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마을] 빈 집

한겨레 2024. 9. 2.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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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2024년 현역 시인들 설문조사 결과 ‘가장 좋아하는 시’,
기형도의 ‘입 속의 검은 잎’(문학과지성사, 1989)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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