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정은]딥페이크 성범죄에 무방비 상태인 교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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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이 무너진 걸 넘어 제 인권 자체가 사라졌다는 느낌입니다."
교육부가 올 1월부터 지난달 27일까지 전국 시도교육청에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 조사를 벌인 결과 이 교사처럼 관련 피해를 입었다고 신고한 교사는 총 10명으로, 이 중 9명은 중학교 교사였다.
반면 교원단체들은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를 입은 교사들이 취할 수 있는 대응은 교권보호위원회를 여는 것 외에 별다른 방안이 없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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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이 무너진 걸 넘어 제 인권 자체가 사라졌다는 느낌입니다.”
최근 텔레그램으로 성범죄 피해를 당한 대구의 영어 교사는 고통을 호소하며 “교단을 떠나는 것까지 진지하게 고민 중”이라고 했다. 가해자가 다름 아닌 자신의 제자였기 때문이다. 충격이 클 수밖에 없었다. 이 교사에 따르면 가해 학생은 텔레그램 ‘지인방’에 교사의 사진을 올리며 “내 지인인데 능욕해줄 사람은 개인 메시지를 보내라” 등 성희롱 발언까지 이어갔다. 가해 학생이 범죄에 활용한 사진은 이 교사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올려진 것이었다. 지인들과 SNS를 통한 교류가 일상이 된 요즘 제자와 SNS 친구를 맺은 것이 범죄의 빌미가 됐다.
이 교사가 또 한번 무너진 건 수사기관과 학교 측의 대응 때문이었다. 경찰이 디지털포렌식을 위해 가해 학생의 휴대전화를 압수하려 했지만, 이미 학생은 휴대전화를 버린 뒤였다. 딥페이크 성범죄가 강하게 의심되지만 증거를 잡을 수 없었다. 학교 측에선 “딥페이크 성범죄 사실이 입증되지 않으면 가해 학생의 강제 전학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고 전했다.
교육부가 올 1월부터 지난달 27일까지 전국 시도교육청에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 조사를 벌인 결과 이 교사처럼 관련 피해를 입었다고 신고한 교사는 총 10명으로, 이 중 9명은 중학교 교사였다. 교권 추락의 상징이 된 ‘서이초 교사 사태’가 일어난 지 1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학교 현장에선 ‘범죄’ 수준의 교권 추락이 현재진행형인 셈이다.
학교 내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를 다룬 뉴스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댓글의 대표적인 키워드는 ‘교권 추락’과 ‘촉법소년’이다. 학생들이 스승인 교사를 성적 대상으로 삼을 정도로 추락한 교권과 가해 학생 대부분이 14세 미만 촉법소년에 해당돼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되는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교사와 학생 간의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를 막을 뾰족한 방안은 보이지 않는 게 현실이다.
어려서부터 스마트폰과 SNS에 익숙한 10대들에게 딥페이크 영상을 만들고 배포하는 건 한마디로 ‘식은 죽 먹기’다. 각종 딥페이크 제작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눈속임이 완벽한 합성 사진 및 영상물을 제작하는 데 드는 시간이 10초면 충분하다. 그렇다 보니 1일 경찰청이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딥페이크 범죄 현황’에 따르면 딥페이크 영상물을 만들어 배포해 입건된 10대 청소년은 2021년 51명, 2022년 52명, 2023년 91명, 올해 1∼7월 131명으로 3년 새 2배 이상이 됐다. 또 최근 4년간 딥페이크 범죄로 입건된 피의자들 중 70.5%에 해당하는 325명이 10대였다. 반면 교원단체들은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를 입은 교사들이 취할 수 있는 대응은 교권보호위원회를 여는 것 외에 별다른 방안이 없다고 지적한다.
교사들의 딥페이크 피해 뉴스를 살펴보며 지난달 29일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후 세 번째 기자회견이 떠올랐다. 윤 대통령이 이날 현 정부의 성과 중 하나로 ‘교권 보호 5법 개정’을 꼽으며 “교사가 교육 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자평했기 때문이다. 관련법의 개정만으로 추락된 교권이 회복될 수 있을까. 아직도 학교 현장에는 ‘혹시 제자들이 내 사진을 도용해 딥페이크 범죄를 저지르진 않았을까’ 의심하며 불안해하는 교사들이 너무 많다.
김정은 정책사회부 차장 kim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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