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보복 단호히 배척"…'文 수사'에 촉각 곤두세우는 민주
당내 '檢 수사' 관련 대책기구 구성키로
李 "전 정권 보복한다고 국면 전환 안 돼"
'김건희 특검법' 재추진 명분 쌓는 효과도
[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을 겨냥한 검찰의 수사를 둘러싸고 야권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가 "정치보복"이라며 검찰을 공개 비판한 데 이어 더불어민주당은 당 차원에서의 적극 대응을 검토 중이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선택적 과잉범죄화가 또 시작됐다"며 연일 목소리를 내는 등 야권에선 격한 반응이 쏟아지는 모습이다.
2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 씨의 특혜 채용 의혹을 수사하는 전주지검 형사3부(한연규 부장검사)는 최근 문 전 대통령의 딸 다혜 씨의 자택과 별장 등을 압수수색 했다. 검찰은 항공업계 경험이 없는 서 씨가 2018년 7월 타이이스타젯 항공에 임원으로 취업한 과정이 석연치 않다고 보고 있다.
타이이스타젯은 이상직 전 민주당 의원이 실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항공사인데 이 전 의원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 이사장 자리에 오른 것이 서 씨를 채용시켜 준 대가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또 서 씨가 채용된 이후 다혜 씨가 태국으로 이주하는 과정에서 청와대가 금전적 편의를 제공한 것 아닌지도 들여다보고 있다. 다혜 씨와 관련돼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은 압수수색 영장에서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을 뇌물 혐의 피의자로 적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위의 취업이 일종의 뇌물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검찰의 수사 상황이 공개되자 야권은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달 31일 X(옛 트위터)에 관련 기사를 공유하면서 "정치보복을 단호히 배척한다. 전 정권에 보복하고 야당탄압을 한다고 민생이 나아지지도, 국면이 전환되지도 않을 것임을 명심하라"라고 밝혔다. 1일 진행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여야 대표 회담 모두발언에서도 이 대표는 "정치라고 하는 것이 죽고 죽이는 전쟁은 아니다. 최근 전 정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볼 수 있는 과도한 조치가 많아지는 것 같다"며 "이런 것들이 결코 실정이나 정치의 실패를 덮지는 못한다는 말씀을 드린다"라고 강조했다.
민정수석 출신으로 이상직 전 의원의 중진공 의혹과 관련해 검찰 참고인 조사를 받기도 한 조국 대표는 2일 SNS에 "선택적 과잉범죄화가 또 시작됐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그건 그렇고 곽상도 아들 50억 퇴직금, 독립생계라는 이유로 무죄가 난 것을 다들 기억하고 계신가"라며 문 전 대통령에게 뇌물 혐의를 적용하는 것이 억지라는 취지로 검찰을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 내각 및 청와대 출신 민주당 의원들도 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규정하고 전임 대통령에 대한 정치 보복의 칼을 분명하게 꺼내 들었다"라고 반발했다. 이들은 "저들의 목표는 처음부터 문 전 대통령이었다. 지난 2년의 끝없는 칼춤은 결국 전임 대통령을 모욕주고, 괴롭히고, 결국 수사선상에 올리기 위해 처음부터 계획된 작전이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어떻게 전 사위의 취업이 대통령의 범죄 혐의가 될 수 있는가. 억지를 부려도 정도껏 하시라. 온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며 "전임 대통령을 모욕준다고 현 정부의 무능과 실정이 사라지지 않는다. 극악한 수법으로 자신들의 위기를 돌파하려 하면 할수록 국민의 분노는 더더욱 용산을 향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은 검찰 수사에 목소리를 내는 동시에 검찰의 칼끝이 전직 대통령을 향한다는 점에서 사안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 중이다. 이 대표가 10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재판을 앞두고 있어 사법리스크가 덮쳐올 수 있다는 긴장감이 당내에 깔려있는데 한 당 관계자는 이 상황에서 문 전 대통령의 수사까지 본격화될 경우 당내 큰 혼란이 생길 수 있다고 조심스레 전했다.
문 전 대통령 수사와 관련해 당내 대책기구를 구성하겠다는 것도 이런 우려와 맥락이 닿아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미 검찰독재위원회 내부에 관련 팀이 구성돼 있지만 그것을 다시 확대해 적극적으로 당 차원에서 대응하기로 했다"며 "이재명 대표 수사도 그렇지만 문 전 대통령 수사와 관련해서도 (검찰이) 보도 내용에 대해 거짓말로 대응하는 것들이 있어서 당 차원에서 언론과 국민에게 설명하는 시간을 가질 필요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이어질 경우 윤석열 정부의 실정이 더욱 부각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서울중앙지검이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사건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린 것과 대비되는 효과를 가져와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단단히 할 수 있다고도 본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와 국민의힘의 정당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는 국면에서 정부여당을 향한 국민의 반감을 더욱 크게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관측하는 분위기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더니 유독 김 여사만 예외다. 김 여사 앞에서는 휴대폰까지 반납하면서 황제 출장조사를 한 검찰이 야당 인사들과 전직 대통령에 대해서는 법 앞의 평등을 주장한다"며 "사람에 따라 법 적용이 수시로 바뀌는 것은 검찰 수사가 얼마나 불공정하고 편파적인지를 보여준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검찰이 확실한 근거를 갖고 수사하고 있다면 문재인 정부의 도덕성에도 치명적일 것이고 후폭풍이 민주당에 그대로 전달될 수 있어 상당한 악재가 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요구는 높아질 것"이라며 "문 전 대통령을 검찰에서 소환한다면 다들 '그러면 김건희는'이라고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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