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스니커즈와 트럼프
어떤 회사가 흰색 하이탑 스니커즈 운동화를 ‘299달러’에 판매하고 있다. 하이탑 스니커즈 운동화는 ‘스니커즈 헤드’(스니커즈를 수집, 거래하고 이를 동경하는 개인 혹은 그룹)의 문화에서 자기 표현과 창의성을 나타내는 포괄적인 플랫폼이다.
그들에게 스니커즈 운동화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남성에게 정체성의 중요한 측면을 제공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일시적인 유행으로 인식됐지만 스니커즈 운동화 산업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스니커즈 헤드 문화에 주목하게 됐다. 그들은 스니커즈 컬렉션의 희소성으로써 희열을 느낀다. ‘나이키 에어 조던 1’의 출시와 함께 그들의 문화는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스니커즈는 1970년대 힙합 커뮤니티와 농구 스포츠가 결합되면서 운동화에 대한 인식을 단순한 운동화에서 자아 및 문화적 표현의 매개체로 바꿨다. 그런 이유에서 공유문화를 통한 강한 공동체 의식과 배타적 소속감을 느낀다. 현대사회에서는 스니커즈를 사용해 물질적 지위와 부를 상징하려 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더욱 적극적으로 전달하려 한다.
스니커즈의 희소성은 제품에 대한 기대감을 극대화하고 높은 수익을 의도한다. 이로 인해 사회적 가치관의 불균형, 사회계층과 인종 간의 불평등 등 스니커즈 소비와 관련된 폭력적 배타성이 스니커즈 문화의 긍정적 효과를 뛰어넘기도 한다. 애초부터 흑인에 대한 편견이 작용했다는 의견도 지배적이다. 스니커즈 소비는 자의든 타의든 인종적 정치를 강조하게 된 것이다.
분명 스니커즈 문화는 인종을 통합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것으로 여길 수도 있었지만 먼저 사회를 분열시키는 도구로 사용되기 시작한다. 뉴발란스 부사장이 뉴발란스 운동화를 “백인의 공식 신발”이라고 선언했을 때, 또 나이키가 경찰의 흑인 살해 사건을 알리기 위해 국가 연주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의 미식축구선수 콜린 캐퍼닉이 등장하는 소셜 광고 캠페인을 공개하면서 논란이 터졌을 때 이러한 분열의 조짐은 강렬하게 나타났다.
이런 스니커즈 운동화는 인종 갈등에서 갱단 범죄의 문제로 비화되기도 한다. 범죄조직들이 조직을 차별화하기 위해 스니커즈의 색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주로 빨간색 리복 운동화를 신는 ‘더 블러드’와 파란색으로 자신을 구분하는 ‘크립스’ 등 두 갱단이 대표적이다. 두 집단 간에 벌어지는 극렬한 폭력적 행태를 예방하기 위해 유명 힙합 가수 켄드릭 라마가 갱단의 통합을 위해 리복과 협력해 빨간색과 파란색이 혼합된 스니커즈 운동화를 출시한 이유는 그 때문이다. 스니커즈 운동화 회사들은 자신들의 광고가 스포츠에 맞춰져 있다고 주장하지만 미국에서 판매되는 운동화의 80% 이상은 운동 용도로 사용되지 않는다.
흰색 스니커즈 하이탑 운동화는 트럼프가 2023년 재무 공개에서 자신이 소유하고 있다고 밝힌 회사, ‘CIC Ventures LLC’가 운영하는 웹사이트에서 ‘FIGHT FIGHT FIGHT 하이탑’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는 상품이다. 이 회사는 피 묻은 트럼프 이미지를 새겨 넣은 하이탑 운동화를 한정판으로 5천켤레만 판매한다고 밝혔으며 그중 10켤레는 무작위로 트럼프의 친필 사인을 받을 수 있다고 광고했다.
CIC 벤처스는 역사의 결정적인 순간을 포착한 이 특별한 스니커즈로 지지와 애국심을 보여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는 펜실베이니아 집회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한 직후 트럼프의 기적적인 생환을 정치적으로 어떻게 활용하려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당시 트럼프는 허공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며 “싸워라, 싸워라, 싸워라”를 크게 외쳤다. 트럼프 캠프 관계자들은 온라인 게시물을 통해 이 판매 행사를 홍보했지만 CIC 벤처스 측은 이 행사가 정치적이지 않으며 정치 캠페인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스니커즈 헤드의 문화를 이해하고 나면 현재의 트럼프가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스니커즈 회사를 통해 무엇을 자극하고, 무엇을 이용하려 하는지 그 속내가 빤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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