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소년법 개정보다 중요한 것들
10대들의 범죄를 다루는 언론기사는 대부분 사건기사다. 그런데 범죄 사실에만 주목하면 범죄의 원인이 보이지 않는다. 소년사법의 목적은 처벌이 아닌 교화다. 재범률을 낮추고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범죄를 저지른 소년과 비행 초기 단계 소년에게 적극 개입해 범죄의 이면을 들여다봐야 한다. 그래서 소년법은 죄를 범한 소년뿐만 아니라 우범소년도 법원 소년부의 심리 대상으로 정한다. 우범소년은 성격이나 환경에 비추어 앞으로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할 우려가 있는 청소년을 뜻한다.
2년 전 A양(18세)은 길에서 습득한 주민등록증으로 담배를 사고 술집에서 술을 마셨다. A양의 비행은 지위비행이다. 지위비행은 성인에게는 허용되지만, 청소년에게는 문제가 되는 행동을 의미한다. 청소년이라는 사회적 지위 때문에 일탈행위로 간주된다. A양이 생활하던 청소년쉼터의 원장이 법원에 통고해 A양은 소년부 법정에서 재판을 받았다. 통고 제도는 위기청소년의 자기 낙인감을 방지하고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수사기관의 수사 과정을 거치지 않고 직접 사건을 법원에 접수시키는 절차다. 소년부 판사는 A양에게 보호처분 중 5호(보호관찰 2년) 처분과 야간외출제한 명령을 결정했다. 보호관찰소는 A양에게 야간외출제한 명령을 집행하고 심리상담, 멘토링 프로그램을 지원했다. A양은 보호관찰관의 지도·감독과 원호를 받으면서 고졸학력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2년의 보호관찰이 종료되던 날, A양은 판사에게 자필 편지를 보냈다. 보호관찰을 1년 더 연장해달라는 요청이었다. A양은 간호사라는 꿈이 생겼고, 대학 진학을 준비하기 위해 보호관찰 기간 연장을 희망한다고 편지에 썼다.
지난 20·21대 국회가 발의한 수십 건의 소년법 개정 법률안은 전부 본회의 문턱도 밟지 못하고 폐기됐다. 법안 중 상당수는 특정 범죄나 특정 연령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이다. 엄벌을 통해 범죄를 억제하는 일반예방주의에 근거한 개정안이다. 형법에 따라 성인범을 처벌하고 있지만 범죄를 근절할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자아와 인격이 미성숙한 위기청소년의 일탈과 비행, 여러 가지 사회문제가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소년범죄를 법의 위하력으로 예방하자는 일반예방은 실효성이 떨어진다.
소년법은 소년의 성행과 환경을 개선하는 특별예방주의를 이념으로 한다. 그 실천적 조치로서 재사회화를 위한 교육을 실현한다. ‘소년원’을 ‘소년원 학교’라 부르고 교과교육과 인성교육, 직업훈련교육을 위해 교사를 특별채용하는 이유다. 우리나라의 소년법과 보호처분은 견고하고 체계적이다. 보호관찰과 소년원 처분을 집행하고 범죄 예방과 재범을 방지하는 업무의 노하우와 전문성도 충분히 갖추고 있다. 문제는 보호관찰 인력 부족과 소년원의 과밀수용이다. 소년 보호관찰 담당 공무원 1명이 70~80명을 관리한다. 수용률이 200%에 달하는 소년원이 있을 정도로 과밀수용이 심각하다.
22대 국회는 엄벌 여론을 의식해 급조한 소년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보다는, 보호처분 내실화와 실효적 집행을 위한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기 바란다. 소년범죄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에 대한 구조적 성찰을 통해 국회가 그토록 강조하는 ‘민생’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최원훈 법무부 수원보호관찰소 안산지소 책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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