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李 '공통공약협의체'…험악한 정기국회 속 무엇을 할 수 있나
2일 행안위 전체회의서 '지구당 부활' 법안소위 논의토록 상정
공통 공약 있지만 앞으로 협의 필요…민생 정책 방향 차이 등이 변수
'일극 체제' 李, '당정갈등' 휩싸인 韓…적극 추진 가능할지 의문도
9월 정기국회가 시작되면서 여야 당 대표 회담에서 합의된 '공통 공약 협의기구'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22대 국회는 임기 시작 3개월만인 2일에서야 겨우 개원식이 열렸지만, 1987년 민주화 이래 처음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불참하는 등 이미 험로가 예고된 상황이다. 때문에 공통 공약 협의기구도 양당의 정책적 판단과 대표들의 당 내 입지 등에 실효성 여부가 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지구당 부활'을 두고 여야 '협치'의 물꼬가 트였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지난주 '간호법' 합의 처리, '지구당 부활'은 법안소위로…'협의기구' 본격 시동?
양당은 이같은 합의를 계기로 민생 법안(비쟁점 법안)들에 대해 양당 정책위의장을 중심으로 한 창구를 만들 예정이다. 쟁점이 있어 강하게 날을 세울 수밖에 없는 의제들은 피해 가고, 민생 등 이견이 적고 시급한 문제들은 기구를 통해 합의 처리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 합의를 이룬 것이다. 민주당 정책위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민생 과제나 총선 공통 공약 같은 것을 정치 상황과 무관하게, 국민들을 위한 선물로 해 나갈 수 있는 여지는 열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주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의 총파업이 다가온 상황에서, 여야가 본회의 전날까지 간호법을 협의해 결국 법을 통과시킨 것이 바람직한 전례로 작용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간호법 통과 뒤 보건의료노조는 총파업을 사실상 철회했고, 이 법을 통해 진료지원(PA) 간호사의 업무도 법으로 보호받게 되면서 의료 대란을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날 국회 행안위도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김영배 의원이 대표발의한 정당법·정치자금법·공직선거법,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 대표발의한 정당법·정치자금법을 포함해 140여개 법안을 법안소위에서 논의하도록 상정했다. 앞서 회담에서 한 대표와 이 대표가 지구당제 도입에 대해 적극 협의하기로 했는데, 이를 반영한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지난 4.10 총선에서 인구부 신설, 육아휴직 자동개시 의무화, 온누리상품권 발행 규모 확대, 반도체 특별법 등에서 공약 공통점을 보였다. 두 당 모두 수권 경험이 있는 거대 정당인 만큼 일부 쟁점 사안들을 제외하면 다수의 민생 정책 분야에서는 공통분모가 상당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 지도부 소속의 한 의원은 "얼마 전 민생 관련 주요 법안을 합의 처리한 사례를 봤을 때 협의 채널을 잘 가동하면 가시적인 성과는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양당 '민생정책' 방향엔 차이…당 장악 못한 韓, '일극 체제' 李 추진력 차이도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공통적인 공약을 정리해 두긴 했지만, 당장은 구체적으로 협의가 진행되진 않았다"며 "앞으로 차근차근 협의해서 이견이 없는 것은 처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지구당 부활'로 일단 물꼬를 트긴 했지만, 협의기구에서 어떤 법안을 우선적으로 처리할지에 대해 앞으로도 여러 과정의 논의가 필요함을 시사하는 언급이기도 하다.
양측은 민생을 최우선에 두겠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보이고 있지만, 정책의 시행 방향 등 구체적인 부분에선 다소 차이가 있다는 점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민주당은 지난달 말 열린 2024년 정기국회 워크숍에서 "우리 경제의 가장 큰 걸림돌은 내수 부진"이라며 "소비 내수 진작을 위한 적극적 재정 역할이 필수"라고 경제 정책의 방향성을 밝혔다. 현재 당론으로 추진되고 있는, 전 국민에게 25만원의 소비 쿠폰을 지급하는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특별조치법이 대표적인 사례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생회복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입장이 같지만, 방법론에서는 건전 재정 원칙에 따른 '선별 복지'가 우선이라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민생 법안'의 협의 처리에 있어 진통 또한 예상된다. 결과적으로 협의기구에 올라오는 법안들은 여야 이견이 없거나 크지 않은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과 저출생인구기획부 창설을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안, 반도체지원특별법, 티메프 사태 관련 소비자 보호 등 소수에 그칠 것이라는 예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양당 대표가 가진 당 내 입지와 협상력의 차이도 관건이다. 이 대표의 경우 '일극(一極) 체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당권에 있어 확실한 입지를 점하고 있다. 반면 한 대표는 정식 취임 이후에도, 당 내 친한(한동훈)계가 친윤(윤석열)계에 비해 소수일 정도로 당 내부를 완전히 장악하지 못했다. 거기에 더해 현재는 의료 대란 등을 두고 '당정갈등'을 그대로 내비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민주당 정책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여당 측에선 당이 정책을 결정하고, (추진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정부가 따라 줘야 하는데 지금 그렇지 않으니 (의료대란 등에서도) 합의를 하기가 어려운 것"이라면서도 "국민의힘에서도 정부가 추진하려 하는 정책이 있을 테고, 당이 추진하고자 하는 것도 있을 테니 (실현 가능성은) 반반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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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형준 기자 redpoint@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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