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K] 어선 연락두절 잇따라…원인과 해법은?
[KBS 제주] [앵커]
지난 6월 선원 12명을 태우고 제주 먼바다로 조업에 나선 어선이 밤사이 연락이 끊기며 해경이 급히 수색에 나섰던 일 기억하십니까?
다행히 무사히 조업 중인 것으로 확인됐지만, 최근 이러한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합니다.
원인과 대책을 나종훈 기자와 짚어봅니다.
최근 제주 어선들의 위치 미보고 사례가 늘고 있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어선들은 어선안전조업법에 따라 통상적으로 하루에 한 번씩, 또 풍랑특보 발효 시에는 12시간마다 수협 어선안전조업국에 위치 보고를 해야 합니다.
특히, EEZ 접경 수역 등 제주에서 1,000km 가까이 떨어진 타이베이 인근 특정해역으로 먼바다 조업에 나갈 경우에는 하루에 3차례 위치를 통보해야 합니다.
바다가 워낙 변화무쌍한 곳이라 어선이 안전하게 조업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인데요.
이 기준 시간 내에 어선들은 무선통신 장비나 위성전화 등 가능한 통신수단을 써서 위치를 보고해야 하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5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그런데, 최근 이 위치 미보고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데요.
지난해 3건에 불과했던 위치 미보고 사례는 올해 4월 중순부터 한 달 동안에만 50여 건이 집중 발생했고요.
이로 인해 모두 2억 5천여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됐습니다.
[앵커]
이렇게 어선들의 위치 미보고 사례가 급증한 이유가 있을까요?
[기자]
한마디로 요약하면 먼바다에 나간 어선과 뭍에 있는 수협 어선안전조업국 또는 해경과 통신이 원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라고 말할 수 있을 텐데요.
어선에는 여러 통신장비가 있습니다.
크게 무전기 형태나 전화기 형태의 통신장비가 있는데요.
먼바다에 나가면 이 장비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게 어민들의 불만입니다.
[앵커]
통신장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좀 더 자세히 말씀드리면요,
크게 보면 어선에는 VHF, SSB, 위성전화 등 직접 음성 통신이 가능한 장비가 설치돼 있습니다.
VHF는 단거리 무선통신 장비고요.
라디오로 치면 FM주파수와 비슷해서 통신 감도는 좋지만 통신거리는 50km 내외로 짧아서 제주와 수백KM 떨어진 곳까지 먼바다 조업에 나서는 어민들에게는 적합하지 않는데요.
그래서 사용하는 게 SSB라는 통신장비입니다.
라디오로 치면 일종의 AM주파수라서 감도는 좋지 않지만 제원상 1,500km 정도 떨어진 곳에서도 무전을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SSB라는 통신장비가 최대 1,500km까지 무전이 가능하긴 하지만 이 무전을 받는 수협 어선안전조업국의 수신 최대 거리가 600km 에 불과합니다.
안테나 높이가 낮기 때문인데요.
현재 25m 높이의 안테나를 70m 정도까지는 높여야 1,500km 거리까지 수신할 수 있는데, 현재 어선안전국이 위치한 제주시 서부두 주변 부지가 협소하고 인근에 11층 규모 아파트도 있어서 여러 한계가 있습니다.
결국 SSB 장비에 맞춰서 안테나를 70m까지 높게 설치하려면 어선안전국을 애월항으로 옮겨야 하는데요.
국비 등 수십억 원의 예산이 필요해 쉽게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앵커]
또 다른 문제도 있나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방금 말씀드린 SSB라는 장비는 정부가 어선의 안전을 위해 필수적으로 설치하도록 한 일종의 법정 장비입니다.
그런데 정부가 어선 현대화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서 3년 전부터 SSB 무선장비와 위치발신기능을 합친, 디지털 자동위치발신기- D-MF/HF 라는 장비를 보급하고 있는데요.
이 장비가 말썽을 일으키고 있다고 합니다.
(말썽이라면 고장이 일어나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이 디지털 자동위치발신기는 무전 기능 외에도 최대 1,500km까지 어선의 위치를 10초마다 한 번씩 자동 발신하는 기능이 있는데요.
아주 먼 거리까지 위치신호를 계속 보내다 보니 전파 출력이 아주 강합니다.
이 때문에 어선내 다른 전자장비에 영향을 끼치는 전파간섭 현상을 일으키며 고장을 유발하고 있다는 게 어민들의 설명입니다.
다시 말해 정부가 의무화한 법정 장비를 설치했더니 다른 무선통신 장비는 물론, 레이더, 어군탐지기, 심지어 자동조타기까지 조업 도중에 수시로 고장 나면서 막대한 수리비와 안전까지 위협받고 있다는 겁니다.
