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규섭 칼럼]포털, ‘언론 자유’ 뒤에 숨지 못하게 하려면

한규섭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2024. 9. 2.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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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에 유해정보 걸러 내라는 압박 커져
포털에 뉴스 유통 사회적 책무 요구하려면
‘불량뉴스’ 상습 생산 언론사도 제재할 필요
한규섭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국민의힘 포털불공정개혁 태스크포스(TF)가 네이버를 찾아 포털의 뉴스 편집·공급 체계와 뉴스 콘텐츠제공사업자(CP) 선정 과정 등에 대해 질의했다고 한다. 진보든 보수든 집권당은 포털에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고 야당은 정부에 비판적 기사와 댓글이라는 반사이익을 즐기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더불어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대표 발의하고 소속 의원 170명 전원이 공동 발의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비롯해 여러 건의 포털 규제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포털은 진보일까 보수일까. 정치권에서는 건강한 포털 뉴스 생태계 구축을 위해 ‘불량 언론사’들의 기사를 검색 결과 등에서 후순위에 배치하는 알고리즘 적용을 요구한다. 그러나 ‘불량 언론사’의 기준은 제시하지 않는다. 포털이 알아서 정하라는 식이다. 기준을 입 밖에 내는 순간 ‘언론 탄압’ 프레임으로 맹비난 받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구글처럼 ‘매출’, ‘기자 수’ 등을 기준으로 하면 된다지만 솔직히 우리는 ‘주요 언론사가 양질의 기사를 만든다’는 사회적 합의조차 없다. 가령 2017년부터 2023년 5월까지 언론중재위원회 ‘조정’ 결정이 난 7096건의 기사를 작성한 언론사를 살펴보면 상위 20위에 공영방송(MBC, KBS 1TV), 종편(JTBC), 통신사(뉴스1, 연합뉴스, 뉴시스), 지상파(SBS), 유력 신문(조선일보, 한겨레), 유력 언론 인터넷판(조선닷컴, iMBC, 인터넷 KBS, 인터넷 한겨레, 인터넷 YTN, 노컷뉴스, 인터넷 한국일보, 인터넷 경향신문, 인터넷 중앙일보, 인터넷 JTBC) 등 진보와 보수의 대표 언론사가 총망라되어 ‘품질’과 언론사 규모의 상관관계를 논하기 어렵다.

일각에선 포털이 인공지능(AI) 등의 기술로 ‘가짜 뉴스’를 걸러내라고 주장한다. 각종 유해 정보를 걸러내지 못해 최근 최고경영자(CEO)가 프랑스에서 구속된 텔레그램 사례도 있긴 하다. 문제는 해외의 ‘가짜 뉴스’는 대부분 개인이 유통하는 반면 우리는 주로 언론 기사가 최초 발원지다. 법원이 ‘허위’로 판단한 ‘청담동 술자리’ 뉴스가 대표적이다. 만약 포털이 유사한 기사를 법원 판결 전에 삭제한다면 ‘언론 자유 억압’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아 회사의 존립 위기를 감수해야 할 텐데 이걸 강요할 수 있나.

반면 포털에 걸러내기를 요구하는 ‘가짜 뉴스’를 생산한 언론사들의 명예훼손 배상금은 기껏해야 수백만 원 수준이 대부분이다. 해당 기자들에 대한 인사상 불이익도 거의 없어 오히려 ‘훈장’쯤으로 여기는 내부 분위기인 언론사도 꽤 있다. 따라서 ‘찍혀서’ 추가 피해를 당할 걱정에 대부분 ‘가짜 뉴스’ 피해자들은 소송까지 가지도 못한다. 현 정치권의 주장은 유해식품을 만들어 판 업자는 놔두고 유통업체만 처벌하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전면 ‘아웃링크제’ 실시 주장도 현재로서는 효용성이 의심스럽다. 필자도 10여 년 전 유사한 주장을 했고 궁극적 지향점이라고 본다. 그러나 지금은 당시와 달리 국내 시장에서 구글의 검색엔진 점유율이 38%(네이버는 54%)에 달한다. 또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에 따르면 앱 사용 시간에서 유튜브가 압도적인 1위로 네이버의 5배이며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면 아웃링크제가 실시되면 진보, 보수 할 것 없이 대다수 유력 언론사들은 포털 전재료를 못 받게 되면서 기사 유통도 불가능하게 되어 영향력이 소멸하게 된다. 결국 광고와 협찬 중단으로 이어져 줄도산 가능성이 높다. 반면 더 극단적이고 악의적인 허위 정보를 유통하는 유튜버와 유튜브 기반 언론들이 아웃링크제 실시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 뻔하다. 10년 전과는 환경이 다르다.

어떻게 해야 할까. 포털에 뉴스 유통에 대한 사회적 책무를 요구하려면 우선 허위 정보를 생산하는 언론사와 기자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입법해야 한다. 그래야 포털에도 사회적 책무를 물을 명분이 생기고 포털도 더 이상 ‘언론 자유’ 뒤에 숨을 수 없게 될 것이다. 또 언론사들은 물론이고 유튜버나 유튜브 기반 언론들도 ‘가짜 뉴스’ 생산에 극도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어지고 숫자도 줄어들 것이다. 등록 언론사가 1만 개인 나라다. ‘국민의 알권리’ 위축을 걱정하여 상습적 ‘가짜 뉴스’ 생산 언론사의 ‘언론 자유’까지 보장할 필요가 있을까. 이렇게 되면 유튜브 등에서의 자극적 뉴스 유통도 감소하여 포털도 다른 건 몰라도 뉴스 점유율 하락으로 인한 이용자 유출과 경제적 피해는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포털은 최근 언론중재위 결정, 법원 판결 기록 등 공적 데이터에 기반하여 언론사별 노출도를 주기적으로 조정하기만 하면 될 것이다. 여야 모두 자신들에게 호의적인 언론사들의 눈치를 보느라 언론의 책임성 문제는 외면하면서 포털이 총대 메고 적대적인 언론사들을 걸러내 줄 것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한규섭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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