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실기업도 퇴출 못 시키는 한국 증시, 외면받는 게 당연
미국 나스닥 주식시장에서 지난해 이후 상장 폐지된 기업이 330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 코스닥 시장에선 67곳만 퇴출됐고, 신규 상장은 그 3배에 달해 상장 기업 수가 137개 늘었다. 나스닥 시장에선 한 달 이상 주가가 1달러 미만이면 경고를 받고 이후 540일 내에 문제를 개선하지 못하면 거래소에서 퇴출된다. 한국 증시는 전혀 다르다.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자본 잠식, 매출액 미달, 배임·횡령 등 거래소 퇴출 사유가 발생해도 해당 기업이 이의 신청·소송을 제기하면 4년 이상 상장 폐지를 못 한다.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하고 기업에 충분한 기회를 준다는 취지로 이런 제도가 운영되고 있으나, 원활한 퇴출 작업이 가로막히면서 코스닥 시장엔 좀비 기업이 넘쳐나고 있다. 코스피 시장도 마찬가지다. 상장 폐지 사유가 발생해 거래 정지 상태에 놓인 상장사 100곳 중 21곳은 코스피 상장 기업이다. 퇴출 요건에 해당되더라도 증권거래소가 투자자 반발을 겁내 상장 폐지를 못 시키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 결과 올 상반기에 코스닥 상장 기업 중 39%가 적자를 냈다. 적자 기업 중 72%가 일회성이 아닌 만성 적자 기업이다. 부실기업들이 퇴출되지 않고 연명하는데 그런 주식시장이 어떻게 제대로 된 평가를 받겠나. 코리아 디스카운트(저평가)를 낳는 요인이다. 경제 규모가 한국의 15배인 미국의 상장 기업이 5500개인 데 비해 한국 상장 기업은 2500개에 달한다. 일본의 경제 규모는 한국의 2.5배인데 상장 기업 수는 한국의 1.5배 정도다. 한국 증시에 상장은 쉽고, 퇴출은 어렵기 때문이다.
경제 규모에 비해 상장 기업이 너무 많고, 이 중 상당수가 만성 적자 기업이라는 점은 한국 증시의 투자 매력도를 떨어뜨린다. 오죽하면 “한국 증시 탈출은 지능순”이란 말까지 나오겠나. 한국 증시 체질을 강화하려면 좀비 기업부터 신속하게 퇴출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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