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렁크에 현금 쌓고 다닌대" 솔깃한 도박 중독자? 돈에 눈이 멀어 살인까지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
■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4년 09월 02일 (월)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황근주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원화 변호사 (이하 이원화) : 도박으로 큰 돈을 빚지고 있던 박 씨가 김 씨를 처음 만난 건 사건 발생 8개월 전인 2007년 4월이었습니다. 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니던 김 씨는 한눈에 봐도 엄청난 재력의 소유자처럼 보였죠. 그리고 김 씨의 곁에 늘 보디가드가 함께였습니다. 어쩌면 그 순간은 4억이 넘는 사채빚으로 허덕이던 박 씨의 귀가 탁 트이던 순간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향후 자신이 저지를 범죄를 어렴풋이라도 계획했던 순간이었을 지도 모르죠. 과연 박 씨가 찾았다는 빚을 갚을 방법은 뭐였을까요? 혹시 돈이 많아 트렁크에 현금을 쌓고 다닌다는 재력가 김 씨도 연관된 방법이었을까요? 사건 X파일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안녕하세요.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 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황근주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황근주 변호사 (이하 황근주) :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의 황근주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오늘 이야기 나눌 이 사건 결국 도박 사채빚 때문에 벌어진 사건인데요. 어떤 일이 있었던 거죠?
◆ 황근주 : 2007년도에 있었던 사건입니다. 당시 무직이었던 박 씨는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도박을 하면서 사채업자에게 무려 4억 6천만 원 상당의 빚을 지고 있었는데요. 박 씨와 함께 강원랜드에서 도박을 자주 하던 남궁 씨가 있었는데 남궁 씨도 박 씨에게 2천만 원 정도 빚이 있었다고 합니다. 남궁 씨는 무직은 아니었고 의료기기 판매업자라고는 하는데 박 씨에게 진 빚을 갚기는 힘들었던 그런 상황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와중에 박 씨가 이번에는 강원랜드가 아니라 서울 송파구에 있는 한 도박장에서 피의자인 김 씨와 김 씨의 보디가드 오씨를 알게 됩니다.
◇ 이원화 : 보디가드가 같이 다녔다고 하니 보통 부자는 아니었겠다 싶긴 하네요.
◆ 황근주 : 김 씨는 강동구 유흥가의 유명 인사였다고 하는데요. 보디가드도 두고 고급 승용차를 몰고 다니면서 승용차 트렁크에 억 대에 달하는 거액의 현금을 싣고 다닌다는 소문이 있었습니다. 이 정도로 사람들이 김 씨를 엄청난 재력가로 알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박 씨가 생각했던 것도 처음에는 김 씨 돈으로 자기 빚을 좀 갚아야 되겠다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 이원화 : 남의 돈으로 자기 빚을 갚는다는 게 잘 이해는 안 되는데 그러면은 뭐 저리로 돈을 좀 빌려달라 이런 요청이라도 했던 건가요?
◆ 황근주 : 보통 사람이라면 김 씨한테서 돈을 좀 빌려서 당장 급한 불부터 꺼야겠다라고 생각을 했을 텐데요. 박 씨가 생각한 방법은 많이 달랐습니다. 박 씨는 우선 김 씨의 보디가드인 오 씨에게 접근해서 오 씨를 설득하려고 합니다.
◇ 이원화 : 보디가드를 설득해서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거죠?
◆ 황근주 : 박씨 입장에서는 보디가드인 오 씨도 김 씨의 돈에 욕심이 날 것이다. 그러니 오 씨를 설득해서 박 씨와 함께 김 씨로부터 돈을 뜯어내서 나누자는 계획을 생각해내서 오 씨에게 동참하라고 제안을 했던 것 같습니다.
◇ 이원화 : 그래서 그 보디가드 오 모 씨가 범행에 동의를 했나요?
