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뜨거운 하수처리장서 차가워질 지구를 꿈꾸다

기자 2024. 9. 2.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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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야가 한 달 넘게 이어져 기후변화를 절감한 여름이 지나가고 있다. 폭염으로 인한 에어컨 가동은 탄소배출로 이어져 기후변화를 더 일으키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지난 8월22일은 에너지의날이었다. 에너지의날은 세계 8위의 전력 소비국(2021년 기준)이기도 한 우리나라에서 에너지 절약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자 만들었으며 밤 9시에 5분간 소등하는 ‘불을 끄고 별을 켜다’ 캠페인 등 매년 에너지 절감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가 실시된다.

최대 전력소비 기록을 경신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위기 상황을 개선하려면 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노력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진정성 있게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생활하수와 공장폐수, 그리고 분뇨와 음식물쓰레기까지 정화하여 환경을 지키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하수처리장도 사실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곳이다.

하수를 이송하기 위해 큰 펌프도 가동하고 오염물질을 분해해 주는 미생물에게 산소를 쉬지 않고 공급하기 위해서는 전기가 많이 필요하다.

내가 일하는 시흥물환경센터를 예로 들면, 시화공단의 1만2000여개 업체에서 발생하는 폐수를 처리함으로써 시커멓게 죽어가던 물을 되살린 ‘시화호 기적’의 주역 가운데 하나지만 에너지 측면에서 보자면 한 해에 약 9000가구가 쓰는 전기를 소비하고 있다.

환경 지킴이 하수처리장이지만 에너지 소비 측면에서 보면 탄소배출을 많이 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기후변화 시대를 맞아 하수처리장도 달라지고 있다. 에너지를 소비하던 하수처리장이 이제는 에너지를 생산하고 있다. 시흥물환경센터를 예로 들면, 현재 1.3㎿ 용량의 태양광 발전 시설이 넓은 하수처리장과 건물 벽면에 설치되었고, 건물의 단열도 강화하여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고 있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환경부가 주관하고 시흥시와 시흥물환경센터 운영을 맡은 K-water가 협업해 탄소중립 사업을 시행했기 때문이다.

이달에 환경부 탄소중립 인증을 받게 되는 이 사업을 통해 시흥물환경센터에서는 태양광 발전으로 연간 1400㎿h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이는 약 530가구가 쓸 수 있는 전력량이며 하수처리장 내 본관 건물 전체에 쓸 전기를 공급하고도 남는 양이다. 물론 아직 하수처리장 전체에서 소비되는 전기의 일부이지만 탄소중립으로 가는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이다.

기후변화와 그로 인한 홍수, 가뭄, 폭염 등으로 고통받는 시대이다.

시흥 사례처럼 환경부가 판을 깔아주는 감독으로 앞장서고 시흥시를 비롯한 지자체가 코치로서, 하수처리장을 운영하는 공공 또는 민간기업들이 발로 뛰는 선수로서 협업한 탄소중립 하수처리장 모델은 다른 공공시설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폭염으로 뜨거운 하수처리장에서 더 시원해진 지구를 꿈꿔본다.

조창현 K-water 화성권지사 시흥물환경센터장

조창현 K-water 화성권지사 시흥물환경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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