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에서] 왜 실수요자가 단체기합을 받나
기자는 작년 4월 말 5년 고정형 주택담보대출을 다시 받았다. 대출받은 지 5년이 지나 변동금리형이 된 연 5%대 대출을 새 5년 고정형으로 갈아타 금리를 낮추려 했다. 은행 원가 격인 ‘금융채 5년물’ 조달 금리는 3.9%대, 급여 이체·카드 사용 등을 통한 우대 금리를 뺀 가산 금리(은행의 마진)는 0.4%대였다. 합쳐서 4.3%대였다.
올해 8월 말 현재 같은 은행의 금융채 5년물 금리는 3.2%대로 떨어진 상태다. 금융채 금리는 향후 시장의 금리 예상을 반영하는데,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의 9월 금리 인하가 확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종 금리는 4.6%대까지 올라간다. 가산 금리가 1.4%대로 16개월 전에 비해 1%포인트 상승했기 때문이다.
닭과 당면 시세가 떨어졌는데도 찜닭 가격은 오른 어처구니없는 상황은 ‘가계부채와의 전쟁’을 선포한 금융 당국이 시중은행들에 가산 금리를 높이라고 채근한 결과다. 조달 금리가 떨어지는데도 지난 7월부터 두 달간 5대 은행이 가산 금리를 올린 횟수만 17차례에 달한다. LTV(집값 대비 대출한도)를 40%로 조여 갚을 수 있는 빚도 빌릴 수 없게 한 문재인 정부의 무분별한 대출 사다리 걷어차기를 비판하고 실수요자를 위한 금융 관행을 정립하겠다고 한 게 윤석열 정부다. 그런데 이 정부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자 무주택 실수요자 상당수는 당황하는 분위기다.
지난 6월 말 은행 등 금융회사 대출과 신용카드 미결제액을 합친 가계신용은 1896조2000억원으로 3개월 새 14조원 가까이 불었다. 2002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계부채 증가세가 내수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당국이 적절한 브레이크를 거는 것 자체는 좋은 일이다. 이미 당국은 갚을 수 있는 범위에서 빌릴 수 있도록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 지표인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를 강화하는 등 안전장치를 마련했고, 빚투가 몰리는 수도권의 경우 9월부터 DSR을 엄격하게 따지겠다고 했다.
하지만 은행들의 가산 금리 인상을 노골적으로 닦달하는 것은 선을 넘은 처사라고 본다. 최근 나랏빚 증가세는 코로나 위기 대응 과정에서 쌓인 빚을 갚을 수 없는 부실기업·자영업자의 대출을 연장해준 데서 비롯된 측면이 큰데, 애먼 실수요자들이 단체 기합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원리금 상환액을 소득의 40%로 제한한 역대 최고 수준의 DSR 규제로 평범한 1주택자들의 대출 건전성은 양호하다고 한국은행도 인정했다. 한은이 6월에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는 “고소득·고신용자를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이루어지면서 (가계대출의) 차주(돈을 빌린 사람) 구성은 양호한 상황”이라고 했다. 서슬 퍼런 관치 금융의 대상에서 갚을 수 있는 만큼 빌리겠다는 실수요자들은 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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