[앵커]
문제가 심각한거 같은데, 이 장비를 보급한 정부나 제조사의 입장은 어떤가요?
[기자]
제조사는 우선, 이 장비가 먼 거리까지 위치신호를 수시로 보내야 하다 보니 전파 출력이 세서 일부 다른 장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집에서는 고출력 전기제품을 쓸 때 접지라는 게 달려있거든요.
이 접지로 다른 곳으로 전류를 흘러보내면서 전파 간섭을 최소화하는데요.
어선은 대부분 FRP라 불리는 강화플라스틱으로 건조 하다 보니 이처럼 접지해서 남는 전류를 흘려보낼 게 마땅하지 않죠.
그래서 전파간섭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건데요.
제조사 측에서는 AS 요청 등이 들어오면 어선 한쪽에 일종의 접지를 만들어서 전파간섭 현상을 최소화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이 디지털 위치발신기를 보급한 해양수산부는 이러한 어민들의 민원을 잘 알고 있다며 조만간 제주를 찾아 현장검증을 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앵커]
답변 중에서 어선에서 사용하는 통신 장비에 위성전화도 있다고 했는데, 최근 이것도 말썽이라면서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위성전화는 말 그대로 하늘에 떠 있는 인공위성을 사용해 통신하는 전화기를 말합니다.
인공위성으로 통신을 하다보니 거리의 제약이 없는 게 특징인데요.
다만, 정부의 지원대상 장비가 아니라서 한 대당 설치비는 500만 원 정도 통신요금도 1분에 1,500원 정도로 비쌉니다.
그래도 거리 제약도 없고 통신 감도가 좋아서 먼바다 조업에 나서는 어민들은 이 위성전화를 많이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실제 제주 연근해어선 330척 가운데 297척이 위성전화를 사용할 정도로 대부분 어선이 설치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위성전화를 설치한 어선들은 이 전화를 통해서 위치보고도 많이 했었고요.
뭍에 있는 가족과 통화도 하고 물품 보급 받을 때도 사용헀던 거죠.
그런데, 어민들이 사용하던 위성전화가 지난 4월부터 돌연 먹통이 됐습니다.
[앵커]
어떤 이유 때문이죠?
[기자]
인공위성이 고장났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어민들이 주로 쓰던 위성전화는 아랍에미리트에서 발사한 '투라야'라는 정지궤도 위성을 사용했었는데요.
투라야라는 인공위성이 노후화로 수명이 다하면서 고장이 난 거죠.
때문에 투라야 위성전화를 사용할 수 없게 된 겁니다.
갈치를 주로 잡는 제주 어선들은 전국 어민들 중에 가장 먼 거리까지 조업에 나서거든요.
제주와 천km 남짓 떨어진 타이베이 인근 해역까지 가고 있는데, 여기서는 앞서 말씀드린 무선통신 장비는 수신 거리가 안되고 위성전화도 먹통이 되면서 통신 두절, 위치 미보고 사례가 잇따랐던 겁니다.
[앵커]
위치 보고가 어선, 어민들의 안전과도 직결된 건데, 해결 방법은 없나요?
[기자]
우선 어선안전조업국이나 해경에서는 단기적인 해법이 없어서 무선통신 도달거리에 있는 어선에게 중계 연결을 부탁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어선안전조업국이 제주와 800km 떨어진 곳에서 조업을 하는 어선과 연락하고 싶으면요,
500km 떨어진 어선에게 먼저 연락해서 지금 A 어선이 타이베이 인근까지 넘어간 거 같은데, 무전이 되느냐고 요청을 하면 A어선이 또 그로부터 한 300km 떨어진 A 어선에게 무전을 취해서 소식을 묻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임시방편인데요.
현재 국내 몇몇 통신사들이 고장난 기존 투라야 위성 말고 다른 위성을 활용한 전화를 개통하면서 어민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하고 가입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어민들은 또 다른 위성전화를 가입하고 설치해야 하나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먼바다에서도 원활한 통신을 위해서는 대체할 다른 위성전화에 가입해야 하는 건데요.
이 역시 가입 시에 500만 원가량의 설치비가 필요합니다.
적지 않은 돈이죠.
그래서 제주 어민들은 어선 안전이 달린 문제인 만큼 새로운 위성전화 설치 시 제주도의 지원을 요구하고 있고요.
제주도도 내년 예산으로 일정 부분 설치비라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어민들은 기존 투라야 위성전화를 판매했던 국내 통신사를 상대로 계약 미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며 적극 대응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제일 중요한 건 현장에 나가서 직접 일을 하는 어민들이 필요로 하는게 무엇인지, 잘 살펴보고 정책에 반영해 가는 과정이 필요하겠네요.
나종훈 기자 잘 들었습니다.
나종훈 기자 (n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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