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나라 망할 정도로 집값 오른 건 아냐”… 그럼 얼마나 올라야

2024. 9. 2.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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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현재 집값 상승세와 관련해 "나라가 망할 정도로 오른 건 아니지 않냐"고 말했다.

저출산 극복을 위해 정책 대출 같은 주거 지원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취지의 의견임을 감안해도 주무 장관이 집값을 두고 '나라 망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운운하는 건 안이하고 경솔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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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국토발전전시관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며 무순위 청약 제도 개선,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 임대차 2법 개정 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정책대출이 집값을 밀어올렸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저출산으로) 나라가 문 닫게 생겨 사회적 리스크를 무릅쓰고 정책대출을 늘린 것”이라고 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현재 집값 상승세와 관련해 “나라가 망할 정도로 오른 건 아니지 않냐”고 말했다. 디딤돌·버팀목대출 등 정책 대출이 집값 상승에 불을 붙였다는 지적에 대해 이같이 반문한 것이다. 그러면서 “집 때문에 젊은이들이 결혼과 출산을 하지 않아 나라가 문 닫게 생겨, 사회적 리스크를 무릅쓰고 정책 대출을 늘린 것”이라고 했다.

저출산 극복을 위해 정책 대출 같은 주거 지원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취지의 의견임을 감안해도 주무 장관이 집값을 두고 ‘나라 망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운운하는 건 안이하고 경솔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국토부가 지난달 초 발표한 대대적인 공급 대책에도 서울 아파트 값은 23주째 고공행진하고 있다. 전 고점을 넘어선 지역도 강남권에서 외곽으로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박 장관은 “단언하긴 어렵지만 8월 거래량이 7월보다 줄어 집값이 조금 안정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지만, 집값과 금리 변동에 신중한 40대 실수요자들이 30대를 제치고 매수 주체가 된 것은 심상찮아 보인다.

무엇보다 주택 공급 부족으로 집값 불안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국토부가 신생아특례대출, 디딤돌대출 등 정책 대출을 대거 풀어 가계 빚 증가의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올 들어 늘어난 주택담보대출의 70% 정도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받지 않는 저리의 정책 대출이다. 국토부는 시장이 과열되자 뒤늦게 디딤돌·버팀목대출의 금리를 인상했지만, 지난달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과 가계대출은 역대 최대로 늘었다.

박 장관은 앞서 6월에도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두고 “경험이 없다 보니 덜렁덜렁 계약한 부분이 있지 않았나 싶다”는 발언을 했다가 국회에서 사과까지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집값 급등이 큰일이 아니라는 투의 발언을 쏟아냈다. 집 없는 서민은 물론이고 울며 겨자 먹기로 ‘영끌’해서 집을 사야 하는 실수요자들의 처지를 고려한다면 해선 안 될 말이다. 주택 공급 부족의 책임을 져야 할 주무 장관으로서 부적절한 말을 하기 전에, 집값 안정을 최우선 순위에 놓고 8·8공급대책의 실효성을 높이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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