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주의자’라 자임하더니…‘국회 무시’ 기록 쌓는 윤 대통령
국정운영 소통 않고 ‘대치’만…여당서도 “국민들 실망” 비판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제22대 국회 개원식에 불참하면서 1987년 직선제 도입 이후 처음으로 국회 개원식에 빠진 대통령이라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취임 초기 ‘의회주의자’를 자임했지만 잇따른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국회 청문보고서 없는 27명째 장관급 임명 강행 등 ‘국회 무시’ 기록을 쌓아가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에게 “(윤 대통령이 개원식에 불참한) 상황에 대해 상당히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현재 국회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비정상적 국회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탄핵(안)과 (입법)청문회를 남발하고 대통령 가족에게 살인자란 표현까지 서슴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어제에 이어 계속 계엄설이 난무하고 대통령을 향해 언어폭력과 피켓 시위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개원식 참석은 쉽지 않다고 본다”고 밝혔다.
개원식 불참은 윤 대통령이 스스로 밝힌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1주일 만인 2022년 5월16일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하며 이른바 ‘의회주의자’임을 강조했다. 그는 “진정한 자유민주주의는 의회주의라는 신념을 저는 가지고 있다”며 “의회주의는 국정운영의 중심이 의회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설에 앞선 사전환담에서도 “의회주의가 민주주의의 본질”이라며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이 있으면 의회 지도자들과 사전에 상의하고,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국민적 공감대를 만들어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국정운영에서는 의회주의자로서의 면모보다 의회와의 대치가 두드러졌다. 윤 대통령 취임 후 약 2년4개월은 국회와의 불통이 심화하고 국회 무시의 기록이 새로 쓰인 기간으로 평가된다. 국회에서 통과된 법안 21건에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돌려보냈다. 임기 절반 이상을 남겨둔 상태에서도 이승만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이미 가장 많은 거부권을 행사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을 임명했는데, 이는 국회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을 강행한 27번째 장관급 인사다.
여당에서도 윤 대통령 개원식 불참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야당이 잘못한 건 맞지만, 대통령께서도 의회주의자라고 말씀을 하셨다. 국민들 보시기에는 그 진정성에 실망할 수 있다”며 “최소한의 어른으로서 품고 이런 모습이 있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국회, 여당, 야당, 대통령실이 각자 왜 이런 상황이 만들어졌는지 좀 돌아봐야 한다”며 “대통령이 개원식을 안 오셔서 욕을 할 수는 있지만, 그게 민주당에는 기쁜 일이냐. 민주당도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순봉·유새슬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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