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준칼럼] 검사탄핵 기각에도 반성 없는 정치
野 “국민 법감정 부합하느냐”고 억지
국회 파행 속 법 개정에는 직무유기
이제부터라도 민생 돌보는 정치해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피청구인 검사에 대한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한다.’
1988년 헌재 설립 이후 두 번째 이뤄진 국회의 검사 탄핵이 무리한 것이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 검사가 형사재판 전에 증인을 면담한 것을 놓고 재판관 의견이 갈리기는 했다. 재판관 7명은 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다른 2명이 국가공무원으로서 의무나 헌법상 공익실현 의무를 저버리긴 했으나 파면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5월 헌재가 기각한 안동완 검사 탄핵심판은 그나마 구색이라도 맞췄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인 유우성씨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보복 기소’했다는 의혹이었다. 안 검사는 재판관 9명 중 기각 5명, 탄핵 인용 4명 의견으로 구사일생했다. 기각 5명 중에서도 2명이 검찰청법과 국가공무원법 위반을 인정하면서도 파면할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봤다. 의결 정족수인 6명이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한 셈이다.
이 검사가 지난해 9월 수원지검 2차장으로 발령 나지 않았더라도 탄핵 대상에 올랐을까. 그가 맡은 2차장 산하 부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관련해 배우자 법인카드 유용 의혹, 쌍방울 대북송금 및 쪼개기 후원 의혹 등을 수사하고 있었다. 김의겸 전 민주당 의원이 그의 범죄기록 조회와 골프장 편의 의혹 등을 제기했고 얼마 안 돼 국회 탄핵안 가결까지 일사천리였다. 처남과 이혼소송 중이던 처남댁이 제보자였다.
일반인의 법 상식으로 이 검사 탄핵은 국회 권한 남용으로 비친다. 그런데도 반성은커녕 적반하장이다. ‘기각 결정이 국민의 법 상식에 부합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는 게 민주당과 민주당 법제사법위원들 공식 입장이다. 여론과 동떨어진 인식이다. 최고 헌법 해석기관인 헌재가 국민들 법 상식으로 판단하는 곳이 아님을 삼척동자라도 안다.
이동관·김홍일·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사례처럼 이 검사는 9개월간 직무가 정지됐다. 개인이 겪었을 고통이야 잘난 검사로서 감당할 몫이라고 치자. 그의 공백으로 처리가 늦춰졌을 사건도 검찰 일처리가 원래 늦으니 그렇다고 치자. 전국 검사 2000여명에게 준 위축 효과만큼은 클 듯하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대장동·백현동 의혹 사건 수사를 담당한 검찰 간부들을 포함해 검사 4명에 대한 탄핵도 추진하겠다고 한다. 누굴 위한 탄핵인지 묻게 된다.
윤석열정부가 잘하고 있다고 여기는 국민은 별로 없다. 20%대 박스권에 갇힌 국정지지율이 보여준다. 집권 세력에 주는 점수가 박하기는 하다지만, 그래도 심하다. 반등 기미는 별로 없어 보인다. 생산과 소비가 감소해 경제 경고등이 켜졌다. 금리인하가 불가피한데 부동산 시장은 감당할 수 있을까. 내년 3월 전국 의대에서 1학년생 3058명에 증원으로 늘어난 1509명, 유급된 3000여명이 함께 수업을 들을 텐데 가능할까. 두 달 뒤면 윤 대통령 5년 임기도 후반부로 꺾어진다.
국회마저 엉망이라면 국민이 무슨 희망을 갖겠는가. 22대 국회가 임기를 시작하고 3개월간 거대 야당의 입법독주와 여당 반발, 대통령 거부권 행사만 되풀이했다. 청문회가 넘쳐났으나 알맹이는 없다. 3500건 가까운 법안이 발의됐다는데, 친일파 공직 임명금지 법안까지 들어 있다. 정작 헌재가 위헌이라고 결정한 48개 법안은 개정되지 않고 있다. 1992년 위헌 결정 난 법도 있고, 2002년 헌법불합치 결정 난 법도 있다. 입법부의 직무유기다.
22대 국회가 임기 시작 95일 만인 어제서야 개원식을 치렀다. 최장 지각 개원이다. 11년 만의 여야 대표 회담도 열렸다. 이제라도 메아리 없는 탄핵 구호 같은 걸 접고 민생을 돌보는 정치를 해야 할 것이다.
박희준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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