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대표팀 양민혁(가운데) 등 선수들이 2일 경기 고양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을 앞두고 훈련하고 있다. 연합뉴스
엄격한 규율대신 자율 강조
긴장보다 기대감 느껴져
“그때와 지금은 달라
나도 내·외적으로 성장”
10년 만에 다시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홍명보 감독(55)은 ‘변신’을 택했다. 엄격했던 과거의 모습과 달리 조금은 부드러워진 모습으로 새 대표팀과 첫날을 시작했다. 첫 A매치인 5일 팔레스타인전을 두고는 “내 개인적인 문제를 떠나 한국에 굉장히 중요한 경기”라고 강조했다.
축구대표팀은 2일 오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첫 소집훈련을 가졌다. 5일부터 시작될 2026 FIFA 북중미월드컵 3차예선을 앞두고 첫 훈련이자, 홍명보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첫 훈련이다. 긴장보다는 기대감이 느껴졌다.
베테랑 미드필더 이재성(32·마인츠)은 훈련 전 취재진과 만나 “감독님이 소문과 달리 자상한 면모가 많다. 규율보다는 선수들의 의견을 존중해주시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엄지성(22·스완지 시티)은 “원래 카리스마가 강한 분이신데, 대표팀 감독으로 만나니 멋지다는 생각만 든다”고 설레는 심정을 내비쳤다.
훈련장에도 훈풍이 불었다. 지난 주말까지 경기를 소화하고 대표팀에 합류한 선수들은 가볍게 대화를 나누면서 몸을 풀었다. 손흥민(32·토트넘)과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 등 유럽파 7명이 합류하지 않아 본격적인 훈련은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예상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11년 전 브라질 월드컵을 준비할 당시 홍 감독은 엄하게 규율을 다잡았다. 선수들에게 반드시 정장을 착용해야 한다는 ‘드레스 코드’를 요구한 것이 대표적이다. 오랜만에 대표팀에 돌아와 2026 북중미 월드컵 준비에 돌입하는 이번 소집에서도 비슷할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가는 분위기다.
홍 감독은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고 짚었다. 그는 “과거에는 팀 내에 (소수였던) 해외파와 국내파 사이 여러 가지 문제가 있어 정장 착용으로 하나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며 “지금은 대부분 선수들이 해외에서 10여 시간을 비행하고 합류하는데 정장 차림을 요구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당시에는 나도 젊었다. 여러 가지 경험을 통해 배운 게 많다보니 감독으로서 외적으로도 내적으로도 모두 성장했다”고 덧붙였다.
홍 감독의 변화 아닌 변화는 선수들의 자율 속에서 보이지 않는 규율을 이끌어내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규율을 강조하기보다 한국 축구만의 문화를 만드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홍 감독은 “자율 속에 보이지 않는 규율이 있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며 “어떤 걸 하면 안 돼라고 말하는 것보다는 선수들이 선을 지키면서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 경기력만 생각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나와 직접 대화하는 게 부담스럽다면 과거 같이 생활했던 선수들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홍 감독은 선수들을 하나로 묶는 응집력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선수들의 개개인 능력을 많은 분이 최고라고 평가하지만, 우리는 팀 스포츠를 하는 사람들이다. 응집력이 얼마만큼 있느냐가 재능을 훨씬 더 잘 나타내게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홍 감독은 북중미 월드컵 3차예선의 첫 관문이자 자신의 복귀전인 5일 팔레스타인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안방에서 열리는 팔레스타인전을 승리로 장식할 수 있다면 대표팀 부임 과정에서 거센 비판을 받고 있는 어려움도 일단은 일정 부분 극복할 수 있다. 유럽파들의 합류에 맞춰 3일 훈련 시간을 조정해서라도 손발을 맞추는 시간을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홍 감독은 “(팔레스타인전은) 내 개인적인 문제를 떠나 한국에 굉장히 중요한 경기”라면서 “3차예선은 한 경기 결과에 따라 월드컵 본선 진출이 갈린다. 선수들과 대화를 통해 어떤 방법이 가장 좋을지 방향을 찾아보겠다”고 다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