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 근거 없이 계엄령 군불 때는 민주당…계엄 미리 경고? 개딸 여론 의식?

김지은 기자 2024. 9. 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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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국방장관 지명 고리로 "'충암파' 계엄 대비" 공세 수위 높여
"탄핵 시 계엄 선포 우려…미리 경고 차원에서 메시지 내는 것"
친야 성향 커뮤니티에서 계엄령 선포 의혹 확산…'개딸' 의식 했단 시선도
"정황 있다" 하지만 구체적 증거 제시 못해…'과도한 음모론' 비판 나와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이재명(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09.02.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정부의 계엄 준비 의혹을 연일 제기하고 있다. 대통령실과 여당이 근거 없는 정치 공세라고 반박했지만 이재명 대표는 지난 1일 여야 대표 회담 모두발언에서 계엄령을 언급해 파장을 낳았다. 윤 대통령의 국방·안보라인 전격 교체 등을 고리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이 구체적 근거 제시 없이 계엄령 의혹을 확산시키려는 의도를 두고 여러 말이 나오고 있다.

3일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당 지도부는 최근 국방·안보라인 인선과 윤 대통령의 "반국가 세력" 발언 등에 주목하며 계엄 준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특히 인선과 관련 윤 대통령의 충암고 동문이 군사 정보라인을 장악하고 있다며 경계하는 분위기다. 그 중심에는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있다. 대통령 경호처장인 김 후보자는 윤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이자 핵심 측근이다.

민주당 지도부 인사는 "윤 정부 초대 대통령경호처장으로 2년 넘게 윤 대통령을 보좌했는데 경호처장이 국방장관으로 옮긴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경호처장은 대통령 신변 보호를 위해 목숨까지 바쳐야 하는 직이다. 그런 사람이 국방장관으로 왔는데 누가 봐도 의도가 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날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도 민주당 국방위원들은 김 후보자가 '제2의 하나회'처럼 충암파 계보를 만들어 군 세력을 장악했고 계엄에도 대비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현재 군에는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 박종선 777사령관 등 충암고 출신 장군이 4명이다.

추미애 의원은 "항간에는 계엄령 대비를 위한 친정 체제를 구축 중이고 후보자의 용도도 그것이라는 얘기가 있는데 근거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후보자를 중심으로 대통령실과 국방부, 방첩사, 수방사가 하나의 라인으로 구축될 수 있다. 국방부 장관에 임명될 수 없는 핵심적인 이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400명 가까운 군 장성 가운데 충암고 출신 4명을 두고 '충암파'라고 언급하는 것 자체가 군의 분열을 조장하는 거라고 반박했다.

박선원 의원은 "최근 수도방위사령관과 육군특수전사령관, 국군방첩사령관을 한남동 공관으로 불렀는데 계엄 이야기를 한 것 아니냐"고 묻기도 했다.

민주당의 계엄 준비설은 국방위 소속의 친명계 지도부인 김민석 최고위원과 김병주 최고위원이 본격적으로 꺼냈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지난달 "차지철 스타일의 '야당 입틀막' 김용현 경호처장을 국방부 장관으로 갑작스럽게 지명하고 대통령이 '반국가 세력'이란 발언도 했다"며 "이런 흐름은 국지전과 북풍 조성을 염두에 둔 계엄령 준비 작전이라는 것이 저의 근거 있는 확신"이라고 주장했다.

김병주 최고위원도 김용현 후보자를 비롯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방첩사령관 등 계엄령 키맨들이 모두 충암고 출신이라며 "대통령 탄핵 상황이 오면 계엄령 선포가 우려된다"고 발언했다.

이 대표도 이들 지도부의 보고 등을 받고 여야 대표 회담 모두발언에서 계엄령을 언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최근에 계엄 이야기가 자꾸 나온다"며 "종전에 만들어졌던 계엄안에 보면 계엄 해제를 국회가 요구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회의원들을 계엄 선포와 동시에 체포·구금하겠다는 계획을 꾸몄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말한 '종전 계엄안'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7년 2월 국군기무사령부(현 방첩사령부)가 비밀리에 만든 계엄령 검토 문건이다. 해당 문건에는 박근혜 당시 대통령 탄핵이 기각될 경우 군이 탱크 등을 동원해 서울 광화문 촛불시위 등을 진압하고, 국회가 계엄 해제를 시도할 경우 의결정족수를 미달시키기 위해 국회의원을 체포·구금하는 계획 등이 담겼다.

계엄령은 헌법 77조에 따라 전시·사변이나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서 질서유지가 필요할 때 대통령이 군대를 동원해 치안·사법권을 유지하는 조치로 국방장관과 행안장관이 건의하는 구조다. 계엄을 선포하면 대통령은 지체없이 국회에 통보하고 국회는 재적의원 과반 찬성으로 해제를 요구할 수 있다.

설사 계엄령이 선포되더라도 국회 의석 구조상 민주당이 계엄을 해제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상식적으로 계엄을 선포하기는 어렵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계엄령 선포 준비설을 거듭 주장하는 것은 만약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가 시작되면 실제 계엄령을 선포할 수 있다고 보고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당내 의견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계엄 선포 상황이 오는 것을 미리 막기 위해 경고를 하는 것이라는 게 민주당 주장이다. 한편으로는 강성 지지층의 의혹 제기에 호응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대통령실과 여당은 국회가 과반 찬성으로 해제할 수 있는 만큼 말이 안 되는 정치 공세라고 얘기하고 있지만 박근혜 정부 당시 기무사가 작성한 계엄 문건에는 국회의원 체포·구금 시나리오도 들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실제로 계엄에 대한 검토가 있었고 준비가 되었다고 하는 게 문재인 정부 때가 돼서야 밝혀지지 않았느냐"며 "이 정권이 얼마나 비상식적이면 계엄 선포 같은 얘기들이 나오겠나. 0.1%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저희는 차단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경고 차원에서 메시지를 계속 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른바 '개딸'로 불리는 강성 지지층이 당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열성 지지층이 주로 접하는 친야 성향 커뮤니티와 유튜브에선 윤 대통령이 실제 계엄령을 선포할 것이라는 의혹이 확산하고 있다. 민주당이 이런 여론을 감안해 계엄령 의혹을 거듭 제기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분명한 근거를 대지 않고 공세 수위만 높이면서 "가정에 가정을 더한 괴담 정치"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결국 윤 정권이 비상식적이라는 것을 부각하려는 목적이 아니겠느냐"며 "무책임한 음모론이라는 비난에서 벗어나려면 납득할 만한 구체적 근거나 정황을 내놓아야 한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je132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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