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독일처럼 기술 우대하는 사회 만들어 청년 인재 늘려야”
한국, IT-웹디자인 분야서 두각… 로봇-3D 게임아트 등 메달 기대
최근 중국-브라질-대만 등 강세… 대회 종합우승 갈수록 어려워져
산업구조 변하며 숙련기술 더 중요… 장인 우대해야 청년 키울 수 있어
“프랑스 리옹에서 9월 10∼15일 열리는 제47회 국제기능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숙련기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한층 높이겠습니다.”
이우영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은 지난달 23일 서울 영등포구 산업인력공단 서울남부지사에서 진행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산업 구조 변화로 숙련기술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는데 숙련기술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은 여전히 낮다는 게 참 안타깝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제기능올림픽은 세계 각국의 만 17∼22세 청년 숙련기술인들이 2년에 한 번씩 제조·엔지니어링, 건설·건축, 정보통신기술(ICT) 등의 직종에서 기량을 겨루는 대회다. 이 이사장은 국제기능올림픽 한국위원회장을 맡아 20번째 종합우승을 목표로 국가대표 선수단을 이끌게 됐다. 이번 대회에는 62개 중 49개 직종에 한국 선수 57명이 출전한다.
―국제기능올림픽에서 수상이 유력한 종목은 뭔가.
“각각 4회, 3회 연속 금메달을 딴 정보기술(IT) 네트워크 시스템과 웹디자인에서 이번에도 좋은 성적을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좋은 성적을 내온 모바일 로보틱스, 3차원(3D) 디지털 게임아트 등 신기술과 가구 목공 용접 등 전통 직종에서도 메달을 기대할 만하다.”
―신기술 관련 종목이 많은 것 같다.
“국제기능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산업 현장의 기술 변화를 반영해 디지털, 신기술 중심으로 종목을 꾸준히 개편하고 있다. 직전인 2022년 대회에선 디지털 건축, 재생에너지 등의 종목이 새로 도입됐다. 이런 흐름에 맞게 국내 기능경기대회도 클라우드 컴퓨팅,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개발, 디지털 건축 등 새로운 종목을 도입하고 있다. 아직 국제대회에 출전하지 못하는 화학실험기술, 재생에너지 등의 종목에서도 선수를 배출하기 위해 이들 종목을 국내 대회에 도입하려 노력하고 있다.”
―한국은 2015년 이후 종합우승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2017년에는 중국에 이어 2위, 2019년에는 중국과 러시아에 이어 3위, 2022년에는 중국에 이어 2위에 올랐다. 1967년 처음 출전한 이후 대회가 31회 진행되는 동안 19회 우승한 것을 감안하면 아쉬운 성적이다. 강력한 경쟁국으로 떠오른 중국을 포함해 브라질, 대만 등 신흥 제조국들이 최근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반면 한국은 제조업이 약해지고 특성화, 직업계 고교에 진학하는 학생도 줄면서 숙련기술인을 키우기 더 어려워진 상황이다. 현재 IT 분야에 집중된 신기술 인력을 다양한 분야에서 키우려는 국가적 노력이 필요하다.”
―청년 기술인재를 키우려면 사회적 인식도 달라져야 할 것 같다.
“일본이나 독일처럼 기술을 우대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대학에 가지 않고 기술만으로도 경제적으로 성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롤모델이 늘어야 한다. 명장 등 장인으로 선정된 기술인 가운데 경영 마인드를 갖추고 사업적으로 크게 성공한 사람이 많다. 이런 성공 사례를 널리 알려 경제적으로 풍족하고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에 기여하는 장인이 우대받는 사회 분위기를 형성하려 한다. 기술인이 우대받는 사회를 만드는 것에 공단이 앞장서겠다.”
―매년 9월 ‘직업능력의 달’ 행사를 열고 있다.
“정부는 숙련기술과 인적자원 개발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1997년부터 ‘직업능력의 달’을 정해 다양한 행사를 열고 있다. 특히 올해는 9월 30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제18회 글로벌 인적자원 개발 콘퍼런스를 처음으로 미국 인적자원개발학회(AHRD)와 공동 주관하기로 해 어느 때보다 깊이 있는 학술 발표를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최근에 ‘긍정적인 사람은 일을 이루는 데 한계가 없고, 부정적인 사람은 아무것도 한 게 없다’는 문구를 인상 깊게 봤다. 이번 대회를 준비하며 선수들은 현지 적응을 위한 직종별 전지훈련 등 다양한 강화 훈련을 거쳤다. 힘들게 준비한 만큼 경기력도 향상됐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리고 이제는 긍정적인 마음만 가지면 원하는 결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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