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평 과세 vs 세수 안정’ 딜레마…전문가 “금투세 유예 더는 안 돼”[세금은 죄가 없다④]
예정대로 내년 1월부터 금융투자소득세가 시행되면 세수 예측의 불확실성은 지금보다 커질 수 있다. 증시 향방에 따라 세수가 급격히 늘거나 쪼그라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주식 투자 손실에도 세금을 매기고 소득재분배 효과도 떨어지는 현행 거래세 중심 제도를 계속 유지하는 것도 바람직하진 않다. 금투세를 시행하느냐 마느냐의 여부는 공평 과세와 세수 확보의 안정성 사이에서 선택의 문제이기도 하다.
금투세 공제한도 늘면서 세수 불리해져
국회예산정책처는 2021년 보고서에서 금투세가 시행되면 4년간 연평균 약 1조7000억원의 세수가 순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추계는 거래세율을 0.15%로 가정해 2014~2017년 시장의 과세 대상을 기준으로 산출한 결과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세수가 늘어난다는 이 보고서 결론을 그대로 받아들이긴 어렵다고 말한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금투세는 주식을 양도한 사람 중 이익을 본 사람이 내는 세금인 만큼, 어떤 주가지수의 연도로 세수추계를 했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관료도 “4년이 지난 현재 주식 투자 거래량이 크게 달라진 만큼 세수추계를 다시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금투세 도입을 전제로 거래세는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고 있어 세수가 줄 가능성이 높다. 코스피시장의 증권거래세는 지난해 0.05%, 올해 0.03%, 2025년 0%로 점차 없어진다. 예정처도 2021년 같은 보고서에서 거래세를 폐지하고 공제한도를 2000만원으로 설정해 금투세를 도입할 경우 세수가 약 4000억원 감소한다는 결과를 냈다.
금투세 제정 태스크포스(TF)에 참여했던 A박사는 “금투세의 최종 공제한도가 TF 권고안이던 250만원에서 5000만원까지 확대되면서 세수가 줄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금투세 공제한도는 TF 권고안은 250만원이었지만 이후 기재부가 2000만원으로 상향했고 최종안은 5000만원으로 확정됐다.
세수를 이유로 금투세를 반대하는 쪽은 ‘공평’과 ‘효율’이란 조세정책의 두 가지 기둥 중 후자를 중시한다. 최소한의 징세로 조세수입을 극대화하는 게 옳다는 것이다.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는 “지난 10년간 거래세 세수를 보면 연평균 6조7000억원인데, 금투세 도입 시 이 세수를 포기해야 한다”며 “거래세는 기본적으로 세수 효율을 추구하는 세목이다. 그간 정부가 거래세를 유지했던 것도 세수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LS 1억 손실 후 엔비디아 1억 벌어도 세금
금투세 찬성론자들은 거래세 목적이 ‘세수’라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실제로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1978년 거래세 도입 당시 정부는 “주식 투자를 통한 자본이득에 대해 과세하는 것이 조세원칙 측면에서 바람직하나 세무기술상 한계 때문에 증권거래세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는 “거래세는 금융자산을 누가 얼마나 가졌는지 기술적 한계가 있던 때 양도세를 대체해서 거둔 세금”이라며 “부동산 거래세를 두고 있는 해외 국가들에서도 거래세 목적은 세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 거래세는 ‘공평’이란 가치관하에서는 문제가 많은 세금이다. 소득분배를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주식 거래에서 손실을 봐도 일단 매매만 이뤄지면 부과되는 만큼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에도 어긋난다. 홍콩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해 1억원을 날린 사람이 같은 해 미국 엔비디아 주식 투자로 1억원을 벌어 결과적으로 이익이 없더라도 지금은 1억원에 대한 세금을 내야 한다.
왕현정 KB증권 TAX솔루션부장은 “현재 주식 매매에 대한 차익은 양도소득, ELS 투자로 인한 손익은 배당소득으로 분류돼 있어 세금을 통산해 매길 수가 없는데 금투세는 그런 부분을 고쳐 도입된 것”이라고 밝혔다. A박사도 “금투세는 이월공제기간을 5년으로 두기 때문에 5년 안의 손실분을 고려해 세금을 매긴다”며 “고수익·고위험 투자도 늘려 자본시장 활성화에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시점에서 금투세를 더 이상 유예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윤석열 정부는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요건을 기존 시가총액 10억원 이상에서 올해 양도분부터 50억원 이상으로 올렸다. 이미 금투세 도입을 전제로 거래세 인하, 대주주 요건 완화 등이 추진돼 세수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정 교수는 “금투세를 폐지할 것이라면 대주주 요건과 거래세를 기존대로 돌려놓아야 하고, 도입할 것이라면 예정대로 추진해야 한다”며 “주식시장을 살리겠다고 세수를 망가뜨리면 유권자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리즈끝>
윤지원·김경민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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