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범 감형, 면죄부나 다름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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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평등하지도, 정의롭지도, 피해자들을 위해 존재하지도 않는 것인가요."
인천 전세사기 피해자 정호진 씨는 범행의 주범, 이른바 '건축왕' 남모 씨(63)가 항소심에서 감형을 받자 지난달 29일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검 앞에서 "언젠가는 법이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알아줄 거란 작은 희망으로 지옥 같은 시간을 버텼지만, 그 작은 희망마저 무너졌다"며 이같이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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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 이후만 사기죄 인정”… 공범 9명도 무죄-집행유예 선고
남은 재판 2건에도 영향 가능성… 검찰, 대법원에 최종 판단 맡겨
“법은 평등하지도, 정의롭지도, 피해자들을 위해 존재하지도 않는 것인가요.”
인천 전세사기 피해자 정호진 씨는 범행의 주범, 이른바 ‘건축왕’ 남모 씨(63)가 항소심에서 감형을 받자 지난달 29일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검 앞에서 “언젠가는 법이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알아줄 거란 작은 희망으로 지옥 같은 시간을 버텼지만, 그 작은 희망마저 무너졌다”며 이같이 토로했다.
이날 인천지검 앞에는 정 씨와 같이 남 씨로부터 전세사기 피해를 당한 피해자들이 모였다. 항소심에서 형량이 크게 줄어든 남 씨의 엄벌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 ‘건축왕’ 2심서 징역 15→7년 감형, 왜
인천 등 수도권 일대에 주택 2708채를 보유한 채 148억 원대 전세사기를 벌인 혐의(사기 등)로 기소된 남 씨는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가 최근 2심에서 징역 7년으로 감형됐다. 징역 15년은 사기죄의 법정 최고형이다.
또 남 씨와 함께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던 공인중개사 등 공범 9명도 2심에서 무죄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됐다.
1심 재판부와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남 씨의 사기 범행 기간과 액수를 두고 엇갈렸다. 남 씨는 2021년 3월부터 2022년 7월까지 전세보증금 148억 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는데, 2심 재판부는 이 중 68억 원만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남 씨가 재정 악화 상황을 알게 된 것으로 보이는 2022년 1월 이후에 받은 보증금만 사기죄가 인정된다고 본 것이다.
공인중개사 등 공범 9명도 2022년 5월경부터 남 씨의 재정 악화 사실을 알게 된 것으로 판단해 이때부터 받은 전세 보증금만 유죄로 인정했다.
2심 재판부는 특히 해당 시점부터 새로 전세 계약을 맺거나 보증금을 늘려 계약한 경우만 전세사기 대상으로 판단했다. 기존 보증금과 같은 금액으로 계약을 갱신한 경우는 추가로 보증금을 받지 않아 사기죄가 증명되지 않는다고 봤다.
● 피해자 강력 반발… 대법원 최종 판단 주목
이 같은 항소심 판결에 피해자들은 “사실상 면죄부를 준 판결”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는 “징역 15년도 범죄의 심각성과 피해 규모를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형량이었지만, 이마저도 감형한 항소심 판결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법원이 ‘대한민국이 사기 공화국’임을 선언한 것과 다름이 없다”고 했다.
남 씨는 최근 선고된 사건 외에도 추가로 기소된 388억 원대 전세사기 재판 2건도 받고 있다. 전체 혐의 액수는 536억 원에 달하는데, 먼저 기소된 148억 원대 혐의에 대해서만 판결이 나온 상태다. 이 때문에 이번 항소심 판결이 다른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범행 시점을 두고 항소심 재판부와 같은 판단을 할 경우 혐의 액수는 이번 판결처럼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남 씨 일당의 전세사기 범행은 검찰이 상고를 해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게 됐다. 인천지검 관계자는 “보증금을 상환할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계약을 갱신한 경우에도 사기죄가 성립하고, 공범들도 2022년 5월 이전부터 보증금 반환이 곤란한 사정을 알면서도 범행에 가담했다”며 “항소심 재판부가 법리를 오해했다. 나머지 재판에서도 죄에 상응하는 형이 내려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공승배 기자 ks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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