로도 호흡을 한다. 물이 빠진 뒤에도 갯벌에 남아 오랜 시간을 보내며 육지에 적응하도록 진화했다. 선정위원회는 “작가가 키가 크고 다채로운 풀숲 사이를 걸어가는 망둥어가 우리를 그림 같은 세계로 이끌고 있다”고 평가했다.
위협 부문의 우승은 홍수에 반쯤 잠긴 집에서 허망한 표정으로 바깥을 바라보는 주민을 찍은 사진작가 디파얀 보스에게 돌아갔다. 서뱅골 순다르반스에서 촬영된 이 사진은 맹그로브 숲이 파괴되면서 열대성 저기압과 해수면 상승을 막을 ‘최후의 방어벽’이 무너진 모습을 생생히 그렸다.
준우승은 미국의 사진가 제프 토머트가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우주센터에서 스페이스X 재사용 로켓 팰컨9이 맹그로브숲 너머로 발사되는 순간을 포착한 사진이 차지했다. 사진은 스페이스X 발사 시설 근처에서 촬영됐는데 이 지역은 최근 잦은 로켓 발사로 강과 석호, 해안가 동식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수중 부문에선 영국령 바하마 제도에 사는 맹그로브 나무 뿌리의 복잡한 세계를 포착한 사진이 우승작에 선정됐다. 사진작가 올리비에 클레멘트는 거북이가 만조 때 맹그로브 나무들의 미로 같은 뿌리 사이를 우아하게 헤엄치며 밤을 보낼 피난처를 찾는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준우승은 미국 작가 닉 콘존이 플로리다의 골든 코스트 인근 맹그로브 섬의 지하 굴에서 다이아몬드거북이 나오는 모습을 포착한 사진이 선정됐다. 이 거북은 달팽이와 게, 조개를 잡아먹어 맹그로브 나무들이 다치는 것을 막는 보호자 역할을 한다. 작가는 “만에 하나 맹그로브 숲이 없다면 거북은 해안에 가깝게 살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맹그로브숲 파괴한 대가는 “혹독했다”
보존 이야기 부문의 우승은 침수된 해변가에서 젖은 빨래를 말리는 모습을 통해 기후위기로 어려운 인도네시아 데마크 리젠시의 삶을 담은 지아코모 도를란도 작가에게 돌아갔다. 이 지역은 해안을 보호하던 맹그로브숲을 베고 양식 연못이 그 자리에 들어서면서 바다가 거주지를 집어 삼켰다. 주민들은 뒤늦게 맹그로브숲을 회복하는 일이 자신들의 삶을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복원 노력을 하고 있다.
준우승은 사진작가 라지 하사날리가 마다가스카르 마중가 지역의 농촌 공동체가 맹그로브 숲을 복원하는 활동을 기록한 작품에 돌아갔다. 작가는 “지역사회가 맹그로브 나무를 베어내면서 점점 더 격렬해지는 사이클로트론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고 어업을 지켜내는 것이 어려워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맹그로브 생태계 복원에선 민간기업보다 지역사회가 긴밀히 협력하는 방법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선정위원회는 맹그로브 복원 현장을 취재하는 25세 이하 사진작가를 위한 상도 주고 있다. 올해 젊은 맹그로브 사진작가 우승은 호주 작가 니컬러스 알렉산더 헤스가 다중노출 방식으로 밤에 맹그로브 숲에서 포착한 다양한 이미지를 담은 사진이 차지했다.
작가는 “썰물 때 맹그로브 숲에서 마주친 어린 바다악어 외에도 더 많은 이미지를 포착하고 싶었다”며 “다중노출 모드로 악어 눈 이미지에 맹그로브 숲에서 발견되는 더 많은 이미지를 포착했다”고 말했다. 준우승은 인도 작가 테자 얀트라팔리가 주변이 모두 경작지로 바뀐 인도 맹그로브 숲의 위태로운 모습에 돌아갔다.
참고자료
UNEP(2024), https://wedocs.unep.org/20.500.11822/4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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