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동물원 원숭이처럼 가둬놨어"…기지촌 여성들의 아픈 역사 '사라질 위기'
시민단체 "역사를 기억하는 교육적 장소로 활용해야"
동두천시 "낙후된 지역 개발을 위해 철거해야"
'여기 있는 사람들은 갇혀있는 원숭이 신세 같다며 과거 '몽키하우스'로 불렸던 곳이 있습니다. 여성 인권 유린의 장소인 성병관리소인데, 동두천에 마지막 남은 성병관리소 건물을 두고 갈등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어떤 일인지, 밀착카메라 이가혁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여기는 경기북부어린이 박물관인데 지금 이 어린이 박물관 울타리 바깥으로 지금 시민사회단체가 굉장히 떠들썩하면서 또 주목하고 있는 2층짜리 낡은 건물이 있습니다.
지금 한번 찾아가 보겠습니다.
저쪽이 하얀색 콘크리트가 보이는데 이쪽입니다.
지금 이 건물이 바로 옛 성병관리소 건물입니다.
화면 왼쪽에 보이는 저 팔각형 지붕 건물이 초소로 보이고요.
그리고 저쪽 콘크리트 2층짜리 건물이 성병관리소 본관입니다.
저기가 2층으로 돼 있고 방이 7개 최대 140명까지 수용 가능한 방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지금 저기 보이죠.
유리창을 보면 이렇게 사실상 감옥처럼 창살이 쳐져 있는데 안에 있는 사람이 함부로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가둬놓은 그런 기능을 했다고 합니다.
건물 뒤편에 난 진입로로 들어가보려고 했지만, 동두천시가 철조망까지 설치해 막은 상황.
이유를 물었습니다.
[동두천시 관계자 : 일부 시민단체에서 거기 점거할 수도 있어서 문 못 열어드리거든요. {저희 촬영 목적으로 혹시 잠깐만…} 안 돼요.]
방금 언급된 시민사회단체 바로 여기 있습니다.
동두천시가 옛 성병관리소 건물을 철거하려하자 이를 막기 위해서 시청앞에서 농성을 하고 있는데요.
다쓰러져가는 듯한 건물을 왜 철거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지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최희신/경기북부평화시민행동 활동가 : 그런 역사들을 기억하고 미래 세대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교육적인 장소, 그리고 평화와 그곳에서 치유가 일어날 수 있는 장소로 전환해 활용하자는 주장을 하는 겁니다.]
이 건물에서 대체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까요?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동두천지역 성매매 종사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병 검사를 했던 곳.
이후 30년 가까이 방치된 이 건물의 또 다른 이름은 '몽키하우스' 당시 몽키하우스에 감금됐던 여성을 직접 만났습니다.
[김영희 (가명)/성병관리소 강제입소경험자 : {왜 몽키하우스로 불린 건가요?} 한마디로 거기 있는 사람들을 우습게 생각한 거예요. 감옥은 감옥인데 우리는 죄를 안 지었잖아요. 원숭이들도 죄를 안 지었는데 동물원에 감금시키는 건 마찬가지잖아요. 그런 거예요.]
국가에 의한 강제 구금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김영희 (가명)/성병관리소 강제입소경험자 : 거기 밤에 들어가서 낮에 나올 땐 거기가 어딘지도 몰라요. 봉고차가 도착하니까 이제 누가 문을 열어줘서 들어갔어요. 그리고는 내려오라고 하길래 내려와서 그냥 문 하나 있는 곳으로 들어갔어요.]
제대로 된 검사 없이 성병을 치료한다며 독한 페니실린 주사를 맞아야 했습니다.
[김영희 (가명)/성병관리소 강제입소경험자 : 그 주사는 진짜 진짜 너무너무 아파요. 그거 맞고 임신도 못 한 사람들도 많을 것 같아요. 나 다음에 맞은 언니도 죽는 줄 알았어. (주사 맞더니) 막 이상한 말을 하고 기절한 상태에서 말을 하고 팍팍 치면서 머리치고 막, 그 사람 죽는 줄 알았어. 근데 깨더라고.]
[인근 주민 : 예전에 막 여자가 옷 벗고 뛰쳐나오고 그랬었어. 난리가 났었는데, 교도소처럼 감금해놓으니까 여자들이 막 뛰쳐나오고 그랬어.]
우리 법원은 미군과의 군사 동맹 유지를 위해, 또 달러 벌이를 위해 국가가 이 여성들에게 성매매를 장려했고, 성병관리소 운영은 집단적 불법 수용이라며 국가의 잘못을 인정했습니다.
전국 40곳에 있던 성병관리소 건물은 거의 사라지고 이제 이 동두천에 딱 하나 남아있습니다.
동두천시는 낙후된 지역 개발을 위해 건물을 철거해야한다는 입장.
[동두천시 관계자 : 소요산 확대 개발 사업에 따라서 온천이나 그런 관광시설 같은 것들이 들어갈 예정입니다.]
오는 6일 동두천시의회가 철거 예산을 통과시키면 올해 안에 이 건물은 사라집니다.
미군 대상 성매매가 뭐 그리 자랑스러운 역사라고 이걸 보존하자고 하느냐 취재 중에 들은 말입니다.
맞습니다. 국가가 나서서 여성들에게 직접 성매매를 장려한 그 인권 유린의 끔찍한 역사가 담긴 이 장소 결코 자랑스러울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래서 이곳을 기억하고 배울 수 있는 장소로 개발해 보자는 것 우리는 이걸 다크투어리즘이라 부릅니다.
[작가 유승민 / VJ 김한결 / 취재지원 박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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