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환경지식은?…국내 첫 '기후수능' 직접 쳐봤더니
[EBS 뉴스]
환경에 관심이 많은 미래 세대가 늘면서, 세대를 뜻하는 MZ와 환경을 뜻하는 ECO를 합쳐 '엠제코' 세대라는 신조어도 나왔는데요.
학생들에 대한 환경교육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 한 환경단체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기후환경에 대한 지식을 측정하는 '기후수학능력시험'을 마련했습니다.
취재기자가 직접 현장을 다녀왔는데요.
먼저 영상 보고 오시겠습니다.
[VCR]
사상 첫 모의 '기후수능'
중·고교생 81명 응시
환경교과서·시사상식 알아야 푼다
평균 63점…최고점 92점
기후 멘토링·환경장학금도 수여
학생들 "환경교육 늘려주세요"
지금은 필수 아닌 '선택'
환경교육 앞으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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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아 앵커
기후수능을 직접 치러본 취재기자와 좀 더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황대훈 기자
학생들이 60분 동안 40문제를 풀었습니다.
수능 사회과목 2과목에 해당하는 분량이죠.
문제지도 수능문제지 형식으로 만들었고요.
수험표도 받고, 자리에 수험번호도 붙어 있고, 10분 전에 예비령, 5분 전에 준비령까지 울렸습니다.
학생들도 굉장히 진지한 분위기였고요, 강당에서 80명이 넘게 같이 시험을 친다는 것만 빼면 수능 현장과 상당히 비슷했다 이렇게 볼 수 있겠습니다.
문제를 보면 종 다양성, 생태계 다양성 이런 환경교과서의 단원별 주요 개념들을 묻는 문제들이 있었고요.
물새들의 서식지인 습지를 보호하기 위한 람사르 협약이나, 올해 11월에 부산에서 열리는 플라스틱 오염 방지를 위한 정부간협상위원회 최종회의 같은 최신 시사상식도 알아야 풀 수 있는 문제들이 많았습니다.
주관식도 2문제 있었는데요, 탄소중립이나 RE100 같은 비교적 최근 지식을 묻는 문항이었습니다.
이게 단순히 지식만 묻는 게 아니라 수능문제처럼 지문을 통해서 개념을 유추하고, 시사상식과 연계해서 복합적으로 사고해야 하는 어려운 문제들이 많아서 학생들도 상당히 어려웠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저도 한 10문제 정도는 답을 확신할 수가 없었는데요.
채점해보니까 73점이 나왔습니다.
절대평가니까 3등급이죠, 공부해야겠다 생각이 들었고요.
수험생들 평균 점수는 63점, 최고점을 받은 학생은 92점이었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화면으로만 봐도 상당히 엄숙하고 진지한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이런 시험이 국내에서 치러지는 건 처음인데 학생들 많이 왔습니까?
황대훈 기자
시험을 주관한 환경재단 어린이환경센터에서 원래 100명을 모집할 예정이었는데요.
201명이 신청해서 모집정원의 2배였다고 합니다.
그만큼 학생들 관심이 높았고요.
시험 당일에는 결시생들이 19명 정도 나와서 81명이 시험을 치렀습니다.
학생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역시 평소에 기후문제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이었습니다.
환경 관련 활동을 하는 학생들도 있었고요. 지방에서 서울까지 시험을 치러온 경우도 봤습니다.
시험 시작 전까지 태블릿 보면서 공부에 열중하는 모습이었고요.
30분 만에 문제를 다 풀고 자는 학생도 있고, OMR 카드를 여러 장 바꿔가면서 답안을 고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또 환경에 관심 많은 학생들 답게 대부분 텀블러를 지참한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서현아 앵커
그만큼 미래 세대들이 환경 문제에 관심이 높다는 증거겠죠.
사실 이 시험 앞두고 청소년들이 주축이 돼서 제기한 기후위기 소송에서도 헌법불합치 판결이 나왔습니다.
이건 탄소 배출 목표에 대한 것이었는데, 교육에 대한 부분에도 시사한 점이 있을 것 같아요.
학생들 어떤 의견 갖고 있었습니까?
황대훈 기자
학생들이 입을 모아서 한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게 공교육에서 배운 환경교육이 부족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선택 과목으로 돼 있는 환경과목을 필수과목으로 지정해달라는 건데요, 학생들의 목소리 직접 들어보시죠.
인터뷰: 진세연 2학년 / 성남 이우고등학교
"앞으로 모든 학생들이 환경을 필수적으로 들어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요."
인터뷰: 김다희 2학년 / 서울 진선여자중학교
"심각성을 좀 더 알려주고 저희가 어떻게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방안을 제시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수업 내용에 있어서도 좀 더 실질적인 환경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교과서 속의 개념을 암기하는 주입식 교육말고 좀 더 실제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주는 프로젝트 수업을 선호한다고 했습니다.
인터뷰: 진서연 3학년 / 수원 광교호수중학교
"대형 마트에 가가지고 종이컵 양도 인터뷰 해가지고 이산화탄소량이 얼마나 나오는지 계산을 했었거든요."
인터뷰: 김수환 1학년 / 대전 대전대신고등학교
"폐의약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폐플라스틱 자판기를 벤치마킹해서 폐의약품 자판기를 만들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수거 자판기를 만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시험지에 실제 수능처럼 필적확인 문구가 써 있었는데요
'참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면, 아는 것은 우리의 권리이다.' 환경 운동가 레이첼 카슨의 책인 '침묵의 봄'의 내용인데, 이 문구처럼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학생들은 환경교육을 제대로 받는 것이 자신들의 권리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서현아 앵커
직접 수거 자판기까지 만들어 보일 정도로 학생들의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은 수준인데, 지금 어른들이 이 눈높이를 제대로 따라가고 있나라는 생각도 드네요.
그렇다면 이 선진국은 환경교육 어떻게 준비하고 있습니까?
황대훈 기자
우리는 지금 환경과목이 선택 과목으로 돼 있다 보니까 필수가 아닙니다.
2022년 기준으로 전체 중고등학교의 15.5% 정도만 과목을 선택하고 있거든요.
그만큼 학생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적다는 뜻이고요.
이탈리아는 2019년에 기후변화를 교육과정 필수과목으로 채택한 최초의 국가로 알려져 있는데요, 학생들에게 매년 33시간의 기후변화 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하고 있습니다.
스웨덴 같은 경우는 여러 교과목에 걸쳐서 기후변화에 대한 통합교육을 시행하고, NGO와 협력해서 학생들에게 교육자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환경교사들이 또 호주 교육과정에 대해서도 상당히 높게 평가를 하더라고요.
우리 학생들은 이 환경교육에 대한 내용들을 분절적으로 배우고 있는데, 호주 같은 경우에는 의무교육 12년의 기간 동안 꼭 한 번 정도는 환경에 대한 교육들을 융합적으로 배우는 수업을 꼭 듣도록 의무화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환경교사들은 기후환경 교육이 모든 학생들에게 필요한 필수교양이라고 강조하고 있는데요, 들어보시죠.
인터뷰: 신경준 교사 / 서울 숭문중학교
"내가 물건을 만드는 제조자가 되는 꿈이 있는 친구라고 할지언정 지구를 살리는 직업인이 되어야 하는 게 현재의 모든 직업인에게 요구되는 자세입니다."
서현아 앵커
아는 것이 권리다, 세계 여러 나라가 기후 위기를 포함한 환경교육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일 텐데요.
우리 교육에도 시사하는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황대훈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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