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광장] 지배주주 없는 세상에 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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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뜸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제너럴일렉트릭(GE)의 최고경영자(CEO)였던 잭 웰치를 칭송하는 글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잭 웰치는 1981년부터 2001년까지 CEO로 재임하면서 600여건의 인수합병(M&A)을 진행하고 GE의 시가총액을 120억달러에서 4100억달러로 늘렸다.
이외의 기업들은 총수로 대표되는 지배주주의 지배하에 지배주주가 임명한 임원들에 의해 운영된다.
지배주주가 경영을 담당하지 않는 상황에서 과연 월급쟁이 사장이 잭 웰치처럼 과감성 있는 결단을 내릴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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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놀라운 것은 무소불위의 힘을 휘두른 웰치가 우리 식으로 표현하자면 월급쟁이 사장이라는 점이다. 웰치는 1960년 일반 직원으로 GE에 입사했고, GE에 별다른 지분도 갖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도 20년간 CEO로 일하면서 GE의 방향성을 바꾸고, 수많은 M&A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창업자 이래 여러 세대에 걸쳐 가족들이 경영을 담당하는 우리 관점에서 보면 사뭇 낯설다.
우리나라 대부분 기업에는 지배주주가 존재한다. 지배주주가 없는 곳은 법에 따라 제한되는 일부 금융지주사와 과거 공기업이었던 포스코, KT, KT&G 정도다. 이외의 기업들은 총수로 대표되는 지배주주의 지배하에 지배주주가 임명한 임원들에 의해 운영된다. 일상적 업무는 CEO가 결정하지만 대형 M&A나 신사업 투자같이 그룹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것은 총수의 결단 없이 이뤄지기 어렵다. 웰치의 역할을 우리나라에서는 지배주주가 하는 셈이다.
기업의 혁신은 과감한 결단 없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의 놀라운 성공 스토리는 지배주주의 강력한 리더십 없이는 이루어지기 어려웠다. 그러나 지배주주 중심 경영은 사익 추구라는 부작용을 가져오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여러 스캔들이 발생했고, 최근에도 지배주주와 일반투자자의 이해가 충돌되는 그룹 재편 거래들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 제도들은 지배주주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공정거래법은 대기업 집단이 총수의 지배하에 운영된다는 관점에서 규율한다. 정부나 국회도 기업에 현안이 있는 경우 CEO보다는 공식 직책이 없더라도 총수가 대응하기를 원한다. 월급쟁이 사장이 아니라 지배주주가 회사를 지배하는 것을 우리 모두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도 지배주주가 경영을 담당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여러 번의 상속을 거치면서 지배주주 가족의 지분율은 계속 쪼개지고 있다. 이제는 5% 미만의 개인 지분만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재용 회장도 삼성전자의 4세 경영 포기를 공식화한 바 있다. 사실 세대가 지나면서 지배주주가 없어지는 현상은 미국, 독일, 일본 등 여러 나라들이 경험한 바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에 대한 준비가 너무 부족하다. 지배주주가 경영을 담당하지 않는 상황에서 과연 월급쟁이 사장이 잭 웰치처럼 과감성 있는 결단을 내릴 수 있는가. 지배주주가 없는 회사에서 발생하는 CEO의 스캔들은 어떻게 규율할 것인가.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가 최근 관심 대상으로 떠올랐지만, 더욱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더 늦기 전에 지배주주가 없는 세상에 대비할 때이다.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약력 △46세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법학박사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법학석사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회위원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위원 △한국거래소 기업밸류업자문단 위원 △법무법인 세종 파트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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