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남편 중국집 결국 망했다”...팍팍해진 가계, 주담대 이자 내면 지갑 ‘텅텅’
주담대 이자에 미래 불확실성 겹쳐
실질소득까지 줄며 흑자 지속 감소
내수 부진에 ‘10월 금리 인하론’ 득세
“경제 체질 전반 개선 필요” 지적도
지난해까지만 해도 매출이 월 1000만원 넘게 나와 유지가 가능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매출도 꺾이기 시작해 더는 버틸 수 없다고 생각했다. 특히 임대료와 각종 수수료를 내고 나면 정작 손에 쥐는 돈이 별로 없어 이제라도 권리금을 받고 가게를 넘기는 편이 낫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안씨는 “아내가 직장을 다니기 때문에 야간에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물류센터에서 일하기로 했다”며 “다소 몸은 피곤하겠지만 식당을 운영할 때보다는 쥐는 돈이 많을 것 같다”고 전했다.
가계 여윳돈이 장기간 감소 행진을 이어온 데는 고금리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높은 금리로 이자 납부로 새어나가는 돈이 불어난 탓에 살림살이가 팍팍해졌다는 뜻이다.
여기에 고물가까지 겹치면서 같은 돈을 내도 장바구니가 가벼워졌다. 가계소비가 1년이 훌쩍 넘도록 감소세를 지속한 배경이다. 비싼 생필품과 외식값에 지갑을 닫은 가구가 계속해서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고금리와 고물가가 맞물리면서 내수 부진이 가파르게 심해지는 모습이다.
이자비용은 가구 흑자액에 영향을 준다. 가계가 이자를 내기 위해 쓰는 돈의 액수가 커지는 만큼 여윳돈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리가 높은 상태에서는 가계대출액 규모가 동일하게 유지된다고 하더라도 이자비용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월평균 가구 흑자액이 8개 분기 연속 줄어든 점이 이자비용 증가와 무관하지 않은 이유다.
곽노선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이자비용 상승이 흑자액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면서 “소득 상승세에 비해 이자 상승세가 더 컸다는 점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물가상승에 따른 가구의 실질소득 감소도 흑자액을 줄이는 데 일조했다. 써야 할 돈은 계속 늘어나는데 들어오는 돈은 줄어들면서 여윳돈이 점점 사라지는 구조다.
실질소득은 명목소득과 달리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지표로 실제적인 가계 형편을 보여준다. 최근 2년 동안 4개 분기에서 가구 실질소득이 전년보다 감소했다. 나머지 4개 분기에선 실질소득이 늘었지만 증가율은 0%대에 그쳐 미미했다.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가계는 외식 같은 소비를 줄이는 경향이 강해졌다. 음식점 포함 소매판매지수는 지난 7월까지 1년 4개월째 하락세를 지속했다. 음식점업·주점업 소매판매의 경우 지난해 5월부터 꾸준히 감소했다.
최승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집값이 높고 주담대로 나가는 돈이 많은데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까지 커지면서 소비가 줄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내수 부진의 골이 깊어지면서 경기 전반의 활력도 떨어지는 양상이다. 현재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 7월 98.4로 한 달 만에 0.6포인트 내리면서 5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정부는 각종 지표와 현장 목소리가 보여주는 방향과는 다른 평가를 고수하고 있다. 기재부는 지난달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8월호’에 넣은 경기 분석 관련 문구에서 “완만한 내수 회복 조짐을 보인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올해 그린북 5월호에서부터 4개월 연속 ‘내수 회복 조짐’을 언급했다.
소비를 비롯한 내수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통화당국의 기준금리 인하와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모두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산업본부장은 “고금리가 상당 기간 지속된데다 수출 회복이 내수로 흘러들어오지 않고 있어 가계의 소비 펀더멘탈이 취약한 상황”이라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9월에 기준금리를 낮출 것이 거의 확실시되는 만큼 한국은행도 10월에는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가구 흑자액과 소비 감소는 고금리·고물가 문제가 수년간 축적돼 나타난 결과”라며 “고금리 영향이 이자비용 증가에 반영됐고 물가 상승으로 실질소득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단기적인 처방을 생각할 상황은 아니다”라며 “전반적인 경제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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