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개원식 불참에 불편한 與, '의료 대란' 인식도 시각차

CBS노컷뉴스 황영찬 기자 2024. 9. 3.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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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22대 국회 개원식 불참…1987년 이래 처음
여야 대표 회담 협치 물꼬 평가 속 정반대 행보 평가
오히려, 이재명 '계엄' 발언 맹폭하며 "대표직 걸어라"
대통령실 '응급실 뺑뺑이' 일축 당일, 韓 응급실 현장 방문
與 내부 커지는 '불안' 목소리 의료대란 정부와 시각차 확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22대 국회 개원식 겸 제418회 국회(정기회) 개회식에서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선서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제22대 국회 개원식에 불참한 것을 두고, 국민의힘 내에서도 아쉽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여야 대표 회담을 통해 긴급한 민생 현안에 대해 최소한의 협치를 하기로 첫발을 뗀 것과는 정반대의 행보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2일 윤 대통령의 국회 개원식 불참에 이어 전날 여야 대표 회담 과정에서 제기된 의제에 대해 비판하면서 불편한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여당은 용산 대통령실과 일부 독자적인 기조를 이어가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이날 오후 응급의료 현장을 긴급 방문했다. 대통령실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응급실 뺑뺑이" 발언을 비판한 가운데 이뤄진 행보다. 다만 한 대표는 이 대표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 임명의 배경으로 지적한 '계엄 의도'에 대해선 강하게 비판했다.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선 한 대표가 발의 의사를 드러냈다는 야당과 사실 무근이라는 여당의 해석이 엇갈렸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정국이 얼어붙을 것이라는 예상에 더해 당정 관계에 있어서도 심상치 않은 기운이 퍼지고 있다.

尹, 1987년 이래 첫 개원식 불참…대통령실은 李 발언 맹폭

연합뉴스

국회는 이날 22대 국회 개원식을 열었다. 여야의 극한 대립 속 22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 지 96일 만에 정식으로 국회의원 선서를 하게 된 것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개원사를 통해 "갈등하고 대립하는 속에서도 할 일은 하는 것이 정치"라며 "갈등이 깊을수록 국민의 눈으로 보고, 해법이 어려울수록 국민의 목소리를 담겠다"며 민심에 귀를 기울이는 협치를 강조했다.

그런데 이날 개원식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불참했다. 대통령이 국회 개원식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1987년 개헌 이래로 처음이다.

전날 대통령실이 밝힌 불참 사유는 "특검, 탄핵 남발하는 국회를 먼저 정상화시키고 초대하는 것이 맞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살인자 망언을 서슴치 않고 사과도 없다"라고도 했다. 민주당 전현희 의원이 최근 윤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여사를 향해 '살인자'라고 발언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윤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탄핵, 망언 등이 횡행하는 상황 속 야당 의원들을 상대로 진행하는 연설은 의미가 없다는 취지로 읽힌다.

대신 불참을 결정한 대통령실은 전날 여야대표 회담에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언급한 '계엄 준비' 발언을 소환하며 논쟁에 불을 붙였다. 대통령실은 이날 "무책임한 선동이 아니라면 당대표직을 걸고 말하시라"며 "근거가 없다면 괴담 유포당, 가짜뉴스 보도당이라고 불러도 마땅하다"고 했다.

이 대표가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로 사망자가 증가했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명확한 근거 없는 주장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응급 의료현장을 지키고 있는 의료진 사기를 저하시킬 수 있고, 불필요한 국민 불안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일축했다.

정국 경색 우려↑…韓은 '응급실 뺑뺑이' 확인, 당정관계도 평행선

응급의료센터 방문한 한동훈 대표.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공식적으로는 대통령이 불참할만해서 불참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국민의힘 신동욱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MBC라디오에서 "극언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개원식에 연설을 할 수 있겠는가, 적절하겠나는가 이러한 이야기들이 많이 있었다"고 말했다. '계엄 준비' 발언도 과도한 발언이라는 데에 공감대가 있다.

다만, 당내에서는 윤 대통령이 개원식에 불참한 것을 넘어 이재명 대표가 '계엄'을 꺼내들고, 대통령실이 공개 반박에 나서면서 정국이 얼어붙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의 한 재선의원은 "매일 싸우기만 하다가 국민들에게 이제 물꼬를 튼다는 점을 보여주나 싶었는데, 하루도 못 갈 상황 아니냐"며 "국민들에게 정치 혐오감만 키워줄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윤 대통령에 대한 국정수행 지지도와 여당에 대한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는 등 국민들의 실망감이 커지는 가운데, 일련의 사태로 타협이나 포용과 같은 정치력 대신 '불통' 이미지만 강화되고 있다는 부담감도 나온다.

또다른 중진의원은 "의료 대란도 큰 걱정이고, 궁극적으로는 경제가 가장 큰 문제인데, 대화의 폭을 넓혀야 하는 시점"이라며 "하지만 대통령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는 점만 눈에 띄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한동훈 대표는 이날 비공개 일정으로 서울의 한 대형 병원 응급실 현장을 방문해 응급 의료 체계 운영 현황을 점검하고 의료진들을 격려했다. 대통령실이 '응급실 뺑뺑이' 주장을 일축한 당일 이뤄진 일정이다.

한 대표 측은 응급실 상황이 관리가 가능하다는 정부 인식이 틀렸고, 대안이 필요한 심각한 시점이라는 점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의정갈등을 둘러싼 당정관계의 입장차이가 지속적으로 드러나는 것을 넘어 더 커지는 양상이다.

영남권의 한 의원은 "실제 다른 의원들도 지역구에서 불안하다는 목소리를 접하고 있어서 그런지, 의료 대란과 관련해 정부 입장을 무조건 옹호하는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희박한 것이 사실"이라며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검토했으면 하는데, 대통령실과 한 대표가 서로 누가 맞는지 보자는 식으로만 나서니 답답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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