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감에 밤잠 설치는데 장난이라고?”…아이들은 학교도 친구도 믿을 수 없다
청소년 사이에선 ‘온도차’
“성적대상화 방치한 결과”
인천에 사는 고등학교 1학년 A양은 학교 현장에서 딥페이크 성범죄가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지난주부터 밤잠을 여러 번 설쳤다고 말했다. A양이 다니는 학교는 피해 추정 학교 명단에 오르지 않았지만 자신의 사진도 어디선가 딥페이크 범죄에 이용되고 있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A양은 2일 “나도 언제든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무서운데 어떤 애들은 그냥 장난처럼 여기고 있다”며 “학교나 학원에서 일부 애들이 ‘그냥 합성인데 뭐가 문제냐’ 같은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거나 딥페이크 관련 뉴스를 보면서 키득거릴 때마다 화가 난다”고 말했다.
중학생 B양도 친구들과 불안을 공유하긴 마찬가지라고 했다. B양은 “걱정된다고 하니 부모님이 일단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진짜인지는 모르겠다”며 “주변을 계속 의심해야 한다는 게 스트레스”라고 말했다.
딥페이크 성착취물 범죄 확산에 대한 충격으로 사회가 들끓고 있지만 학교나 학원 현장에선 온도차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사람뿐 아니라 소지·감상한 사람까지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지만 여전히 일부 학생과 누리꾼들은 딥페이크 범죄를 ‘가벼운 일’로 치부하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딥페이크 정의가 뭐냐. 연필로 캔버스에 초상화 그리면 그것도 딥페이크냐”며 딥페이크 범죄에 대한 비판을 조롱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소년들이 딥페이크 성범죄를 심각한 범죄로 인식하지 않는 실태는 통계로도 나타났다. 서울시립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가 공개한 ‘2023년 디지털 성범죄 가해 청소년 상담 프로그램 효과성 검증 및 매뉴얼 개발 연구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하반기 디지털 성폭력을 저질러 상담기관에 의뢰된 10대 남성 30명 중 59%는 가해 동기로 ‘호기심’을 꼽았다. ‘큰일이라고 생각하지 못해서’(52%), ‘재미나 장난’(41%)이라는 답변이 뒤를 이었다.
이런 현상은 타인을 인격이나 감정이 없는 물건처럼 치부하고 성적 쾌락을 충족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성적대상화’를 한국 사회가 오랫동안 방치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연웅 남다른성교육연구소 사무국장은 “이번 사건은 사회 전반에 만연하던 여성혐오와 성상품화가 디지털 공간으로 자리만 옮겨간 것”이라며 “지난해부터 정부가 학교 내 성교육 예산을 전부 삭감하면서 학생들이 포괄적 성교육을 못 받게 된 문제가 방치돼 생긴 결과”라고 말했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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