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마을] 보고 싶은 친구에게
한겨레 2024. 9. 2.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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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살에 죽은 친구의 글씨체로 편지를 쓴다.
친구.
나는 아직도사람의 모습으로 밥을 먹고사람의 머리로 생각을 한다.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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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살에 죽은 친구의 글씨체로 편지를 쓴다.
언녕. 친구. 나는 아직도
사람의 모습으로 밥을 먹고
사람의 머리로 생각을 한다.
하지만 오늘은 너에게
나를 빌려주고 싶구나.
냉동실에 삼 년쯤 얼어붙어 있던 웃음으로
웃는 얼굴을 잘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구나.
너만 좋다면
내 목소리로
녹음을 해도 된단다.
내 손이 어색하게 움직여도
너라면 충분히
너의 이야기를 쓸 수 있으리라 믿는다.
답장을 써주기를 바란다.
안녕. 친구.
우르르 넘어지는 볼링핀처럼
난 네가 좋다.
-2024년 현역 시인들 설문조사 결과 ‘가장 좋아하는 시’,
신해욱의 ‘생물성’(문학과지성사, 2009)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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