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尹 계엄 대비 친정체제 구축” 용산 “계엄농단, 李 대표직 걸라”
“박근혜 정부 때도 실제 계엄에 대한 검토와 준비가 됐었다는 게 나중에 밝혀지지 않았느냐. 지금 이 정권 어딘가에서도 그런 고민과 계획을 하고 기획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전략기획위원장)
“오죽하면 국민이 계엄령을 걱정하겠나.”(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
민주당 지도부가 2일 ‘계엄령’ 의혹을 본격 꺼내들며 공세에 나섰다. 전날 당 대표 회담 모두발언에서 이재명 대표가 “최근 계엄 이야기가 자꾸 나온다”고 언급한 것에 가세하고 나선 것. 계엄령은 헌법 제77조에 따라 전시 및 사변이나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에서 질서 유지가 필요할 때 대통령이 군대를 동원해 치안·사법권을 유지하는 조치다.
● 野 워크숍에서 “계엄 대비 전자투표 준비해야”
복수의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표는 최근 국가정보원과 군 출신 의원들로부터 직접 계엄령 관련 보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9일 정기국회에 앞서 열린 당 워크숍에서도 계엄령 관련 논의가 나왔다고 한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도 계엄령 준비 의혹으로 공세를 펼쳤다. 민주당 의원들은 “윤 대통령과 서울 충암고 동문인 김 후보자가 고교 후배인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 등과 합심해 언제든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추미애 의원은 “항간에 (윤 대통령이) 계엄령 대비를 위한 친정 체제를 구축 중이고 후보자 (임명)의 용도가 그것이라 하는데 근거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김 후보자를 중심으로 대통령실과 (계엄령 선포에 관여하는) 국방부, 방첩사, 수방사가 하나의 라인으로 구축될 수 있다”고 했다. 국정원 1차장 출신인 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충암파’가 ‘용현파’로 확대돼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 정도면 제2의 ‘하나회’”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계엄령’ 관련 질의에 “거짓 -정치 선동”이라며 “지금 대한민국 상황에서 과연 계엄을 한다고 하면 어떤 국민이 이를 용납하겠나. 우리 군이 따르겠나. 저는 안 따를 것 같다”고 반박했다. ‘충암파’ 세력화 주장에 대해서는 “군 장성이 400명 가까이 있는데 그중 4명을 갖고 ‘충암파’라고 하는 것 자체가 군의 분열을 조장할 수 있다”고 했다.
● 與 “李 판결 앞두고 거짓 음모론”
국민의힘 지도부도 반발했다. 한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계엄을 준비하고 있다’라는 정도의 거짓말이라면 국기문란”이라며 “우리가 모르게 지금 대통령이 계엄을 준비하고 있다면 근거를 제시해 주시라”고 비판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도 “민주당이 만들고, 민주당이 퍼뜨리는 가짜뉴스”라고 했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판결 등을 앞두고 의도적으로 꺼내든 음모론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 대표가) 판결 선고 날짜가 가까워져 오니 눈에 헛것이 보이는 것”이라고 했다. 김민전 최고위원도 민주당 전현직 의원들이 연루된 돈봉투 사건을 언급하며 “야당 의원들의 유죄 판결이 나오기 시작하자 계엄령을 앞두고 야당 의원들을 잡아가는 것이라고 거짓 프레임을 빌드업한다”고 주장했다.
● 정부 “계엄 선포 이유 없다”
국방부 관계자는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을 선포했을 때와 44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180도 다르다”며 “현재는 계엄을 선포해야 할 이유도 없고 그럴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민주당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7년 2, 3월 현 방첩사령부의 전신인 국군기무사령부가 당시 탄핵 정국에서 확산되던 촛불집회에 대응하기 위해 ‘계엄 검토 문건’을 작성한 것처럼 윤 대통령이 충암고 라인에게 지시해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는 논리다. 윤 대통령이 최근 “반국가 세력”을 언급한 것도 이유로 들고 있다. 하지만 국방부 관계자는 “당시 문건도 실행을 염두에 둔 계획이 아니었다”며 “당시 기무사령관을 지내며 문건 작성 지시·보고 의혹을 받은 조현천 예비역 대장도 내란 예비·음모죄에 대해서는 무혐의를 받았다”고 했다. 허위 공문서 작성 혐의 등으로 기소된 기무사 전 참모장 등 간부 3명은 항소심에서 벌금형이나 선고유예 등을 받았다.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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