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허가 받아도 삽 못 뜬 지방 PF사업장 늘었다
지방 착공 주택, 수도권보다 1만가구 부족
올해 1~7월 지방에서 인허가를 받고도 착공하지 못한 주택 물량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개발사업자(디벨로퍼)들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공사비 부담 증가 등으로 섣불리 공사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발표한 올해 7월 주택통계 자료에 따르면 올해 1~7월 전국 인허가 주택 물량은 17만1677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22.8%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국 착공 물량은 14만3273가구로 전년 대비 27.5% 증가했다.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과 지방 모두 올해 1~7월 인허가 주택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21.2%, 23.9%씩 줄었다.
지방 인허가 물량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도권에 비해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1~7월 지방 인허가 물량은 10만2000가구로 수도권(6만9000가구)과 비교하면 3만가구 이상 많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도 지방은 13만4000가구로 수도권(8만8000가구) 보다 인허가를 받은 주택 물량이 4만가구 넘게 많았다.
올해 1~7월 지역별 착공 주택의 경우 수도권과 지방 모두 27% 이상 늘어났다. 수도권이 7만9000가구, 지방은 6만4000가구다. 인허가 주택은 지방이 수도권보다 많았지만, 실제 착공 주택은 수도권이 1만5000가구 이상 많은 것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역시 수도권은 6만2000가구로 지방(5만가구)보다 1만2000가구 넘게 착공 물량이 많았다.
조영광 대우건설 빅데이터 연구원은 “올 1~7월 인허가 물량은 지방이 수도권보다 많았고, 착공 물량은 수도권이 지방보다 더 많았다”며 “이는 지방에 부실 사업장이 많아 관청의 허가를 받았더라도 실제 착공하지 못한 사업장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개발업계에서는 특히 지방에서 인허가를 통과해 착공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개발사업 초기 단계에 실행하는 브릿지론(브릿지대출)을 연장하며 버티는 사업장들이 즐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수도권에서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한 시행사 임원 A씨는 “시공사들이 지방쪽 사업장이라고 하면 난색을 표한다”며 “아직까지 지방 부동산 시장이 준공 후 미분양에 시름을 앓고 있다보니 금융권에서 본 PF 대출을 승인해주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또 지방에서 본 PF 대출 조건으로 금융권이 요구하는 책임준공을 신탁사나 시공사로부터 보장 받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부동산 개발업계의 시각이다.
지방에 사업장을 보유한 한 시행사 대표 B씨는 “지방 사업장에서 금융권의 본 PF 대출을 받으려면 신탁사나 시공사가 책임준공 확약을 체결해야 하거나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또는 한국주택금융공사(HF) 보증을 받아와야 한다”면서도 “HUG‧HF 보증을 받으려면 시세보다 매우 낮은 수준의 분양가를 제시해야 하는데 그러면 사업 수지가 안 맞고, 신탁사는 책임준공이 아예 막혔다”고 했다.
B씨는 이어 “시공사도 대형건설사 몇 곳 밖에 책임준공이 안되는데 지방 등 수도권이 아닐 경우 매우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하고 있다”며 “지방에서는 사업장 입지가 매우 좋다거나 낮은 분양가로 상품성을 높이지 않으면 본 PF 대출이 안 나온다”고 설명했다.
공사를 강행하더라도 건설에 필요한 공사비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시장 회복을 기다리며 착공을 미루고 있는 지방 사업장도 많다.
부동산 개발업계 관계자는 “분양 시장이 살아난 수도권에 비해 지방은 아직도 준공 후 미분양도 상당하기 때문에 본 PF 대출을 받아 착공을 밀어붙이더라도 분양이 된다는 보장이 없다”며 “착공과 함께 분양을 했는데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하면 분양대금이 안 들어와서 공사비를 감당할 자금이 없기 때문에 결국 디폴트를 선언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수도권은 그나마 과거에 높은 분양가를 책정했더라도 공급 부족 영향으로 현재 분양 물량이 상대적으로 잘 소화되고 있다”면서도 “지방은 공급 과잉 여파로 미분양 적체가 심한 상태라 기존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전반적으로 해소돼야 분양 시장이 살아나고 착공이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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