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115> 복천동 고분군 53호 출토 등잔모양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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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공기가 어느덧 선선해져 가을이 다가왔음을 느낀다.
등잔모양토기는 굽 달린 바리나 항아리모양 토기에 여러 개 작은 잔이 달린 것으로, 작은 잔은 속이 비어 액체를 담거나 따를 수 있게 제작됐다.
이 중 이번에 소개할 유물은 복천동 고분군 53호에서 출토된 등잔모양토기(사진)이다.
등잔모양토기는 두 가지 관점에서 용도를 생각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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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공기가 어느덧 선선해져 가을이 다가왔음을 느낀다. 무더운 여름을 지나 가을 길목에서 밤 산책하며 보는 야경(夜景)은 계절이 바뀌면서 느낄 수 있는 묘미 중 하나이다.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은 별빛도 멋있지만 인공적인 불빛이 반짝이는 도심지의 야경 또한 절경이다.
전기가 발명되기 전 밤은 어떤 풍경이었을까. 해진 후에는 그저 어둡기만 했을까. ‘형설지공’으로 알 수 있듯 반딧불과 눈빛 달빛 별빛 등 자연적인 빛이 어두운 밤을 밝히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자연광이 미치지 못하는 무덤은 어땠을까. 삼국시대에는 땅을 깊게 파서 그 안에 나무나 돌로 관을 만들고 시신 및 각종 부장품을 매장했다.
삼국시대 사람들은 죽은 사람의 영혼이 사후 세계에서도 현세와 같은 삶을 이어간다고 믿었기에 죽은 사람이 사후 세계에서도 풍족하도록 아낌없이 부장품을 매장했고 심지어 순장자를 부장하는 경우도 많았다. 땅을 파서 만든 무덤은 당연히 빛이 미치지 않는 어둠의 공간이었을 것이다. 살아있을 때 완연하게 누리던 빛을 받지 못한다니. 완벽한 어둠은 오히려 두려움을 느끼게 하기 충분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삼국시대 무덤에서는 등잔모양토기가 종종 출토된다. 등잔모양토기는 굽 달린 바리나 항아리모양 토기에 여러 개 작은 잔이 달린 것으로, 작은 잔은 속이 비어 액체를 담거나 따를 수 있게 제작됐다. 5·6세기 가야·신라지역을 중심으로 만들어졌으며, 굽 달린 바리의 모양, 잔의 개수 등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띤다. 이 중 이번에 소개할 유물은 복천동 고분군 53호에서 출토된 등잔모양토기(사진)이다. 굽 달린 바리에 4개의 작은 잔이 붙어있다. 굽 부분에는 5개의 투창, 바리 부분에는 7개의 투창이 서로 어긋나게 뚫려 있다. 4개의 잔은 관 형태로 된 구연부에 달려 있으며, 잔은 전체적으로 찌그러져 있지만 대체로 평면 원형을 띤다. 잔 내부에는 구멍이 뚫려있어 바리 부분의 관과 연결된다.
등잔모양토기는 두 가지 관점에서 용도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실용적 기능이다. 기름을 담고 심지를 이어 매장 의례를 행하는 동안 등잔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무덤을 만들고 장송의례를 하는 동안 필요한 빛을 제공했을 것이다. 두 번째는 의례적 기능이다. 고대인은 사후세계로 가는 길이 매우 어둡다고 생각했다. 사후세계로 가는 어둡고 먼 길을 밝혀주길 바라는 기대감과 더불어 사후에도 밝은 세상에서 살기 바라는 마음으로 부장했을 것이다.
복천동 고분군 53호 출토 등잔모양토기는 현재 복천박물관 3층 상설전시실에 전시되어 있다. 등잔모양토기를 보며 죽은 사람이 어둠 속에서 길을 잃지 않고 밝은 세상으로 가길 바라는 삼국시대 사람의 마음을 오롯이 느껴보시길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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