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롤러코스터 타고도 우승 챙긴 유해란
[골프한국] LPGA투어에서 활동하는 한국 선수 중 유해란(23)만큼 기대와 실망이 혼재된 선수도 찾기 힘들 것이다.
골프 기량면에서 충분히 우승 조건을 충분히 갖추고도 번번이 기회를 놓치는 그를 지켜보는 골프팬들의 마음은 편치 않다. 주니어 시절과 KLPGA투어에서의 뛰어난 활약은 물론 2022년 LPGA 퀄리파잉 시리즈를 수석 통과했으니 그의 기량은 의심의 대상이 아니다.
데뷔 첫해인 지난해 9월 월마트 NW 아칸소 챔피언십에서 첫승을 거두고 신인왕을 차지하면서 2024시즌에는 고진영의 뒤를 이를 선수로 주목받았으나 불행하게도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자주 우승 경쟁에 나서면서도 결정적인 순간 찾아온 기회를 잡아채지 못하고 질질 끌려가며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7월 LPGA투어 다나오픈과 CPKC 여자오픈에서 거의 손에 쥔 우승을 놓치는 모습이 대표적인 예다.
7월 18~21일 미국 미국 오하이오주 실베니아의 하일랜드 메도스GC에서 열린 LPGA투어 다나오픈 마지막 라운드에서 그는 공동 선두까지 올랐다가 태국의 짠네티 완나센에게 1타 차로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이어 7월 26~29일 캐나다 앨버타주 캘거리의 얼 그레이GC에서 열린 캐나다 내셔널타이틀 CPKC 여자오픈에서도 마지막 라운드 후반 2타 차 선두에 나서 거의 우승을 확정 짓는 듯했으나 16~18번 3개 홀에서 연속 보기를 기록하며 뒷심을 발휘한 로렌 코글린에게 3타 차로 우승을 헌납했다. 일본의 사이고 마오에게도 따라 잡혀 결국 공동 3위로 밀려나는 아픔을 맛봤다.
평균 드라이브 비거리 265.66야드로 LPGA투어 33위로 장타는 아니지만 그린 적중률 75.67%로 LPGA투어 1위에 올라 있고 버디 수도 262개로 3위, 라운드 당 평균 스코어 70.59타로 6위, 라운드 당 언더파수 35개로 7위 등 상위권에 있다. 올 시즌 들어 19개 대회에 출전해 컷 탈락 한번, 기권 한번을 빼고 아홉 번이나 톱10에 들었다. 그럼에도 우승과 거리가 멀어지자 뒷심이 부족하고 기회 포착력(Grip)이 약하다는 소리가 나왔다.
8월30일~9월2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노턴의 TPC 보스턴에서 열린 FM챔피언십에서도 유해란은 롤러코스터 같은 경기를 펼쳐 골프 팬들을 긴장시켰다. 1라운드를 3언더파로 무난히 출발한 유해란은 2라운드에서 무려 10개의 버디를 쓸어 담으며 2위 그룹에 6타나 앞선 단독 선두에 나서 우승이 예약되는 듯했다. 그러나 그는 3라운드에서 더블보기 2개와 보기 6개로 무려 8타를 잃고 합계 7언더파 공동 6위로 내려앉아 이번에도 우승 꿈은 물거품이 되는 듯했다.
그러나 마지막 라운드 들어 그는 하늘로 솟는 롤러코스트를 탔다. 버디 9개에 버디 1개로 8타를 줄여 고진영과 동타가 되었다.
연장전에서 유해란은 고진영이 세컨샷과 어프로치샷을 미스하면서 안정적으로 파 세이브에 성공해 11개월 만에 LPGA 투어 두 번째 우승을 품었다. 작년 9월 월마트 NW 아칸소 챔피언십에서 거둔 첫 승에 이은 LPGA투어 두 번째 우승이다. 올 시즌 한국 선수 우승도 양희영이 지난 6월 메이저 대회인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이후 두 번째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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