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명하게 갈린 댐 건설 후보지…'생존 위기' 연천만 만장일치
【 앵커멘트 】 기후대응댐 후보지 14곳을 발표한 정부가 지난달부터 지역 설명회를 하고 있습니다. 물그릇을 확대해야 기후위기 대응이 가능하다면서 이름까지 '기후대응댐'으로 지었지만 지역의 반응은 엇갈립니다. 김민수 기자가 주민 설명회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설명회장 단상이 점거됐습니다.
냉철한 질문과 답변은 사라지고, 욕설과 고성이 가득합니다.
- "물러가라! 물러가라! 물러가라!"
기후대응댐 14곳 가운데 한 곳인 지천댐 건설 후보지, 충남 청양군입니다.
환경부는 홍수와 가뭄 위기가 심각해지고 있다고 설득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주민들은 댐 건설이야말로 지역 환경과 재산을 파괴하는 행위라고 굳게 믿고 있었습니다.
▶ 인터뷰 : 김명숙 / 전 청양군 의원 - "그대로 두는 게 우리 주민들한테는 더 식당이 장사 잘되고 펜션이 잘되는 겁니다."
경기 연천군 주민 설명회장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습니다.
연천군 아미천댐도 청양군 지천댐처럼 다목적댐 용도의 기후대응댐 건설 후보지입니다.
▶ 스탠딩 : 김민수 / 기자 - "기후대응댐 후보지가 들어서게 되면 제가 서있는 이곳 아미천 상류 일대엔 4천5백만 세제곱미터 규모의 인공호수가 들어서게 됩니다."
연천군은 90년대 후반 두 차례 물난리를 겪으면서 사망자가 속출했고, 백학면과 미산면 인접 마을들이 1m 이상 물에 잠겼습니다.
주민들은 그날의 공포를 어제 일처럼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 인터뷰 : 정영화 / 지역 주민 - "물이란 게 얼마나 무서운데. 불보다도 물이 더 무서운 거야. 난리도 아니었어."
반백년 이상 지켜온 마을이 수몰될 처지의 마을 주민들도 댐 건설에 기꺼이 동의했습니다.
▶ 인터뷰 : 이경일 / 경기 연천군 동막2리 이장 - "지금도 비가 많이 오면 아침에 나옵니다. 나와서, 비가 얼마나 찼었는가 걱정이 돼서."
기후대응댐 후보지 14곳 가운데 지금까지 주민 설명회를 실시한 지역은 청양과 연천 등 아직 4곳에 불과합니다.
청양은 주민들 반대로 설명회가 무산됐고, 양구와 단양 등 설명회를 앞둔 일부 지역에선 반발이 예상됩니다.
환경부는 올해부터 '기후대응댐'이란 용어를 만드는 등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주민들이 기후위기에 공감할 수 있게 만들 전략을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MBN뉴스 김민수입니다. [ smiledream@mk.co.kr ]
영상취재 : 김현석 기자 영상편집 : 김미현 그 래 픽 : 양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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