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빅테크 CEO 청문회… EU는 법에 ‘책임’ 못박아
지금까지 거대 플랫폼들은 범죄·음란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차단하지 않는 이유로 ‘표현의 자유 침해’ ‘검열의 위험’ 등을 내세웠다. 하지만 인공지능(AI)의 발달과 플랫폼의 영향 확대가 맞물리며 폐해가 극심해지자, 외국에선 정치권뿐 아니라 사법부들도 플랫폼에 책임을 묻기 시작했다.
2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필라델피아 항소법원은 지난달 28일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에서 유행한 ‘기절 챌린지’로 10세 딸을 잃은 미국 여성이 틱톡을 상대로 낸 항소심에서 틱톡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원심을 뒤집었다. ‘기절 챌린지’는 기절할 때까지 스스로 목을 조르는 영상을 찍어 공유하는 것인데, 2~3년 전 틱톡 등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다. 이 영상을 제작·유통한 것은 플랫폼 이용자 개인이지만, 부작용을 감안할 때 이를 방치한 플랫폼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 필라델피아 항소법원의 판결이었다.
그동안 미국에서는 통신품위법 230조에 따라 유해 콘텐츠로 피해자가 생기더라도 빅테크에는 면책권을 주던 분위기였다. 1996년 인터넷이 태동하던 시기 제정된 법으로 ‘인터넷 기업은 제3자가 올리는 유해물 또는 명예훼손의 게시물로 인해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최근 테크 기업들의 영향력이 강해지자 미국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올해 초 미국 상원에서는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틱톡 CEO 등 플랫폼 기업인들에게 유해 콘텐츠에 대한 책임을 묻는 청문회를 열었다. 지난해 미국 41주 정부는 메타가 알고리즘을 이용해 청소년이 소셜미디어(SNS)에 중독되도록 했다며 소송을 하기도 했다.
유럽은 올해 2월부터 플랫폼 기업에 불법·유해 콘텐츠 및 가짜 뉴스 확산을 막도록 책임을 부과한 ‘디지털 서비스법(DSA)’을 시행했다. 첫 타깃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소유한 SNS ‘엑스(X·옛 트위터)’였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지난 7월 X가 DSA를 위반했다고 결론 내렸다. 과거 트위터에서 유명인이나 기업 등 공식 계정을 상징하던 표지 ‘파란색 체크’가 머스크의 X 인수 후 돈만 내면 누구나 쓸 수 있게 된 것을 문제 삼았다. 사용자들이 이 표지를 보고 기존처럼 검증된 내용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DSA 위반 시 전 세계 연간 매출의 최대 6%가 과징금으로 부과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X는 1억5000만달러(약 2000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내야 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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