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이 ‘응급’, 정부는 “유지 가능”…현장선 “추석이 고비”

손지민 기자 2024. 9. 2.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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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역응급의료센터 10곳 중 4곳 ‘진료 제한’
환자들 시·도 넘나들며 ‘골든타임’ 놓칠 우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응급실 과부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2일 서울 한 대형병원 응급의료센터 인근에서 환자가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응급의료체계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자 정부가 “진료 유지는 가능하다”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 10곳 중 4곳은 일부 중증응급질환 진료가 제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2일 오후 진행한 ‘응급의료 등 비상진료 대응 관련 브리핑’에서 “응급실 운영에 일부 어려움은 있지만, 붕괴를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응급의료기관이 평소와 큰 차이 없이 유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전체 409곳 응급실 가운데 99%(406곳)가 24시간 운영을 하고 있고, 병상은 8월30일 기준 5918개로 평시(2월 첫째 주 6069개)의 97.5%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진료 제한’ 메시지 표출 증가에도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며 과도한 우려를 경계했다. 정부는 8월 5주(일평균) 기준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 180곳 가운데 78곳(43.3%)에서 27개 중증응급질환 일부에 ‘진료 불가’ 또는 ‘진료 제한’ 메시지를 표출했다고 밝혔다. 진료 제한 메시지는 응급실 처치 뒤 후속 진료가 불가능한 것을 뜻한다. 정부는 이에 대해 “중증응급질환의 경우, 환자 발생 빈도가 높지 않은 질환·시술이 다수로 (평시에도) 180개 권역·지역센터가 모두 진료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의료진들은 중증응급질환 진료 제한 메시지가 많아지면, 환자가 제때 응급진료를 받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남궁인 이대목동병원 교수(응급의학과)는 “최근 환자들이 시·도를 넘나들기 일쑤여서 충청권이나 강원권에서도 저희(이대목동병원) 쪽에 전화가 온다. 동선이 늘어나면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상급 응급의료기관인 권역응급의료센터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이날 정오엔 44곳의 권역응급센터 가운데 절반인 22곳(50%)에서 진료 제한 메시지가 표출됐다. 권역응급센터는 상급종합병원 또는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에 설치해 기존에 전공의(인턴·레지던트)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았던 곳이다. 그만큼 의료 공백의 타격도 더 컸다. 전공의 이탈 초기인 3월 첫째 주엔 권역응급센터 43곳 중 10곳에서 진료 제한 메시지를 띄웠지만 4월 마지막 주엔 18곳으로 늘었다.

정부는 인력 부족 상황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정부는 전공의 이탈 이후 응급실에 근무하는 총 의사(전문의·일반의·전공의) 수는 평시 대비 73.4% 수준이라고 밝혔다. 한 수도권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정부가 제시한 수치가 실제 어려움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짚었다. 그는 “전체 인력이 73.4% 수준이라지만 전공의가 있었던 응급실에선 훨씬 더 힘들다고 느낀다”며 “현장에선 정부가 발표한 정량적 수치로 다 담지 못하는 정성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인력난에 일부 응급실은 단축 운영에 들어갔다. 강원대병원과 세종충남대병원은 이날부터 성인 야간 진료를 제한한다. 야간·주말 운영을 멈춘 건국대 충주병원 응급실은 의사 7명이 전원 사직할 예정이었으나, 2명이 복귀해 전면 중단 위기를 넘겼다.

정부는 운영 차질을 빚고 있는 의료기관에 인력을 긴급 배치한다고 밝혔다. 응급실 운영이 일부 제한된 의료기관에 이달 4일 군의관 15명을 배치하고, 9일부터는 8차 파견될 약 235명의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를 응급실 등을 중심으로 집중 배치한다. 이를 두고 대한의사협회는 “군의료를 책임지고 있는 군의관들이 복무중인 부대를 떠나고, 농어촌 등 의료취약지에서 근무하고 있는 공중보건의가 근무지를 떠나면 그 공백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지역의료를 살린다는 정부가 오히려 지역의료를 말살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 조치에도 응급의료 현장에서는 “한계에 이르렀다”는 아우성이 나온다. 경기 지역의 한 권역응급센터 관계자는 “현재도 포화 상태인데, 추석이 고비가 될 것 같다”며 “경증 환자가 응급실로 몰리면 이땐 정말 인력이 부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충청 지역의 권역응급센터 관계자는 “업무·당직이 늘면서 개인 건강 악화, 과로 등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며 “그야말로 초인적 의지로 버티고 있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다고 말하기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손지민 기자 sjm@hani.co.kr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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