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된 재생에너지로는 생태계 훼손 못 막아…공공성 확대 시급”[기후정의행진 릴레이인터뷰]
“바람·태양 독점 불가한 ‘공공재’
정부, 민간기업에 시장 다 내줘
화력발전소 노동자 재취업 문제
정부도 지자체도 기업도 외면
풍력단지 갈등 공공개발이 해법”
“현재 국내 재생에너지는 심각하게 민영화되어 버렸습니다. 민영화된 상태에선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한 정의로운 전환이나 주민 참여는 물론 생태계 훼손을 막는 것도 어렵습니다. 기후정의행진에서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를 요구하는 이유입니다.”
지난달 말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만난 한재각 907기후정의행진 집행위원은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이 이미 90% 이상 민영화된 상태”라면서 “재생에너지와 관련한 여러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선 공공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것만이 해답”이라고 말했다. 그는 “바람, 태양 등 재생에너지는 물이나 땅처럼 누군가 독점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닌 공공재”라고 했다.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는 오는 7일 서울 강남대로에서 열리는 907기후정의행진에서도 주요 의제로 등장할 예정이다. 민영화 일변도로 가고 있는 재생에너지 정책에 제동을 걸 필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의 대부분이 민간기업에 의해 운영되고, 최근 각광받고 있는 해상풍력의 경우 초국적 금융자본과 국내외 대기업이 사업의 93%를 허가받은 상태다.
환경단체와 전문가 등은 현재처럼 재생에너지가 민영화된 상태로 유지되면 주민 갈등·생태계 훼손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것은 물론, 발전소 노동자를 위한 ‘정의로운 전환’도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한 위원은 “재생에너지 사업을 민영화로 가져가는 흐름에서 주민 의사를 무시하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사업이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고, 이는 결과적으로 재생에너지 확대에도 걸림돌이 된다”면서 “정부는 공공을 강화해 재생에너지를 늘리려는 계획이 아예 없고 민간기업에 시장을 내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보다 민주적인 운영이 가능하고 사회적 가치를 우선시하는 협동조합과 협력하는 방식으로 재생에너지를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 위원은 특히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 등이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희생양이 되는 것을 막는 ‘정의로운 전환’에 있어서도 공공에너지 확대가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그는 2025년부터 폐쇄가 시작되는 태안화력발전소와 관련해 “화력발전소 노동자들이 재교육을 통해 태안 앞바다에 들어설 예정인 풍력발전소에 재취업하는 것이 가장 좋은 해법”이지만 “태안에 들어설 풍력단지 5곳 중 사업자가 확정된 3곳은 민간기업이 맡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동자들은 고용을 보장해줄 것을 요구하지만 정부나 태안군, 민간기업 모두 나몰라라 하고 있다”며 “이것이 바로 민영화된 국내 재생에너지의 민낯”이라고 지적했다.
한 위원은 “탈석탄법 제정 과정에도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들이 추천하는 법률가를 포함시키고, 발전소 노동자들이 포함돼 있는 공공운수노조 역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들이 탈석탄법제정연대 등 단체에서 논의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 위원은 “이미 국내에서도 공공재생에너지가 지역 에너지 공급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예들이 있다”면서 “제주에너지공사의 풍력개발지구 지정이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제주에서 기업들이 풍력발전단지를 만들려다 주민들과 심한 갈등이 일었는데, 이때 시민사회에서 들고나온 해결책이 ‘풍력공개념’이었다”며 “삼다수를 제조하는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의 사례처럼 풍력발전단지를 공공에서 개발하도록 한 것”이라며 “제주에선 풍력공유화기금을 만들어 풍력개발의 이익금을 재생에너지나 에너지 복지에 투자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위원은 “기후정의행진 이후에는 공공재생에너지를 확대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기 위한 입법활동을 이어갈 것”이라며 “공공재생에너지법과 한국발전공사법 등의 제·개정을 통해 내년 태안화력발전소 폐쇄 이전에 노동자들이 벼랑 끝에 몰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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