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가 기밀 장기간 대량 유출, 정보사뿐인가

조선일보 2024. 9. 3.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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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현국·Midjourney

비밀 요원 명단 유출 등이 발생한 국군정보사령부가 지난 7년간 외부 보안 감사를 한 차례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애초 군 보안 부대인 국군기무사령부의 감사를 받았지만 문재인 정부가 2018년 기무사를 해체하며 정보사에 대한 외부 감사 권한을 없앴기 때문이다. 기무사의 정보사 감사는 2017년이 마지막이다. 정보사 군무원이 2017년부터 정보를 빼돌리기 시작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외부 감시가 사라지니 동료 목숨이 걸린 정보까지 돈 받고 파는 데 거리낌이 없었을 것이다. 국방부는 2일 “정보사 감사 훈령을 개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또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다.

문제는 정보사에서만 대북 기밀이 유출됐느냐는 것이다. 정보사 군무원은 돈을 받고 기밀을 중국에 넘겼다. 세계 정보기관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기밀 유출 대부분에 돈이 연관돼 있다. 그렇다면 중국과 북한 등이 정보사 군무원에게만 돈과 정보 거래를 제안했겠느냐는 것이다. 대북·해외 정보를 총괄하는 기관은 국가정보원이다. 국정원은 정보사 활동을 지휘하는 경우도 있다. 비밀 요원들도 있다. 김대중 정부 출범 직후엔 중국 동북 지방에서 활동하던 국정원 요원 30여 명이 한꺼번에 공안에 체포돼 대북 정보망이 궤멸적 타격을 입기도 했다. 북한과 중국은 정보사보다 국정원 요원 포섭을 첫 번째 목표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정부 시절엔 북한에 대한 경각심이 크게 흐려졌다. 문 전 대통령부터 2018년 김정은을 만나 무슨 정보가 들었는지 알 수 없는 USB를 건넸다. 국정원장도 천안함 폭침 주범 등과 스스럼없이 어울렸다. 국군은 ‘군사력이 아닌 대화로 나라 지킨다’고 선언했다. 정보 요원이 돈에 포섭되지 않았더라도 ‘대화’를 강조하는 정부 분위기 속에서 기밀 정보 유출을 남북 협조로 인식할 수도 있다. 특히 문 정권에서 국정원은 대북 정보기관이 아니라 남북 대화 기구였다. 2018년 남북 이벤트가 집중될 당시 국정원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다 밝혀지지 않았다. 그 당시에 중국과 북한에서 거액으로 국정원 요원을 유혹했을 경우 정보사 같은 기밀 유출 사고가 없었을 것이라고 자신할 수 있나.

미 정보기관은 거짓말 탐지기를 동원할 정도로 엄격한 내부 감사를 한다. 17개 정보기관끼리 견제와 감시도 철저하다. 반면 국정원과 정보사의 내부 감사 시스템은 정보 선진국과 비교해 크게 허술하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아 왔다. 국가 정보 체계를 위협하는 유출 사고가 또 없었는지 전면 조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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