◆ 황근주 : 오 씨는 단칼에 박 씨의 제안을 거절했고요. 아마 박 씨는 오 씨가 거절하면 죽여버리겠다는 생각을 미리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왜냐면 박 씨는 오 씨가 거절하자마자 숨겨놨던 둔기로 오 씨의 머리를 가격해서 살해해버렸습니다.
◇ 이원화 : 보디가드라고 하면 뭐 체력이라든지 신체적인 조건이라든지 이런 부분들이 일반인들보다 훨씬 좋았을 것 같은데, 그렇게 당했다는 게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당했던 모양입니다.
◆ 황근주 : 아무리 신체적인 부분이 일반인들보다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갑작스러운 공격에 전혀 무방비 상태였기 때문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게 아닌가 싶고요. 오 씨가 전문적으로 경호나 무술 같은 훈련을 받은 사람인지 아니면 김 씨가 주변에 보여주기식으로 보디가드라고 이름 붙이고 데리고 다녔던 건지는 알 수가 없긴 합니다. 박 씨는 오 씨가 사망하자 남궁 씨에게 연락을 합니다.
◇ 이원화 : 왜죠?
◆ 황근주 : 남궁 씨가 박 씨에게 2천만 원 정도 도박 빚을 지고 있었다고 했잖아요. 아마도 그래서 박 씨는 남궁 씨와 같이 김 씨 돈을 강탈해서 자기 빚도 갚고 남궁 씨의 빚도 없애줄 그런 요량이었던 것 같습니다. 남궁 씨가 박 씨에게 가보니까요. 오 씨는 이미 죽어 있었고 박 씨는 남궁 씨에게서 김 씨의 돈을 빼앗아서 각자 빚을 갚자라고 제안했다고 합니다.
◇ 이원화 : 그래서 그 제안 받아들였습니까?
◆ 황근주 : 아마 남궁 씨도 김 씨를 강동구 유흥가 유명 인사에다가 보디가드도 대동해서 몰고 다니는 승용차 트렁크에 수억 원대의 현금이 있다라고 하니까 박 씨에게 솔깃하지 않았나 싶고요. 그렇다고 그만한 일을 혼자 저지를 순 없지만 박 씨랑 같이 저지르면 이미 뭐 보디가드라는 오씨도 죽고 없는 마당에 이거 해볼 만하겠다라고 생각을 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남궁 씨가 승낙을 하니까요. 박 씨하고 남궁 씨는 인근 슈퍼에서 청테이프, 고무통 같이 범행에 사용될 물품들을 구입을 합니다. 그리고 2007년 12월 11일 오후 5시쯤에 김 씨를 서울 송파구에 있는 박 씨 집으로 불러냅니다. 박 씨는 곧바로 김 씨를 폭행하기 시작했고, 결국 김 씨가 기절하니까 김 씨의 입에 청테이프를 붙이고 김 씨가 평소에 몰고 다니던 승용차 트렁크에 김 씨를 가둬버립니다.
◇ 이원화 : 그래서 그 돈은 얼마나 있었습니까?
◆ 황근주 : 남궁 씨와 박 씨가 김 씨의 지갑이나 소지품을 샅샅이 뒤졌는데요. 발견된 건 고작 현금 30만 원이었습니다. 트렁크에 싣고 다닌다던 수억 원대 현금도 찾을 수가 없었고요. 설상가상으로 남궁 씨와 박 씨가 김 씨를 트렁크에 가둔 뒤 30분 만에 김 씨가 사망해버렸기 때문에요. 김 씨한테서 현금카드 비밀번호도 알아낼 수가 없었습니다.
◇ 이원화 : 물론 돈이 수억 있었다고 해서 살인이 정당화되는 건 아니지만 고작 30만 원 때문에 사람을 하나도 아니고 둘이나 죽인 꼴이 됐네요.
