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살 국대 정재군 은메달…두달 전 떠난 아버지에 바치며 “사랑합니다”

김양희 기자 2024. 9. 2.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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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이었다.

이번 대회 배드민턴 대표팀 최고령자인 정재군은 "사실 목표는 2020 도쿄패럴림픽(2021년 개최)이었는데 출전하지 못했다"면서 "이후로 정말 노력을 많이 했고, 겨우 출전하게 됐으니 메달을 하나라도 가져가자고 생각했는데 그 목표를 이룰 수 있게 돼 너무 좋다"고 했다.

정재군은 2일 열린 토마스 반트슈나이더(독일)와 개인 단식(WH1 등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0-2(24:26/11:21)로 패해 추가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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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패럴림픽 배드민턴 남자 단식
정재군이 1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포르트 드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패럴림픽 배드민턴 남자 단식 WH1 등급 준결승전에서 최정만을 상대로 경기를 펼치고 있다. 파리/사진공동취재단

2007년이었다. 작업 중 사고가 났다. 척추가 부러졌다고 했다. “다친 뒤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재활병원에서 만난 이들에 끌려 배드민턴을 시작했다. 2017년에는 울산중구청 직장운동경기부에 입단했다. “좋아하는 운동도 하고 경제적 걱정도 덜 수 있었다.” 덩달아 웃음도 늘었다.

그의 나이 만 47살. 처음으로 패럴림픽 출전 기회를 얻었다. “병원에서 시작해 여기까지 오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그의 장애 등급(WH1)에서는 경쟁이 그만큼 치열하다. “대회에 나가면 잘했다고 축하해주시고, 조금 못하면 ‘그 정도만 해도 잘했다, 괜찮다’라고 격려해주시던” 아버지에게 ‘국가대표 정재군’이 됐음을 말씀드렸다. 아들의 뒤늦은 성취에 편찮으셨던 아버지 병세가 조금 나아지는 듯했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아들이 파리패럴림픽 무대에 선 모습을 보지 못했다. 여름의 시작이던 지난 6월 눈을 감으셨다. 슬픈 감정을 꾹꾹 누르고 더 훈련에 매진했다. 그리고, 가을의 첫 자락에 하얀 장갑을 끼고 라켓을 꽉 쥔 채로 파리의 포르트 드 라 샤펠 아레나에 섰다.

정재군은 1일(현지시각) 자신보다 26살이나 어린 유수영(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짝을 이룬 남자복식(WH1, 2등급) 결승전에서 중국의 마이지안펑-취츠모 짝에 세트스코어 0-2(10:21/12:21)로 졌다. 그래도 세계 2위로 당당히 은메달을 따냈다. 둘 다 패럴림픽 첫 출전에서 따낸 첫 메달이었다.

이번 대회 배드민턴 대표팀 최고령자인 정재군은 “사실 목표는 2020 도쿄패럴림픽(2021년 개최)이었는데 출전하지 못했다”면서 “이후로 정말 노력을 많이 했고, 겨우 출전하게 됐으니 메달을 하나라도 가져가자고 생각했는데 그 목표를 이룰 수 있게 돼 너무 좋다”고 했다. 가장 기쁜 순간에 아버지의 부재를 떠올린 그는 “패럴림픽에서 메달 색깔에 관계없이 뭐든 꼭 따서 갖다 드리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는데 이룰 수 있게 돼 너무 기쁘다”고 했다. 그리고 끝내 눈물을 글썽이며 “아버지, 사랑합니다!”라고 외쳤다.

정재군은 2일 열린 토마스 반트슈나이더(독일)와 개인 단식(WH1 등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0-2(24:26/11:21)로 패해 추가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다. 1세트를 듀스 공방 끝에 내준 게 뼈아팠다. 그래도, 후회 없는 처음이자 마지막 패럴림픽을 마친 그였다. 정재군은 “나는 타고난 것이 없어서 더 열심히 하려고 했다. 이제 조금 편하게 쉬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파리/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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