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딥페이크 범인 잡으려면 위장 수사 허용해야

황정용 동서대 경찰학과 교수 2024. 9. 2.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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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현국

텔레그램을 통해 딥페이크 영상물이 버젓이 유포되는 현상의 기저에는 ‘잡힐 일 없어’라는 범죄자들의 자신감이 깔려 있다. 정부의 법 집행 활동을 우습게 본다는 얘기다. 피해자에게 수사기관이 “해외에 서버를 둔 플랫폼은 수사가 불가능하다”는 식으로 대응하니 범죄자들이 마음 놓고 텔레그램 같은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플랫폼에서 받을 수 없는 정보를 수사기관 스스로 확보할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소위 ‘N번방’ 사건 이후 2021년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 착취물에 대해서는 위장 수사를 허용했다. 하지만 최근의 딥페이크 범죄 피해자에는 미성년자뿐 아니라 대학생, 군인, 교사 등 성인들도 광범위하게 포함돼 있다. 피해자가 협박을 받아 촬영했던 성 착취물은 아동·청소년들이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컸던 반면, 딥페이크를 활용한 허위 영상물은 피해자의 사진만으로 제작할 수 있어 성인이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작다고 할 수 없다.

이제는 수사기관이 제대로 위장 수사를 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수사관들이 딥페이크 범죄자 수사 목적으로 기존 법률상 허용되지 않는 행위들을 할 수 있게 허용할 필요가 있다. 지금의 여건에서는 딥페이크 범죄자들을 추적하기 위해 수사를 담당한 사람이 새로운 신분을 창설하고 그것을 증명하는 모바일 신분증 등을 만드는 것은 현행법상 공문서 위조 등에 해당한다. 새로 만든 허구의 신분을 활용해 계약이나 거래에 나서는 활동도 당연히 위법이다.

법을 집행하는 수사관들 입장에서 보면 스스로 범법자가 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수사를 위해 위장을 할 수는 없다. 딥페이크 영상물을 제작·유포하고 영상물을 팔아 사리사욕을 채우려는 자들과 그릇된 성적 욕망을 채우고자 하는 사람들 사이의 추악한 연결 고리를 끊으려면 수사관들이 새로운 신분을 창설하고 그에 근거해 거래에 나설 여건을 법제화해야 한다.

독일은 아동 음란물의 제작·배포뿐만 아니라 조직범죄, 무기 거래, 통화 위조 등에도 위장 수사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영국도 수사 권한 규제법을 통해 국가 안보, 범죄 예방, 범죄 수사, 공공 질서, 경제 안보 등 목적 제한을 두고 신분 위장 수사를 허용한다. 다만 그 과정에서 우려되는 인권침해를 차단하기 위해 수사 돌입 전 상부 수사기관이 승인하거나 사법기관이 허가토록 하는 등 절차적 통제 장치를 갖추어 놓고 있다는 점을 우리가 벤치마킹하면 된다.

딥페이크 범죄에 대해 평범한 사람들의 두려움이 확산되고 있고, 피해자들의 일상이 붕괴되고 있다는 걸 고려하면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디지털 성범죄에서 위장 수사를 허용하는 것은 지금이 적기다. 외국의 위장 수사 법제를 근거로 절차적 통제에 따라 실질적인 수사가 가능하도록 위장 수사 허용 범위를 확대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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