◆ 황근주 : 네 그렇습니다. 사람을 2명이나 살해하고 박 씨와 남궁 씨가 얻은 건 현금 30만 원이 전부였습니다. 박 씨와 남궁 씨는 승합차 한 대를 렌트해서 새벽에 김 씨와 오 씨의 시신을 싣고 암매장할 장소를 물색하다가 강원도 영월의 국도 인근 숲속에 숨기기로 합니다. 사람 2명을 죽이고 현금 30만 원을 얻은 상태에서 시체 2구를 숨기기 위해서 국도를 헤매고 다녔던 박 씨와 남궁 씨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당시 차를 세우고 시신을 끌어내린 다음에 땅을 파는데요. 당시가 12월 중순이잖아요. 새벽이라고 해도 없고 강원도 산속이니까 얼마나 춥겠습니까? 암매장하려고 땅을 파기는 파는데 땅이 얼어서 잘 파지지도 않았습니다.
◇ 이원화 : 그렇죠. 삽이 안 들어갔겠죠?
◆ 황근주 : 결국에 남궁 씨와 박 씨가 번갈아가면서 어찌저찌 땅을 판 다음에 시신을 넣고 고무통으로 위에 덮어둡니다. 아마 땅을 깊게 파지도 못했을 것 같습니다. 그 뒤로 일주일 후에 박 씨와 남궁 씨가 암매장 장소에 한 번 나타나긴 하는데, 그 이후 박 씨는 전혀 그 행적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 이원화 : 재력가였던 김 씨나 그의 보디가드였던 오 씨 모두 가족이 있었을 테니 며칠 동안 연락도 안 되고 보이지도 않는다. 이러면 실종 신고 들어왔을 것 같은데요.
◆ 황근주 : 김 씨와 오 씨가 사라진 직후부터 강동구 일대 유흥가에서는 김 씨와 오 씨가 돈 때문에 납치돼서 죽었다는 풍문이 떠돌았고요. 결국 경찰에까지 그 소문이 알려지면서 수사가 개시됐습니다. 김 씨와 오 씨가 사라진 직후에 도박꾼인 박 씨와 남궁 씨도 함께 사라졌기 때문에요. 사람들은 박 씨와 남궁 씨가 김 씨와 오 씨를 납치해서 한몫 챙긴 거 아니냐는 얘기도 했었습니다.
◇ 이원화 : 이 두 사람이 용의자로 의심되긴 했던 상황인가요? 아니면 용의자를 전혀 특정하지 못했습니까?
◆ 황근주 : 김 씨와 오 씨가 마지막으로 통화를 한 사람이 박 씨와 남궁 씨로 확인이 됐기 때문에요. 경찰도 박 씨와 남궁 씨를 용의자로 의심을 하고 있었고요. 12월 말에는 오 씨의 지갑이 든 점퍼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지갑에 이물질이 많이 묻어 있어서 정확하게 오씨의 것인지는 당시로서는 확인할 수가 없었고, 시신도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김 씨와 오 씨가 사망한 건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어서요. 경찰도 박 씨와 남궁 씨를 의심하기만 할 뿐 추가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고요. 그런데 김 씨와 오 씨가 실종된 지 2년 가까이 지난 2009년 9월 무렵에 사건의 단서가 발생됐습니다.
◇ 이원화 : 어떤 거죠?
◆ 황근주 : 2009년 9월 29일에 암매장 장소 부근에서 벌초를 하다가 밤을 주던 주민이 김 씨와 오 씨의 시신을 발견한 겁니다.
◇ 이원화 : 시신이 나왔네요.
◆ 황근주 : 시신은 이미 백골화가 진행 돼 있었고요. 경찰은 김 씨와 오 씨의 치과 진료 기록을 바탕으로 발견된 시신이 김 씨와 오 씨라는 걸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박 씨와 남궁 씨에 대해서 체포영장을 받아서 두 사람을 추적하기 시작했습니다.
◇ 이원화 : 그 두 사람 잡혔습니까?
