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각자도생… 세계 국방비 3000조원
전 세계가 과거 냉전 시대를 방불케 하는 국방비 증강에 뛰어들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 간 전쟁으로 유럽과 중동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과 인도·태평양 지역 확장 정책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보 위기마저 커진 영향이다.
냉전 시대의 국방비 확장은 미국과 소련이 이끄는 글로벌 안보 동맹 간 체계적 경쟁의 양상을 띠었다. 지금은 과거와 같은 진영 내 조율은 점점 약화되고 안보 부담을 서로 떠넘기려는 행태마저 나타나며 각자 자국의 안보 상황에 대응해 ‘각자도생’식 군사력 강화에 나서는 트렌드가 뚜렷하다. 미국의 ‘세계 경찰’ 역할이 축소되면서 그 부담이 다른 국가로 전이되고, 이것이 전체 국방비 지출 확대로 이어지는 형국이다.
국방비 증강의 트렌드는 수치로 드러난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는 지난 5월 “2023년 전 세계 각국이 지출한 국방비는 2조2000억달러(약 2948조원)로, 전년보다 약 9% 증가하면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비슷한 시기 스웨덴의 스톡홀름 국제평화문제연구소(SIPRI)도 “지난해 세계 149국 중 3분의 2가 넘는 69%가 전년 대비 국방비 지출을 늘리며 전체 국방비 지출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동시다발적으로 터져나온 전쟁과 지역 안보 위기가 급격한 국방비 확대를 불렀다. 지난해 국방비 증가세가 가장 가팔랐던 국가는 전쟁 당사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였다. 각각 국방비 지출이 241억달러와 209억달러 늘어 나란히 세계 1·2위를 차지했다. 미국의 국방비가 194억달러 늘어나 그 뒤를 이었다. 우크라이나에 이어 이스라엘에 대한 직접 군사 지원까지 늘면서 급격한 국방비 증가세를 보였다.
중국의 대만 침공 위협과 인도·태평양 지역 진출에 북한의 핵 위협까지 거세지며 미국의 국방비는 계속 확대될 전망이다. 미국의 2024년 회계연도(2023년 10월~2024년 9월) 국방비는 8860억달러(약 1187조원)로 원화 기준 1000조원을 넘었다. 호주도 중국의 위협에 맞서 2030년까지 2000억달러를 국방비에 추가 투자하기로 했고, 뉴질랜드는 올해 국방 예산을 2020년 대비 20%가량 늘리기로 했다.
냉전 이후 일제히 군축에 나섰던 국가들, 특히 유럽 국가들도 빠르게 재무장하고 있다. 유럽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국가들은 탈냉전 이후 유럽 내 국가 간의 경제적 상호 의존성이 크게 높아지면서 전쟁 혹은 전면전의 가능성은 사실상 소멸했다고 판단했다. 이후 국방비 투자를 크게 줄이고, 이로 인해 생긴 재정 여유를 복지에 대거 투자했다.
그러나 20여 년 만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유럽의 전면전 위기가 현실화하면서 나토 회원국들은 다시 국방비 확대에 나섰다. 지난해와 올해 나토 정상회담을 계기로 자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비율을 2%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고, 영국과 폴란드 등은 이미 2.5% 수준으로 국방비를 급격히 끌어올렸다. 스웨덴·핀란드·독일 및 발트 3국(리투아니아·라트비아·에스토니아) 등은 일제히 징병제 부활에 나서거나 검토하면서 병력 확보에도 나섰다.
특히 올해 11월 미국 대선에 출마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근 “GDP 대비 3%의 국방비 투자를 해야 한다”는 요구까지 내놓으면서 나토 회원국의 국방비 확대 속도는 더 빨라질 전망이다. 트럼프는 자신이 집권한 2017년부터 끊임없이 나토 회원국들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제기해왔다. 나토는 회원국 중 GDP 대비 국방비 비율이 2%를 넘는 국가가 2014년 28국 중 3국(10.7%), 지난해 31국 중 10국(32.3%)에서 올해는 32국 중 23국(71.9%)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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