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언 채 발견된 ‘피너클 맨’, 47년 만에 신원 확인됐다
47년 전 펜실베이니아주(州)에서 얼어붙은 채 발견된 한 남성 시신의 신원이 최근 확인됐다. 이 시신은 애팔래치아산맥에 있는 한 피너클(암벽 또는 암릉 위에 뾰족하게 튀어나온 부분) 아래 동굴에서 발견되면서 ‘피너클 맨’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는데, 반세기 만에 자신의 이름을 찾고 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2일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미 펜실베이니아주 버크스 카운티 검시소는 이 남성의 신원에 대해 몽고메리 카운티 포트 워싱턴에 살았던 (발견 당시) 27세의 니콜라스 그럽이라고 밝혔다. 가족들에게 ‘니키’로 불린 그럽은 펜실베이니아 주 방위군에서 복무한 후 1971년 명예 제대했다고 한다. 이 시신은 1977년 1월 16일, 두 명의 등산객이 필라델피아에서 북서쪽으로 약 120㎞(75마일) 떨어진 알바니 타운십의 애팔래치아 트레인의 한 동굴에서 처음 발견했다. 수사 당국은 부검을 하고 지문을 채취했지만, 그가 푸른 눈과 붉은 곱슬머리를 가진 25~35세 사이의 남성이라는 점까지만 확인됐다. 당시 타살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고 ‘약물 과다 복용으로 인한 자살’로 결론 내렸다. 아무도 찾는 사람이 없는 그를 당국은 결국 땅에 묻었다.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졌던 그는 2019년 4월 다시 소환됐다. 플로리다와 일리노이에서 발생한 두 건의 실종 사건과 피너클 맨의 치아 기록이 비슷하다는 분석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당국은 그 해 8월 그를 발굴해 병원으로 옮겨 DNA추출과 유해 재검사를 한 뒤 그 결과를 노스 텍사스대 연구 센터로 보냈다. 그러나 이마저도 2021년 5월 최종적으로 일치하지 않다는 결과가 나와 수포로 돌아갔다. 경찰 수사관들은 이듬해 발달한 기술력을 동원해 얼굴 근사치 복원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얼굴 뼈가 부러지거나 없어진 부분이 있어 실패했다. 버크스 카운티 검시관 존 필딩은 “지문 사본과 치아 기록에 의존해 지난 15년 동안 10명의 실종자와 피너클 맨의 기록을 비교했지만 실패했다”고 전했다. 부검 당시 채취했던 지문의 원본은 사라지고 사본만 있었는데, 사본은 워낙 흐릿해 그의 신원을 파악하는데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달 극적인 반전이 생겼다. 펜실베이니아주 강력계 이안 켁 경관이 그럽 사건과 관련해 경찰 기록 보관소를 다시 뒤졌는데 이때 사라진 줄로만 알았던 1977년 부검 당시 채취한 지문의 원본을 찾은 것이다. 그는 지문 카드를 국립 실종 및 신원 미확인자 시스템 센터에 보냈고 약 53분 만에 일치하는 지문이 발견됐다. 검시소 측은 “켁 경관은 우리가 지문을 잃어버렸다는 가정에 이의를 제기하고 과거로 돌아갔다”면서 “(자료를 다시 찾는) 구식 경찰 업무를 훌륭하게 해냈다”고 밝혔다. 그럽의 가족들은 그의 유해를 가족 매장지에 매장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고 한다. 검시소 측은 “그럽은 가벼운 옷을 입고 불을 피우려고 시도한 흔적이 있었다”면서 “그럽이 왜 동굴에 있었는지 등 그의 죽음에 대해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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