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수끼리 연장전… 유해란, 고진영 꺾고 우승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년 차 유해란(23)이 선배 고진영(29)을 연장 승부 끝에 꺾고 우승했다. 최근 여러 차례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았던 유해란은 이번에도 큰 위기를 맞았으나 극복해냈다.
유해란은 1일(현지 시각) 미국 매사추세츠주 TPC 보스턴(파72·6341야드)에서 열린 FM 챔피언십(총상금 380만달러) 4라운드를 선두 고진영에게 4타 뒤진 공동 6위로 출발해 버디 9개, 보기 1개로 8타를 줄였다. 최종 합계 15언더파 273타로 고진영과 동타를 이룬 유해란은 연장 1차전에서 파를 기록, 보기에 그친 고진영을 제쳤다. 11개월 만에 우승을 추가해 투어 통산 두 번째 우승을 거두고 상금 57만달러(약 7억6000만원)를 받았다. 지난 6월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 양희영(35)에 이어 올 시즌 한국 선수 두 번째 우승이다.
유해란은 이틀 전 2라운드에서 버디만 10개 잡아내 자신의 LPGA 투어 한 라운드 최저타 기록(62타)을 새로 쓰고 6타 차 단독 선두로 나섰다. 그러나 3라운드에선 버디 3개, 보기 5개, 더블보기 2개로 무려 6타를 잃고 고진영에게 선두를 내줬다. 그래도 유해란은 그대로 무너지지 않고 4라운드 출발부터 무섭게 타수를 줄여나갔다. 16번홀까지 8타를 줄여 고진영과 공동 선두를 달리는 상황에서 악천후로 경기가 중단됐다. 이날 고진영은 2번홀(파5) 긴 이글 퍼트 성공에 이어 4번홀(파4)에선 74야드 웨지샷을 홀에 집어넣는 등 이글 2개를 잡았고, 버디 2개와 보기 2개를 보탰다. 경기 중단이 선언됐을 때 고진영은 14번홀까지 마친 상태였다.
두 시간 만에 경기가 재개된 후 유해란과 고진영은 빗속에서 각각 남은 두 홀과 네 홀을 모두 파로 마무리했다. 18번홀(파5·513야드)에서 열린 연장전 승부는 그린을 노린 3번째 샷에서 갈렸다. 유해란은 홀까지 120야드 거리에서 친 샷을 그린에 올려 홀 3.6m 지점으로 보냈다. 반면 고진영은 홀까지 111야드 거리에서 샷을 했으나 그린을 넘어갔고, 4번째 샷은 홀에서 9m 떨어진 자리에 멈췄다. 두 선수가 나란히 투 퍼트를 기록하면서 유해란의 승리로 끝났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통산 5승을 올리고 지난해 Q스쿨 수석으로 LPGA 투어에 데뷔한 유해란은 10월 월마트 NW 아칸소 챔피언십에서 첫 우승을 달성했고 신인상도 받았다. 올 시즌에는 강점인 아이언샷(그린 적중률 투어 1위 75.67%)을 앞세워 이번 대회 전까지 상위 5위 안에 다섯 번 들었으나 번번이 우승 기회를 놓쳤다. 지난 7월 다나오픈에선 4라운드 15번홀까지 공동 선두를 달리다가 16번홀 보기로 준우승에 머물렀다. 일주일 뒤 CPKC 여자오픈에서도 4라운드 15번홀까지 1타 차 단독 선두를 달렸으나 16~18번홀 3연속 보기로 주저앉아 공동 3위로 마쳤다.
이번 대회에서도 2라운드 62타, 3라운드 78타를 치는 롤러코스터 같은 경기로 위기를 맞았다. “우승 기회를 또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3라운드 마치고 정말 화가 났지만 캐디와 주변 사람들이 나 자신을 믿으라고 말해줬다”며 “코치에게 전화해 조언을 구했고, 샷과 퍼트 연습을 하면서 백스윙을 조정하는 등 문제점을 해결했다”고 말했다.
올 시즌 첫 우승을 노렸던 고진영은 시즌 두 번째 준우승으로 마쳤다. 퍼터와 볼을 교체해 퍼트는 잘됐는데 티샷이 흔들렸다고 한다. 투어 통산 15승을 올린 고진영은 2017년부터 작년까지 한 해도 빠짐없이 우승을 거뒀으나 올해는 아직 우승이 없다. 그가 LPGA 투어 최종 라운드를 선두로 출발한 것은 이날이 13번째였는데, 그중 우승은 9번 나왔다. 고진영은 일주일 전 ‘골프의 고향’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열린 AIG 여자오픈에서 컷 탈락한 뒤 실망이 컸다고 한다. “자신감을 잃었는데 이번 주에 우승 경쟁을 할 거라고는 생각 못했다”며 “긍정적인 것들을 많이 가져간다”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