◆ 황근주 : 경찰은 체포영장을 받고 2개월 가까이 남궁 씨를 감시했습니다. 남궁 씨가 언제 박 씨를 만날지 모르기 때문에 아마 남궁 씨와 박 씨를 한자리에서 검거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왜냐면 경찰이 남궁 씨의 소재는 파악을 했는데 박 씨는 대체 어디 있는지 전혀 확인이 안 됐기 때문에 남궁 씨를 통해야지만 박 씨의 소재를 알 수 있다라고 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남궁 씨가 박 씨를 만날 기미를 안 보이는 거예요. 결국에 경찰은 2009년 12월 1일 남궁 씨만 우선 체포했습니다.
◇ 이원화 : 박씨에 대한 실마리는 전혀 없었던 건가요?
◆ 황근주 : 네 그렇습니다. 박 씨의 행적이 전혀 확인이 안 되고 남궁 씨도 박 씨에 대해서는 묵비권을 행사하며 입을 다물었습니다. 일단 남궁 씨부터 강도 살인 및 시체유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 이원화 : 예상해 보자면 남궁 씨는 본인이 한 거 아니다 박 씨가 다 했다 이렇게 떠넘겼을 것 같은데 맞나요?
◆ 황근주 : 아무래도 박 씨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다 보니까요. 남궁 씨는 재판 과정에서 범행의 주된 부분을 모두 박 씨의 소행으로 몰았는데요. 그렇지만 유죄가 인정되어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고 항소심과 상고심을 거쳐서 확정이 되었습니다.
◇ 이원화 : 박 씨는 여전히 못 잡은 상태입니까?
◆ 황근주 : 네 그렇습니다. 김 씨와 오 씨가 사망하고 일주일 후에 암매장 장소 부근에서 박 씨의 통화 기록이 확인된 이후에는 박 씨에 대한 어떤 흔적도 발견할 수가 없었거든요. 결국 경찰은 2009년 12월 15일 자로 박 씨를 공개 수배합니다. 이후로 박 씨인 것 같다는 제보가 많이 들어오기는 했는데 전부 다 박 씨가 아닌 것으로 확인이 됐습니다. 사실 이쯤 되면 박 씨는 이미 사망한 것이 아닌가, 특히 박 씨의 마지막 통화 기록이 확인된 날, 즉 박 씨와 남궁 씨가 김 씨와 오 씨를 암매장한 지 일주일 된 날 남궁 씨에게 살해당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는 하는데, 박 씨의 시신이 확인된 것도 아니고 남궁 씨도 이에 대해서 철저히 묵비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은 진상을 알 수가 없습니다. 남궁 씨는 올해 11월 30일자로 출소 예정입니다. 박 씨 없이 15년간 수감생활을 했던 남궁 씨가 박 씨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궁금하긴 합니다.
◇ 이원화 : 만약에 지금이라도 박 씨가 잡힌다면 자신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법적 처벌 이거 뭐 가능한 상황입니까? 만약에 그렇게 된다면 이 남궁 씨보다는 당연히 더 중한 처벌이 내려질 수밖에 없겠죠?
◆ 황근주 : 네 물론입니다. 사체유기죄 같은 경우에는 공소시효가 7년이어서 2014년도에 이미 시효가 완성이 됐지만요.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폐지가 됐기 때문에 2천년 8월 1일 이후에 벌어진 살인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 적용을 받지 않거든요. 그래서 지금이라도 박 씨가 검거된다면 강도 살인 혐의에 대한 처벌이 가능하고 범행의 주된 부분은 박 씨가 저질렀다는 얘기도 있고 박 씨는 17년 가까이 도피하고 있었기 때문에요. 만약에 검거된다면 남궁 씨보다 중한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이원화 : 오늘은 자신의 빚을 갚기 위해 스스럼없이 사람을 죽여 암매장했던 송파 도박빚 살인 사건 살펴봤습니다. 박 씨의 행적은 사건이 발생한 지 1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오리무중이지만 사건 발생 2년 후 검거돼 형을 산 남궁 씨는 올해 11월 만기 출소 예정이라고 하죠. 과연 그는 현재 어떤 마음으로 살고 있을까요? 출소 후 박 씨를 찾으려고 하지 않을까요?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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