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주 수난`에 비상장株 투자심리 냉랭…거래대금·건수도 위축
최근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에 따라 기업공개(IPO) 시장의 투자심리가 빠르게 위축되면서 예비 공모주 격인 비상장 주식 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2일 국내 장외주식 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 비상장에서 빗썸코리아는 8만6500원에 거래됐다. 올해 기록한 최고가 16만5000원(3월 5일) 대비 반토막이 난 상황이다. 지난달 13일에는 6만4500원까지 내리면서 60% 이상 내리기도 했다.
이 외에도 케이뱅크, 비바리퍼블리카, 두나무 등 거래량 상위 비상장 종목의 주식 가격이 일제히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들 주가 흐름의 공통점은 지난 2월과 3월 각각 연중 고점을 찍은 이후 현재까지 내림세를 이어오고 있다는 점이다.
케이뱅크의 경우 2월26일 연중 고가 1만9300원에서 현재 1만3600원으로 30% 가까이 하락했다. 두나무(3월5일 14만4000원→9만9500원)와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3월7일 5만5000원→4만1300원)도 연중 고가 대비 각각 30.90%, 24.90% 내렸다.
특히 하반기 들어 하락 폭이 가팔라지는 모습이다. 7월 초까지만 해도 10만원을 상회했던 빗썸 거래 가격은 두 달여 만에 18% 이상 내렸고, 같은 기간 케이뱅크(-9.33%), 비바리퍼블리카(-10.02%)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최근 IPO에 나서는 새내기주들이 대체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비상장 투자 심리 역시 영향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제도권 장외시장 K-OTC의 시가총액은 하반기 들어 18조8149억원에서 2일 현재 17조6731억원으로 1조원 가까이 줄었다. 같은 기간 거래량은 58만8864주에서 41만5486주로 30% 가량 감소했다.
그동안 비상장 시장 성장과 함께 큰 폭으로 성장해온 증권플러스 비상장의 거래 지표도 주춤해졌다.
올 2분기 증권플러스 비상장의 거래건수는 직전분기 대비 15% 감소했고, 거래대금은 28%나 쪼그라들었다. 지난 1분기에는 거래 건수가 직전분기 대비 206% 증가하고 같은 기간 거래금액도 190% 늘었던 것과는 확연히 대조되는 모습이다.
실제로 올해 유가증권시장 및 코스닥시장에 신규 상장한 새내기주를 살펴보면 주가 변동성이 커지는 모습이다. '상장 첫날 흥행' 공식도 깨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우선 상반기에는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과 리츠를 제외하고 신규 상장한 종목의 공모가 대비 시초가는 평균 124.1% 높은 수준에서 형성됐다. 가령 1만원에 공모주 청약을 받아 상장 첫날 시초가에 팔았다면 1만2410원 수익을 낸 셈이다.
이는 역대 가장 높은 수익률로, 지난해 6월 26일부터 상장 당일 가격 변동폭을 60~400%로 확대 적용하면서 일부 종목의 시초가가 크게 형성된 영향으로 보인다.
하지만 하반기에 상장한 15종목 중 3분의 1인 5종목이 상장 첫날 공모가가 무너졌다. 지난 7월 상장한 6개 종목(스팩·리츠 제외)의 공모가 대비 시초가 수익률은 32.8%로 올 들어 최저치다. 공모가 대비 첫날 종가 수익률의 경우 7.6%에 그쳤다.
8월 들어서는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옥석 가리기가 더 심화되는 모양새다. 지난 12일 상장한 뱅크웨어글로벌의 경우 공모가가 올해 들어 처음으로 밴드 하단에서 형성되면서 올 들어 7개월째 이어진 '공모가 상단 이상 확정 비중 100%' 기록이 깨졌다. 상장 당일에도 올해 처음으로 시초가와 종가가 모두 공모가보다 낮게 형성되기도 했다.
앞서 지난 7월 15일 상장한 세포·유전자치료제 배양배지기업 엑셀세라퓨틱스는 상장 첫날 공모가(1만원)보다 16.7% 낮은 8330원에 거래를 마쳤고, 같은달 2일 상장한 우주발사체 기업 이노스페이스도 상장 당일 공모가(4만3300원)보다 20% 넘게 빠진 3만4450원에 마감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모주에 대한 옥석 가리기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수익률 측면에서는 과거 첫날 주가 변동폭 확대 이후 높았던 변동폭이 안정화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판단한다"고 진단했다.
업계에서는 신중한 공모주 투자를 당부하고 있다. 증권가 관계자는 "사실 '치킨 값 벌기'라는 식으로 상장 당일 단타에 나서는 공모주 투자 자체가 건강하지 않고 투기성이 짙은 투자 행태였다"며 "옥석 가리기가 심화되고 있는 만큼, 공모주 투자에 앞서 꼼꼼히 들여다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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